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서 이번 주에도 어김없이 물어보셨다고 한다. 이번 주 일요일에 시댁에 올 건지 아닌지. 분명 물음표가 있는 의문문인데 옆지기는 옆지기대로 나는 나대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사실 시부모님께서 이렇게 매주 우리 일정을 궁금하시는 데에는 나의 탓이 크다. 결혼하고 지난 6년 동안 친정 갈 때 빼고, 아이가 갓 태어나서 얼마 안 되었을 때 빼고, 거의 매주 주말마다 시부모님과 시간을 보냈다. 특히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더더욱 자주 갔다.
그래야 하는 줄 알았고 잘 보이고 싶었다.
하지만, 늘 무언가가 버거웠다. 시부모님께서 워낙 좋으셔서 시댁에 가도 나는 정말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있지만 그냥 함께 있는 자체만으로도 심신이 지치는 느낌이라고 할까?
은근한(?) 스트레스가 장시간 쌓이고 쌓이다 보니 주말만 가까워져도 기분이 다운되었다. 원래부터 주말보다 평일을, 그중에서 월요일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그런 성향이 더 확고해지고 심해졌다. 아이랑 하루 종일 실랑이를 할망정 주말은 싫은.
솔직히 가끔 우리 부모님 세대가 측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한평생 자식만 바라보며 살아온 부모는 자식 앞에서 항상 약자일 수밖에 없다. 주말만 되면 손주 얼굴 한 번 더 보고 싶어 하는 마음, 이해는 간다. 나는 매일 봐도 아이가 이렇게 사랑스러운데 하나뿐인 손주가 얼마나 예쁘실까? 아이가 거의 유일한 낙이신 상황이기에 늘 약자이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부모님도 어느 정도 놓아주셔야 한다. 나는 우리 부모님과 시부모님을 보면서 내가 나중에 어떻게 하면 아이에게 정서적으로 압박을 주지 않을까 고민해 보곤 한다. 빈둥지증후군이라는 현상이 있는 것처럼 자식들이 다 커버린 부모님은 외로워 보이고 실제로 외롭다. 그 빈자리를 손주로 채우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나중에 아이가 다 커서 혹은 그전에 정서적인 독립을 하고 나서도 내가 외로워하지 않으려면 나만의 취미 혹은 즐길 거리가 있어야 한다. 감사하게도 지금까지 외로움이 뭔지 모르고 살아왔지만 나중에 갱년기도 겪을 것이고 지금처럼 아이에게 올인하다 보면 외로워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비록 현재 나의 소원은 미치도록 외로워지는 것이지만 허허.
그나저나 앞으로 매주 시댁 가는 건 무리인데 시부모님께 똑 부러지게 말씀드릴 수는 없이 이 핑계 저 핑계 대며(마침 진짜 늘 일이 생긴다) 미루는 중인데… 이러다 보면 언젠가는 조금이라도 자연스럽게 거리가 생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