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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쩐구 Jul 28. 2023

농담으로도 듣기 싫은 둘째 이야기, 둘째 고민

며칠 전에 옆지기가 또 농담으로 둘째 이야기를 꺼냈다. 어떤 풍수지리를 전문으로 보시는 분이 지금 짓고 있는 집에 좋은 기운이 가득하다며, 국왕이 나오는 기운이 있다고(???). 아이를 잘 키우면 여자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나 뭐라나. 아님 남동생 하나를 더 낳아서……싱글 생글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얼굴을 한대 쳐버리고 싶은 표정으로 흘겨보며 단호히 말했다. (PMS가 한몫했다)


“제발 쓸데없는 소리 좀 하지 마세요!”


그제야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농담이라고 다시는 이런 농담 안 하겠다고 했지만 얼마 못 갈 것이다.


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땐 사실 둘째 생각도 있었다. 특히 이미 수정된 배아가 남아 있는 상황이라 마음에 걸렸다. 아이처럼 이렇게 한 생명으로 태어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않는 건 너무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도 가끔 그런 생각이 들긴 하지만 현실을 마주하면 고개를 설레설레 젓게 된다.  


지난 천일 동안 육아는 거의 나의 전담이었고, 동생이 수시로 와서 도와주지 않았으면 죽지는 않았겠지만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힘들면 도우미 이모 쓰면 되지. 사람들은 말을 어찌나 쉽게 하는지. 돈 문제가 아닌 내 성격 자체가 도우미 이모님에게 못 맡긴다. 기관에도 아직 못 보내고. 타인과 한 공간에 있는 건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결혼하고 1년 반 만에 시험관 시술로 임신했는데 길지 않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위에서 아직 소식 없는지 그렇게 물어보더니. 아이가 태어나면서 둘째는 언제 낳을 건지 끊임없이 물어본다.


“Mind your own business”라고 소리치며 귀퉁이를 때려주고 싶은 걸 억눌러 왔다. 본인들이 키워주지도 않을 거면서, 반나절 보고도 힘들어하면서...... 그런 헛소리하는 인간들에게 최소 일주일 동안 육아를 전담하게 하면 좋으련만. ㅉㅉㅉ


주위 어른들을 이렇게 말한다. 너도 동생 있으니까 얼마나 좋냐고. 동생 없었으면 어쩔 뻔했냐고. 예전에는 그냥 웃고 지나갔지만 앞으로는 이렇게 말할 거다. 동생 있어서 정말 좋다고, 그런데 내 동생 고생시키고 싶지 않다고. 아이 태어난 후로 동생이 진짜 고생 많이 했는데 해준 건 하나도 없을뿐더러, 심지어 그걸 당연시 여기는 기미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생은 오로지 나를 위해 끊임없이 와서 도와줬고 아이를 엄청난 사랑과 인내심으로 돌봐주고 있다.


아이가 가엽지도 않냐고? 첫째를 위해 동생이 존재해야 한다는 개소리는 그만할 때가 되었는데도 아직까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뭐지 한다. 우리는 모두 각 개인일 뿐 타인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다. 둘이면 살아가면서 의지가 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인간은 하나건 둘이건 외로운 존재다. 결국 혼자서도 외로움을 극복할 줄 아는 방법을 익히는 게 나을 것 같다.

모든 걸 떠나서 둘째 고민은 엄마가 선택하는 거지 그 어느 누구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제발 자신들의 인생만 신경 썼으면 한다. 둘째는 내가 낳고 싶으면 알아서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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