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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PLUS May 29. 2020

[LIFEPLUS] KBO 움짤과 공정 이용의 딜레마

머니멘터리 12화


LIFEPLUS의 <머니멘터리>가 어렵게만 느껴지는 투자와 돈의 세계, 그 속의 숨겨진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한국 프로야구 리그가 미국 ESPN에 중계되면서 국내 야구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죠. 온라인에서도 짧게 편집된 몇몇 경기 영상들이 퍼지며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KBO(한국야구위원회)는 개인의 경기 영상 유통을 제한하겠다며 이른바 ‘움짤 금지령’을 내려 팬들의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그동안 ‘움짤’ 사용을 묵인해왔던 KBO가 지금 저작권 문제를 들고나온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작권과 공정 이용의 딜레마’, 

 오늘 머니멘터리의 주제입니다!




KBO가 ‘움짤’을 금지한 사연


저작권 문제가 불거진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KBO의 관점에서 2019년 2월로 시간을 돌려보겠습니다. 당시 KBO는 ‘통신-포탈 컨소시엄(뉴미디어 컨소시엄)’에 야구 중계권과 저작권을 판매했습니다. 대가로 5년간 1,100억 원을 받는, 초대형 계약이었죠.



향후 5년간 통신-포탈 컨소시엄에 속한 통신사와 검색 포털이 운영하는 영상 플랫폼에서만 한국 프로야구 영상물을 볼 수 있도록 정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계약에 따라 팬이 합법적으로 움짤을 게시하기 위해서는 네이버, 카카오, SK브로드밴드/웨이브, LG유플러스, KT 중 한곳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죠. 


KBO와 SNS의 대격돌


물론, 플랫폼 입장에서는 저작권에 강경하게 대응하길 원할 거예요. 자신의 플랫폼에서 영상을 시청해야 광고수입을 포함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으니까요. KBO가 ‘KBO 저작권 보호 홈페이지’를 개설해 저작권 단속을 시작한 것도 통신-포탈 컨소시엄에 약속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였죠.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고 유통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한국 프로야구가 미국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는 상황에서, SNS를 통해 짧은 동영상인 움짤조차 공유할 수 없다는 엄포가 쉽게 받아들여질 리는 만무한 상황입니다. 


저작권법으로도 움짤을 막기 어렵다?


저작권법 역시 저작권자의 배타적 권리만 인정하지는 않습니다. ‘공정 이용’에 해당할 경우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거든요. 공정 이용의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 방법과 충돌하지 아니하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아니하는 경우”


저작권법의 취지가 문화 및 관련 산업에 이바지하기 위함임을 감안하면, KBO가 상업적 목적이 아닌 움짤을 제한하는 데에는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국내 프로 축구 리그인 K리그는 상업적 목적이 아니라면 제지하지 않고 있거든요. 



SNS의 손을 들어주는 반공유재의 비극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이론이 ‘반(Anti)공유재의 비극’인데요. 반공유재의 비극을 설명하기에 앞서 이와 상반되는 ‘공유지의 비극’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미국의 생태학자 개릿 하딘(Garrett Hardin)은 공유지의 비극 이론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소를 키우는 마을에 모두가 제한 없이 사용하는 목초지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목초지가 황폐해질 것이라 말합니다. 마을 주민이 너도 나도 풀을 사용하니 목초지는 황폐해지고 더 이상 소가 자랄 수 없게 된다는 논리인데요.



공유지의 비극 이론과 대척점에 있는 반공유재의 비극 이론은 공유되어야 할 자원이 사유화되는 상황에 문제를 제기합니다. 



권리자가 자신의 몫만을 요구하며 사회에서 유용한 자원이 활용되는 것을 막는다면, 이 또한 황폐화를 가져온다는 것이죠.



반공유재의 비극은 저작물에 대한 무제한적 권리 주장이 가져올 문제를 말할 때 종종 인용됩니다. 저작물에 여러 자작자가 관여하는 경우 저작물의 이용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죠.


저작권자에겐 수익을, 팬에겐 즐거움을


KBO가 움짤 사용을 제한한 것 역시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한국 프로야구 영상물’이라는 자원의 활용을 지나치게 억제하면 문화 발전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물론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어떤 사업이든 수익 창출이 가능해야 발전하기 마련이니까요. 새로운 플랫폼에서의 중계권 수익 창출을 포기하라고 강요할 수도 없습니다.



게다가, ‘움짤’의 기준은 무엇이며, 어디까지 공정 이용으로 봐야 하는지, 문화발전에 기여하는 콘텐츠는 무엇인지 등은 명확히 규정하기 어렵습니다. 자칫하면 공정 이용의 범위가 무한정 넓어질 우려도 있죠.



이렇듯 어려운 문제에 참고할 만한 사례가 있습니다.


미국 프로 농구 연맹(NBA)은 유튜브와 권리 관리 계약을 체결했는데요. 팬들이 NBA의 영상을 재가공해서 업로드할 경우, 그에 대한 광고 수익이 NBA의 유튜브 채널에 돌아가도록 한 것입니다. NBA는 수익을 증대하고, 팬들은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되어 서로 ‘윈윈’인 셈이죠.



이번 사건은 KBO와 뉴미디어 컨소시엄 모두 움짤 제재를 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마무리됐습니다. 문화산업의 발전과 저작권자의 수익 창출은 앞으로도 갈등을 빚겠지만, NBA와 유튜브가 계약을 맺은 것처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가길 바랍니다. 


<머니멘터리> 영상은 LIFEPLUS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해주세요!




Life Meets Life, LIFEP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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