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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쩐구 Aug 18. 2023

도덕적으로 우위에 서 있다는 착각

엄마들만 아는 세계

인스타에서 우연히 보게 된 육아빠 정신과 의사 정우열님, 인스타 및 유튜브에 다양한 글도 있고 영상도 있지만 난 책으로 보는 게 제일 좋기에 일단 가장 끌리는 책 한 권 구입했다. <엄마들만 아는 세계>


인간관계로 많은 일을 쉽게 처리할 수 있는 나라에 오래 살다 보니 참 다양한 사람을 만났고, 겉으로 웃으며 속으로 가운뎃손가락을 날려주는 일에 능했다. 옆지기는 나의 그런 인간관계 처사 능력(?)에 반해 결혼했다 하지만 나는 지겨웠고 역겨웠다.


결혼하고 내 국적이 있는 이곳에서 살면서 가장 좋았던 점이 인간관계가 매우 단순해졌다는 점. 물론 결혼 안의 인간관계도 이토록 복잡할 줄 몰랐지만 그래도 내가 겪었던 여타 인간관계에 비하면 단순했다.


서론이 길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천천히 적어보기로.


아이 덕분에 또래 엄마들을 몇몇 만나며 조금 힘들었고 실망했다. 타인에게 의지하고 기대했던 내 탓이 크지만…… 웬만해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인내하며 인간관계를 끊어 내지 않는데 어떤 엄마와의 관계를 내가 주동적으로 끊어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봤을 때 딱 눈에 들어왔는지 모르겠다. <엄마들만 아는 세계>


모든 행동에는 행동의 이유가 있고,
심리적으로 이득이 있는 경우가 많다.
-p.189


이 문장을 보는 순간 약간 뜨끔하며 계속 읽어내려갔다.


이상적인 희생하는 엄마 역할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심리적 이득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신의 욕구를 희생함으로써 자신이 좀 더 도덕적으로 우위에 서는 느낌을 갖는 것이다. 그래야만 비로소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희생하는 삶이 괴로우면서도, 그보다 더 괴로운 자존감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끊임없이 희생하는 것이다.
p. 190~191

우리 엄마가 그러셨듯이 아이가 태어난 후로 나는 아이에게 올인했다. 워킹맘도 아니면서 6개월부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엄마들을 비난했고, 아이는 어린이집에 보내 놓고 골프 치고 쇼핑하고 친구 만나 수다 떠는 엄마들을 업신여겼다. 아이 또는 옆지기가 필요한 물건은 척척 잘도 사주면서 결혼한 후로 나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산 적이 거의 없다. 알뜰살뜰 생활비를 쪼개고 쪼개 시댁 각종 경조사에 돈을 쏟아부었다.


난 왜 그랬을까? 아니, 왜 이렇게 살고 있는 거지? 답답할 뿐 답은 없었는데 드디어 납득이 가는 문장을 만났다.


자신의 욕구를 희생함으로써 자신이 좀 더 도덕적으로 우위에 서는 느낌을 갖는 것


부정하고 싶지만 내가 그랬다. 나의 욕구를 희생하면서 사는 지금 내 모습이 그들보다 더 고상(?) 하다고 생각했고 엄마라면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한다고 여겼다.


사실 나는 그들이 부러웠던 것 같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은데 성격상 조건상 그럴 수 없어 그들과 정반대되는 길을 선택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던 것 같다. 나는 남다르다고 나 자신을 포함한 주위 사람들에게 주입시키며 나의 희생을 끊임없이 인정받으려 했다.


도덕적으로 우위에 서는 착각이라…… 이 뼈때리는 말을 계속 곱씹어 본다. 올해 하고 싶은 일은 이 착각에서 빠져나오기. 그리고 나의 욕구를 들춰보고 채워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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