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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PLUS Jul 08. 2019

서퍼 임수정이 말하는
바다와 함께 호흡하는 방법

수요심야토크 6월 이야기



자기만의 방식으로 'Wellness life'를 영위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수요심야토크 : well'은 매월 프리젠터를 선정, 호스트 싱어송라이터 '요조', 시인 '박준'과 함께  특별한 'Wellness'의 가치를 공유합니다. 


'수요심야토크 : well'의 두 번째 주인공은 특유의 균형감각과 유연함을 바탕으로 우아하면서도 매력적인 서핑을 펼치는 프로 서퍼 임수정(@im_s2ujeong)입니다. 최근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서핑 종목에 출전할 예정이기도 합니다.

서퍼 임수정과 함께 서핑을 이해하고 거대한 바닷속에서 파도를 만나 나의 몸과 자연을 잇는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안녕하세요. 파도타기를 좋아하고 정성을 다해 몰두하기를 좋아하는 임수정입니다. 
오늘 저는 육체적 건강이 삶에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전 서핑을 하며 바다와 호흡을 맞춰가는 법을 배웠습니다. 이는 자연의 힘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고 그 어마어마하고 아름다운 흐름과 함께 움직일 수 있게 해주었죠. 오늘 여러분과 그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저와 서핑의 인연은 10여 년 전, 부산에서 백 년 만에 폭설이 내렸던 어느 날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던 남동생은 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으로 듣던 서핑에 푹 빠져있었고 정말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다로 나갔었죠. 폭설이 오던 그날도 마찬가지. 서핑이 뭐야? 저는 너무 궁금해서 따라나갔습니다.

남동생은 구멍 난 슈트 두 장을 낑낑대며 껴입고 보드를 들고 총총 뛰어나가 눈이 흩날리는 거친 바다에서 한참을 놀다가 들어오더라고요. 이렇게 추운데? 돌아온 동생에게 물었어요. 

‘왜 이렇게까지 하냐?’ 

“이거 엄청나게 재밌어 그런데 말로 다 하기가 어렵다.” 



그렇게 이듬해 초여름부터 저도 서핑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동생의 말이 맞더라고요. 사그락사그락 물 움직이는 소리, 온몸을 감싸 안는 빛줄기들, 아주 작은 물장구에도 생기는 반짝이는 공기 방울, 먼 길 흘러온 파도의 움직임, 그 안에서의 나. 말로 다 할 수 없는 그런 매력에 이미 마음도 몸도 푹 빠져버렸죠. (남동생 임수현 선수 역시 국내 최고 수준의 서퍼로 활동 중이며 누나와 함께 2020 도쿄 올림픽에 출전할 국가대표로 선정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때부터 올해까지 10번의 겨울을 바다에서 맞이하는 중입니다. 그 시간 동안 전 바다로부터 많은 걸 경험할 수 있었고 배웠고 바뀌었어요. 그중 가장 큰 변화는 바다와 호흡을 맞추게 된 것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몸 다루는 게 능숙했던 저였기에 파도 위에서도 제 마음대로 몸을 움직이려 했어요. 파도를 느끼고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제 힘으로만 움직였습니다. 때문에 파도와 따로 놀았죠. 그래도 어쩌다 한 번씩 합이 맞아 파도와 함께 쭉 앞으로 나아가면 그동안 넘어지고 물먹고 한 일이 싹 다 잊혀,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고 싶어졌어요. 



너무 재미있어서 나중엔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상태에서 전 고민을 했어요. 어느 고등학교에 가면 서핑을 더 많이 할 수 있을까?  이 고민에 부모님이 저에게 제안을 하나 해주셨습니다. ‘서핑이 너무 좋지? 그럼 제대로 한번 해봐라.’ 

그래서 저와 남동생은 학교를 졸업한 뒤 홈스쿨링을 하며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서핑이 주가 된 삶을 살기 시작했어요. 파도가 있는 날엔 정말 온종일 파도를 타고 수영선수 친구들과 체력훈련을 하고 도서관에서 관심이 가는 분야에 책을 빌려 보고 기회가 되어 외국을 나가 파도를 타게 되고 한국과는 또 다른 파도와 생각들을 접하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 날, 전 하와이에 가게 되었습니다. 하와이의 파도는 한국과는 달랐습니다. 마치 바다 전체가 움직이듯 저에게 달려오죠. 덕분에 집채만 한 파도도 타볼 수 있었고 ‘죽을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 큰 파도에 휘말렸죠. 숨을 쉬며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의 달콤함도 이때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큰 파도를 탈 때도 전 계속 제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었어요. 이때는 한 시간에 파도 한 개 두 시간에 파도 한 개를 겨우 타곤 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타다 보니 재미는 있지만 뭔가 부족하고 어긋나는 것 같았죠. ‘이게 맞나?’ 의문이 들기 시작했어요. 종종 부상을 입었고 다양한 외부 스트레스까지 겹쳐지며 점점 슬럼프가 깊어졌어요,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되었죠.

‘다른 일을 하고 서핑은 가볍게 취미로만 해야 할까?’


그러던 중 서핑을 하는 친한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선생님을 모시고 대만에 가려 하는데 같이 코칭 받을 친구를 모으고 있다. 정말 소중한 선생님인데 너도 만나보면 참 좋을 거 같다고 하고요. 

친구가 말하길 ‘이 선생님은 기술만 알려주시지 않아. 바다에 대해서, 몸에 대해서, 마음에 대해서, 보드에 대해서 알려주셔 그리고 나서 기술은 따라오는 거라 알려주셨어.’라고 답했어요. 전 바로 ‘이 수업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전까지 파도를 타면서 파도의 움직임이 아니라 저의 움직임만 생각했어요. 욕심이 생기다 보니 시야가 좁아진 거였죠. 그래서 전 친구에게 ‘가겠다. 그 선생님에게 배우고 싶다’라고 했어요. 이에 친구는 웃으며 ‘잘 됐다. 오래오래 재밌게 같이 파도 타자.’라며 반겨줬어요. 이후 몇몇 친구들을 더 모아 다 함께 대만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10일 정도를 선생님과 함께 서핑하고 이야기를 하며 배우는 시간을 가졌어요. 선생님은 친구의 말처럼 저 먼바다에서 분 바람이 흘러 흘러 파도가 되는지, 해변에 다다랐을 땐 그 자체로 얼마나 큰 힘을 가졌는지, 그 파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내 몸을 어떻게 해야 파도 위에서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지, 마음은 어디를 향해 있는지, 왜 파도 앞에서 여유를 가지고 미소와 함께 움직여야 하는지, 파도와 나를 이어주는 보드의 특성을 잘 살려 파도를 타는 방법을 알려 주셨어요. 정말 기술은 그 뒤에 따라오는 거였어요.  

전 이 소중한 시간을 통해 자연의 힘을 알게 되었고 그 어마어마하고 아름다운 흐름과 조금씩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여태껏 흔들렸던 뿌리가 튼튼히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이젠 꽤 큰 태풍이 와도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굳센 나무로 자라게 되었답니다.



파도를 타는 모습을 신기하고 재밌게 보던 중학교 2학년 아이가 어느 사이에 자연의 힘을 느끼고 자연과 함께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바람이, 햇볕이, 물결이, 나무가, 모래가 내게 하는 말을 듣게 되었죠. 이제 저는 바다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자연과 몸과 마음에 좋은 느낌, 맛, 행동, 일들로 삶을 채워 나가고자 하는 중이에요. 아주 작은 존재지만 저 역시 소중한 자연의 일부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이지 서핑이란 건 하면 할수록 자연의 힘을 느끼게 되고 감탄하게 됩니다. 앞으로 살면서 얼마나 더 느끼고 더 섬세하게 움직일 수 있을지가 기대돼요.

여전히 실수도 잦고 욕심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땐 결국 제 욕심이 저에게 되돌아오더라고요. 언제가 되었든, 항상 겸손히 바다의 말에 귀 기울이고 약간 아쉬울 정도의 양의 제철 음식과 따뜻한 물로 몸을 채웁니다. 스트레칭과 명상을 하며 몸과 마음을 잘 가꾸며 바다처럼 살아가고자 노력합니다.



살다 보면 희로애락이 모두 있을 거예요. 앞으로도 전 힘듦을 느끼고 행복함을 느끼는 것을 반복하겠죠. 그것을 내 것으로 잘 받아들이는 것이 임수정이라는 한 사람을, 한 세계를 쌓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전 그 일이 아주 재밌어요. 이렇게 파도를, 그리고 세상을 느끼는 일이 제가 몸과 마음을 가지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라고 생각해요. 한 번의 삶. 더 건강한 몸으로 더 다채롭고 아름다운 세상을 더 생생히 듬뿍 느끼고 갈 거예요. 역동적이기도 잔잔하기도 한 바다처럼요! 바다에서 살며 느꼈던 이 행복을 여러분들도 느껴보셨으면 합니다. 들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서퍼 임수정, 그리고 호스트 박준 시인과 함께 한 수요일 밤의 두 시간, 거대한 자연 속에서 나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가꾸고 즐기는 방법을 배우는 즐겁고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매달 계속되는 '수요심야토크 : well'은 라이프플러스의 인스타그램 채널을 통해 신청하여 참여할 수 있습니다. Financial Wellness를 주제로 하는 7월의 수요심야토크도 기대해주세요~!







Life Meets Life, LIFEP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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