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pirational : 두번째 이야기
한 흑인 여성이 다가와 당신에게 묻는다. “저기, 흑누나가 뭐예요? 좋은 뜻이에요?” 당신은 이렇게 대답한다. “음… 부정적이지 않은 말이에요. 흑인은 체력도 좋고 스웨그(Swag)도 넘치니까, 약간 걸 크러쉬 느낌?” 흑인 여성이 당신에게 다시 한 번 묻는다. “그럼 백인 여성에게도 백누나라고 부르나요? 당신에게 노란 형, 노란 누나라고 부르면 기분이 좋나요?”
Interviewee
LIFEPLUS 앰배서더 2기
연제민(SimonFraser Univ.
Interactive Arts and Technology)
몰래카메라 콘텐츠로 79만명 구독자를 이끄는 유튜버가 있다. 그는 평소 사람들이 크게 의식하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 ‘퍽’하고 뒤통수를 때리는 영상을 만든다. 그의 채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 제목을 몇 가지 꼽아 보면 이렇다. ’무슬림이 길거리에서 말을 건다면?’, ‘여성과 콘돔’, ‘한국에서 게이 커플로 살아간다는 것은’, ‘노숙자 분들께 선물을 드린다면?’. 동성애자, 페미니스트, 무슬림과 같은 소수자의 이야기를 대변하는 사회 실험 영상이 주를 이룬다. 최근 그가 만든 영상의 최고 조회수는 600만 회에 이른다. 왜 사람들은 그의 영상에 공감하고 열광하는 걸까? 그리고 그는 왜 이러한 사회실험을 시작했을까? 얼마 전 신사동에서 만난 그가 말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크리에이티브한 영상 콘텐츠를 통해 좋은 바이브를 퍼뜨리고 싶은 프로듀서 연제민입니다. 저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라기 보다 ‘프로듀서’라는 말로 제 자신을 소개하고 싶어요. 단순 영상 제작에 그치지 않고 영상을 기반으로 더 많은 프로젝트를 벌이고 싶거든요.
유튜브 활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사실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기 오래전부터 영상 PD가 되고 싶었어요. 캐나다에 살았지만, 한국 방송국에서 일해 보고 싶어 SBS 오디션 프로그램 ‘케이팝 스타’의 캐나다 오디션 스텝으로 지원해 일했어요.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모 방송국에 들어가 통역을 하며 방송 일을 배웠는데요. 그러다 실무를 좀 더 배우고 싶어 한국 유명 PD들에게 직접 이력서를 보내 면접을 제안했어요. 그 결과 ‘몽 캐스트’, 지금의 ‘딩고’에 합격해 본격적으로 콘텐츠 업계에서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딩고 PD로 영상을 만들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자연스레 제 개인 영상도 만들게 됐어요. 그러다 유튜브도 시작하게 됐죠.
생각해보면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영상을 만드는 사람은 방송국 PD뿐이었는데, 세상의 흐름이 UCC를 만들고 개인이 활동할 수 있는 소셜 플랫폼을 탄생시켰어요. 저는 영상에 대한 열망으로 계속 도전했을 뿐인데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자연스럽게 크리에이터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사회 실험을 주제로 영상을 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중학교 3학년 때 캐나다로 이민을 가 11년을 살았어요. 캐나다는 다인종 사회다 보니 한국에 살 때보다 훨씬 다양한 사람들의 시각과 문화를 접할 수 있었고요. 이민 생활을 통해 예전보다 다방면으로 생각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으로 성장한 것 같아요.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유튜브를 시작했고 저만의 강점을 찾기 위해 한 달 정도 고민했었어요. 그러다 찾아낸 두 가지의 강점이 이민 생활 덕분에 영어를 능숙하게할 수 있는 점과 다양한 문화를 편견 없이 볼 수 있다는 점이었는데요. 이 강점을 살리면서 가장 날 것의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다 사회 실험과 인터뷰 콘텐츠를 주로 제작하게 됐어요.
영상 중 사회적 소수자를 주제로 한 영상이 다수인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다수로 살아가는 일반 사람들의 시각은 한정적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조금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분명 알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잊고 지내는 것이 많거든요. 두 개 국가에서 살면서 느낀 건 한국은 캐나다에 비해 한 가지 문화가 중심이 되는 편이라는 거였어요. 한국에서 지내며 남들과 다르게 바라보기 위해 노력하니 자연스레 사회적 소수자가 눈에 밟혔고요.
늘 참신한 주제를 다룬 사회 실험 영상 콘텐츠가 업로드 되는 걸 보면 놀라워요. 영상에 대한 영감을 어디서 받으시나요?
진부한 얘기일 수 있지만 항상 실험 주제를 뽑아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요. 사회 실험 영상을 만들다 보니 더욱 습관이 됐고요. 평소에 작은 것들도 유심히 관찰하는 편인데, 무엇을 모든 조금 다르게 보려고 노력해요. 이러한 노력이 매일 반복되다 보니 일상에서도 자연스럽게 영감을 얻는 것 같아요. 최근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유튜브의 레퍼런스 역시 꾸준히 살펴보고 있고요.
사회 실험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이 본인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제 채널은 어떻게 보면 사람들을 가르치려는 것처럼 보여요. 마치 잘난 척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죠. 그런데 사실은 콘텐츠를 만드는 제가 배우는 것이 더 많아요. 예를 들어 작년엔 패럴림픽 영상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시각 장애인을 만났어요. 사실 주변에서 시각 장애인을 만나는 게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그 사람을 만나고 인터뷰를 하기 위해 시각 장애인과 패럴림픽에 대해 깊게 공부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많았어요. 그래서 이런 실험을 할 때마다 저의 시각이 넓어지는 느낌을 받아요. 그런 느낌을 받을 때면 뿌듯하고 즐거운 마음이 들어요.
본인이 제작한 사회 실험 영상을 본 구독자들이 어떤 영감을 받길 바라요?
‘아하’ 모멘트를 느끼면 좋겠어요.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었구나!” 하는 순간 말이에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제 콘텐츠 중 하나가 ‘올림픽과 패럴림픽’이에요. 조회 수가 별로 높지 않았음에도 굉장히 좋아해요. (하하) 올림픽과 패럴림픽, 항상 이렇게 개최돼 왔으니 미처 생각해보지 않았겠지만, 사실 패럴림픽을 따로 연다는 것 자체가 차별 아닐까요? 구분 짓지 않고 합동 올림픽을 할 수 있는 거 아닐까요? 당연하게 여기는 사실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자각하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사회 실험 영상을 만들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 있다면?
얼마 전 ‘엄마의 꿈이 무엇인지 아세요?’라는 콘텐츠를 본 말레이시아 아주머니로부터 한 통의 메시지를 받았어요. 자신도 15년 전 아이를 가지면서 자연스레 꿈을 포기했는데, 영상 속에서 다시 꿈을 찾는 엄마들과 엄마의 꿈을 응원해주는 자식들을 보며 큰 자극을 받았다고 했어요. 제 영상 덕분에 이제라도 꿈을 다시 찾아보려고 한다며 정말 고맙다는 인사를 담은 메시지였어요. 감동이었죠. 제가 만든 것은 작은 영상 콘텐츠 하나가 누군가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된다는 게 정말 뜻깊은 일이더라고요.
사회 실험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며 스스로 성장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요?
제 한정된 시각을 더 넓히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더 넓어지는 느낌을 받아요. 누군가를 섣불리 판단하지 않으려는 습관도 생겼고요. 결과적으로 사석에서도 늘 중립적으로 의견을 말하게 된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동시에 대인관계에서 답답함을 유발하게 됐죠. 자꾸만 애매한 대답을 하니까요. (하하)
앞으로는 어떤 종류의 사회 실험 영상 콘텐츠를 제작할 계획인가요?
지금 만들고 있는 것처럼 소수자에 관한 주제 혹은 경각심을 일으킬 수 있는 영상을 조금씩 꼬아서 만들고 싶어요. 요즘은 사람들이 의미만 담으면 영상을 잘 안 보더라고요. 적당한 어그로와 재미를 넣으면서 결국에는 이러한 내용이 담겨 있구나 라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유튜브 외에 다른 채널을 활용하는 것처럼 확장 계획이 있나요?
사회 실험 이야기를 클라우드 펀딩으로 묶어, 사회에 공헌하거나 기부하는 긍정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영상으로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을 넘어 볼 때마다 이슈를 떠올릴 수 있도록 오프라인 굿즈 개념으로 확장하고 싶다는 뜻이에요. 지금 구상 중인 건 ‘유기견 프로젝트’예요. 유기견을 돕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요. ‘마리몬드’가 모델인데 굿즈 자체도 예쁘지만 볼 때마다 위안부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하잖아요. 휘발성 있는 영상도 좋지만 볼 때마다 생각나고 경각심을 일으키는 또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본인 삶에서 Inspirational Wellness가 어떤 의미를 갖나요?
‘Spread Good Vibes’. 사람들에게 ‘아하’라는 모멘트를 느끼게 하고 평소 생각하지 못한 관점을 선물하는 데에 의의가 있어요. 앞으로도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한편 저도 남들로부터 좋은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받고 싶어요.
사회 실험 콘텐츠에 ‘이것만은 꼭 담고 싶다’ 하는 것이 있나요?
모든 콘텐츠에 담지는 못하지만 항상 담고 싶어 하는 건 ‘뒤통수 때리기’예요. 당연한 건데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전까지 당연한 줄을 모르는 것들이 있어요. ‘엄마의 꿈이 무엇인지 아세요?’라는 콘텐츠를 만들 때도 그랬어요. 우리에게 엄마는 늘 엄마였으니, 엄마도 꿈이 있다는 걸 잊고 살죠. 평소 가까운 것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그 속에 어떤 의미를 담아내려고 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다름은 틀림이 아니다”. 제 유튜브 채널 슬로건이에요 지금은 영상 콘텐츠를 활용한 작은 자극이지만 제 목소리와 여러분의 목소리가 더해져 대한민국도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외면 없이 타인을 존중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가 되길 바라요. 지금 이 기사를 보고 있는 여러분 한 사람부터 다름을 인정하는 사람이 되어줬으면 좋겠어요.
Life Meets Life, LIFEPL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