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tal : 세번째 이야기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KBS 드라마 <퍼퓸> 속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 신인 배우 강민지를 만났다. 아직은 정말 병아리 같은 신인이지만 자신만의 튼튼한 멘탈 웰니스로 씩씩하게 연기 활동을 해나가는 중이라는 그녀. ‘흔들리는 멘탈을 부여잡는 법’부터 ‘많은 사람들 앞에서 떨지 않는 법’까지 상큼 발랄한 그녀만의 멘탈 관리법에 대해 물었다.
Interviewee
LIFEPLUS 앰배서더 3기
강민지(광운대학교 로봇학부)
자기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2017 SBS 슈퍼모델 출신 모델 겸 배우 강민지입니다. 광운대학교에서 로봇 공학을 전공하고 있고요. 최근 KBS 드라마 ‘퍼퓸’에서 박정윤 역을 연기했습니다.
모델 활동에 이어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어렸을 땐 큰 키가 콤플렉스였는데, 패션모델을 하다 보니 170 정도는 오히려 작은 편이더라고요. (웃음) 처음에는 연기는 꿈도 꾸지 못했는데, 방송 관계자분들로부터 '너는 끼가 많아서 영상에서 더 매력 있게 보인다'라는 말들을 듣게 되어 욕심이 생겼어요. 혼자 오디션도 지원하러 다니며 배워보니까 연기에 애정이 생겼고, 지금은 연기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나로 돌아온 지금도
항상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지고
연기에 임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최근 맡은 배역 '박정윤'은 본인과 닮은 인물인가요?
정윤이는 약간 백치미가 있으면서도 매 순간 꾸밈없는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요. 잔망스럽고 매력 있는 악역이죠. 일단 박정윤과 저의 닮은 점은 패션모델이라는 것? 정윤이는 극중 패션모델 서바이벌에서 파이널에 진출하게 된 신인 모델인데, 저도 패션모델 서바이벌을 했으니까 이 점이 가장 큰 공통점인 것 같아요. 다른 점은 저는 로봇공학을 전공하는 공대생이라 엄청 털털하거든요. 그런데 정윤이는 엄청 발랄하고 귀염뽀짝(?) 해요. 이런 성격적인 부분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하나의 배역을 맡아 연기를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아요.
제가 가지고 있는 성격 중 정윤이와 닮은 부분을 최대한 끄집어내서 연기했기 때문에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어요. 사실 인물이 저와 닮았냐 그렇지 않으냐보다는 캐릭터 연구에 더 중점을 뒀는데요.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땐 시청자에게 확실히 미움받기 좋은 악역이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웃음) 그렇지만 시청자로부터 ‘쟤 되게 귀엽다, 호감이다, 쟤 입장이 이해된다’ 등 공감을 이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다른 드라마에 나오는 악역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들을 찾아보면서 (예를 들면 스카이캐슬의 진진희(오나라) 역이요!) 정윤이를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캐릭터에 애착이 있었던 만큼 종영 후엔 좀 서운했을 것 같아요.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약간 속이 시원하면서 한편으로는 조금 서운했어요. 정윤이는 늘 밝고 쾌활한 친구라 그런지 지금은 그 역할에 빠져 있을 때보다 텐션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본래의 나로 돌아온 지금도 다음 배역을 위해서 항상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지고 연기에 임하려고 노력하고 있답니다.
이제는 마지막인 '정윤'이에게 ‘강민지’가 해주고 싶은 말은 뭔가요?
정윤아, 너보다 먼저 패션모델을 경험해본 사람으로서 항상 너를 응원하고 있었어. 지금 당장 프로듀스 런웨이 합격만이 너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꼭 알았으면 해. 늘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지금처럼 도전하는 정신을 잃지 말자. 너로 지내는 동안 나도 많이 성장할 수 있었어. 정말 고마워. 정윤아 사랑한다. 파이팅!
연기자로서 처음 카메라 앞에 섰을 때 어땠어요? 무지 떨렸을 것 같아요.
당시에 찍은 영상들을 보면, 생각보다 제가 카메라 앞에서 굉장히 즐기고 있더라고요. 어렸을 때부터 발레나 댄스스포츠 같은 예체능 활동을 하며 자주 무대에 섰는데, 이런 경험들이 하나씩 쌓이면서 카메라 앞이든, 수백 명의 사람 앞이든 자신 있게 행동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오히려 많은 사람들의 눈빛이 주는 긴장감이 저를 더 씩씩하게 만든답니다
연기 활동을 하다 보면 인지도도 올라갈 텐데 대중의 평가나 악플이 두렵진 않나요?
인지도가 낮아서 아직 악플이 달린 적이 없어요. 만약 달린다면 오히려 관심 가져주신다는 사실에 고마울 것 같아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악플이 달리면 달릴수록 많은 사람들이 봐준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상처받지 않고 당당하게 즐기려고요. 그 악플을 단 사람이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떨지 않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어린아이들 보면 인형 하나만 있어도 혼자 말을 걸고 이야기를 만들면서 잘 놀잖아요? 그런 모습이 참 자연스럽고 예쁘거든요. 누구나 아이와 같은 동심을 잃게 될 때 남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어른이 된다고 해서 동심마저 모두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어린 시절에 혼자서도 잘 놀았던 것처럼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만의 생각과 행동을 하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세수할 때 거울을 보면서, 또는 셀프 카메라를 찍으면서 미리 할 말을 연습해보는 거예요. 그러다가 좀 자신감이 생기면 친구나 가족 앞에서도 해보세요. 처음엔 부끄러울지 몰라도 그게 반복되다 보면 어느새 많은 사람들 앞에서도 자신감 있게 말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저에게 쉬는 시간은
본업에 들어가기 전, 후에 가지는
충전의 시간인 거죠.
바쁜 촬영 스케줄 때문에 멘탈이 무너진 적 있어요?
제 경우엔 바쁠 때 보다 한가할 때, 주어진 일이 없을 때 더 힘든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그들에게 선택을 받아야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 아무리 성실하고 일을 잘해도 누군가가 선택해주지 않으면 강제로 놀아야 해요. 그렇게 공백기가 조금이라도 생기면 (물론 공백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무기력해지고, 제가 쓸모없는 인간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쉬는 시간을 우울하게 생각하지 않고, 나를 위한 시간으로 더 알차게 보내요. 본업에 들어가기 전, 후에 가지는 충전의 시간이 된 거죠.
쉬는 시간을 알차게 보내며 흔들리는 멘탈을 잘 부여잡는 방법이 궁금해요!
첫째는 일기 쓰기입니다. 일기를 쓰면서 그날 내가 느꼈던 감정들을 구체적으로 쓰고 이모티콘 스티커로 붙어요. 이게 되게 좋은 게, 나중에 특정한 감정을 연기할 때 도움이 많이 돼요. 예를 들어 우울한 기분을 표현해야 할 때, 슬픈 이모티콘이 붙어있는 일기를 읽어서 거기에서 느낀 감정을 다시 한 번 되새긴 다음에 연기를 들어가면 휠씬 자연스럽게 잘 표현되는 것 같아요. 일기장에 평소에는 할 수 없는 심한 욕(?)도 쓰고, 칭찬도 솔직하게 쓰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요. 이게 생각보다 효과가 좋더라고요. 마음에 담아두는 것보다 훨씬 쉽게 감정을 다스릴 수 있어요.
둘째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거예요. 제 경우엔 침대에 누워 TV를 볼 때 제일 힐링이 되고 연기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게 배우에게 교과서이고 공부라고 생각하거든요. 드라마와 영화를 집중해서 보다 보면 그 캐릭터에 몰입하게 되고, 내 감정도 어느 순간 풀려 있게 되는 것 같아요. <해를 품은 달>, <시그널>, <스카이 캐슬>을 정말 재미있게 봤는데, 좋아하는 장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재미없거나 흥행하지 못한 것도 '왜 평가가 좋지 않은지' 궁금해서 찾아서 봅니다. 다양한 작품을 접하다 보면 작품 보는 시각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거든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좋아해요. 스케줄이 없거나 쉴 때 주로 치킨을 먹어요. 치킨을 엄청 좋아해서 어렸을 때부터 별명이 '강민치킨'이었어요. 친구들이 ‘민지야 뭐 먹어?”하면 맨날 '치킨'이라 대답하니까 강민치킨이라는 별명이 생겼네요. 치킨무는 안 좋아해요. 무 들어갈 배가 있으면 치킨 한 조각을 더 먹어요! (웃음)
좋은 영화, 드라마 한 편을 보는 것이
좋은 책을 읽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에게 꿈을 찾아주는 그런 연기를 하고 싶어요.
아까 별명이 인상 깊어서요. 당신에게 ‘강민치킨’이란?
강민치킨이요? (웃음) 음, 제가 첫인상이 좀 무섭고 되게 도도해 보이는데, 조금만 대화 나눠보고 친해지면 (수많은 제 친구들이) 제게 병아리를 닮았다며 병아리 상이라고 많이 얘기해요. 병아리를 닮고 치킨을 좋아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제 운명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저 지금 아무 말이나 하고 있는 거 맞죠?)
본인이 생각하는 mental wellness란 뭔가요?
배우라면 '화면에 못생겨 보이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할 수 있는데, 저는 솔직히 두렵지 않아요. 표정이 일그러지든, 못생기든 그 씬에 맞게, 그 상황을 잘 살릴 수 있는 표정이라면 못생겨지는 것은 두렵지 않습니다. 긍정적이고 건강한 멘탈이 저를 표현하는 데 있어 두려움을 없애 주는 것 같아요. 표정도 좀 더 솔직하고 풍부해지고, 사람을 대할 때도 진심으로 대하게 되는 것 같아요. 가식이 없어진달까요? 털털하고 솔직한 이유가 가식 없고 꾸밈없는 멘탈을 가졌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요. 만약 자존감도 낮고 스스로 자책도 많이 했더라면 남의 시선을 더욱 의식하고, 안 좋은 평가를 받을까 두려웠을 텐데, 건강한 멘탈 덕분에 괜찮은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의 계획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아이언맨 영화를 보다 아이언맨 슈트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로봇공학과에 진학했어요. 지금은 그 시절 강민지에게 그런 꿈을 실어준 아이언맨 역의 로다주처럼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많은 관객들이 나를 봐주고, 저를 통해 꿈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좋은 영화, 드라마 한 편을 보는 것이 좋은 책을 읽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에게 꿈을 찾아주는 그런 연기를 하고 싶어요.
꼭 어린 친구들이 아니라 나이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꿈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제 꿈은 '사람들에게 꿈을 찾게 해주는 사람'이고, 배우로서 연기를 통해 그것을 실현하고 싶어요. 그런 연기를 70세 이후까지 하며 장수하는 게 지금 제 목표입니다. 지금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잘 챙기고, 건강도 챙기면서 오래오래 배우 생활을 하고 싶어요. 아! 액션신을 소화해야 하는 배역도 맡아보고 싶은데요. 태권도 빨간 띠라서 액션 연기에 자신 있습니다. (웃음)
강민지의충전의 시간이 좀 더 궁금하다면?
Instagram @superminji
Life Meets Life, LIFEPL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