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광야를 함께 걷는 부모 - 기질과 발달로 이해하는 기독교 교육
1.
아이의 책가방을 정리하다가 낯선 물건을 발견합니다. 추궁하면 아이는 고개를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그냥… 너무 예뻐서 나도 모르게 가방에 넣었어."
2.
그 순간 부모의 머릿속에서는 온갖 생각이 소용돌이칩니다. '내가 낳은 아이가 남의 물건에 손을 대다니.'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는데.' 충격과 두려움이 밀려옵니다. 당장 크게 혼을 내야겠다는 마음이 앞섭니다.
3.
아이들의 뇌에서 충동을 조절하고 행동의 결과를 예측하는 기능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이 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은 20대 초반까지 발달이 계속됩니다. 눈앞에 강렬하게 원하는 물건이 있을 때, 그것을 가졌을 때의 기쁨이라는 가속 페달은 힘껏 밟히지만 '이것은 내 것이 아니야, 가져가면 안 돼'라는 브레이크는 아직 약합니다.
4.
피아제(스위스의 발달 심리학자)가 말한 자기중심성도 작용합니다. '내가 이것을 가져가면 친구가 얼마나 속상할까'를 종합적으로 상상하기보다, '내가 이것을 가지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자기 감정에 먼저 압도되는 것입니다. 아이가 악해서가 아닙니다.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능력이 아직 자라나고 있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5.
발달심리학자 윌리엄 데이먼(미국의 발달 심리학자)은 아이들의 도덕적 판단 능력이 단번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관계 속에서 점진적으로 발달한다고 설명합니다. 아이가 남의 물건에 손을 댄 이 사건은 도덕적 타락이 아니라, 도덕적 판단 능력이 아직 형성 중이라는 신호입니다. 그리고 이 순간 부모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그 능력의 방향이 결정됩니다.
6.
아이는 그 물건이 자기에게 기쁨을 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저것만 있으면 나는 행복할 텐데." 이 생각은 어른들에게도 익숙합니다. 더 좋은 차, 더 큰 집, 더 높은 직위. 그것만 있으면 행복할 것 같은 착각. 아이의 마음과 어른의 마음이 다르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순간, 우리는 모두 같은 자리에 서 있습니다.
7.
전도서는 "눈은 보아도 족함이 없고 귀는 들어도 가득 차지 아니하도다"(전 1:8)라고 말합니다. 소유가 마음을 채우지 못한다는 것은 성경이 처음부터 말해 온 진리입니다. 아이가 친구의 지우개 하나에 마음을 빼앗긴 것은, 아이의 마음속에 채워지지 않은 공간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 공간은 물건으로 채워지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부모는 이 상황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요.
8.
가장 먼저, "너 도둑질했어?"라는 말은 절대 하지 마십시오. 이 한마디는 아이에게 수치심의 낙인을 찍습니다. 수치심은 행동을 교정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아이를 숨게 만들고, 다음에는 더 교묘하게 숨기게 만듭니다. 수치심과 죄책감을 구별해야 합니다. "내가 나쁜 짓을 했다"는 죄책감은 행동의 변화를 이끌지만, "나는 나쁜 사람이다"라는 수치심은 사람 자체를 무너뜨리기 때문입니다.
9.
대신 이렇게 시작해 주십시오. "이 지우개가 정말 예뻐서 가지고 싶었구나. 그 마음은 이해해." 아이의 욕구 자체를 공감해 주는 것입니다. 행동을 칭찬하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을 읽어주는 것입니다. 아이는 부모가 자기를 정죄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해하려는 사람이라고 느낄 때, 방어벽을 내리고 진실을 말하기 시작합니다.
10.
아이가 마음을 열었다면, 질문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게 도와주십시오. "네가 이 물건을 가방에 넣었을 때, 마음속에서 어떤 생각이 들었니?" "만약 네가 제일 아끼는 것이 갑자기 없어졌다면 네 마음이 어떨 것 같아? 그 친구의 마음은 지금 어떨까?" "이 물건이 너를 진짜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까?" 이 질문들은 아이의 시선을 자기 욕구에서 타인의 감정으로, 그리고 소유의 한계로 옮겨줍니다.
11.
그다음은 잘못을 바로잡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아이에게는 가장 두렵고 벅찬 일입니다. 친구에게 돌려주고 사과하는 것. 말로는 쉽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합니다. 아이는 혼자서는 어려운 일도 부모가 곁에서 발판이 되어 주면 해낼 수 있습니다. "친구에게 돌려주고 사과하는 건 참 용기가 필요한 일이야. 엄마가 옆에서 같이 가줄 테니 함께 돌려주자." 이 과정은 단순한 처벌이 아닙니다. 잘못을 인정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경험입니다. 이 경험이 아이의 도덕적 근육을 키웁니다.
12.
그리고 일상에서 탐심을 다루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매일 저녁 아이와 함께 '오늘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것들'을 세어보십시오. 없는 것을 채우려는 마음에서, 이미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시선이 옮겨지는 훈련입니다. 사도 바울은 "자족하기를 배웠노니"(빌 4:11)라고 고백했습니다. 자족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배움은 감사를 연습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13.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부모인 우리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에게 "남의 것 탐내지 마"라고 가르치면서, 정작 우리 자신은 이웃의 집, 이웃의 차, 이웃의 삶을 부러워하며 불만족 속에 살고 있지는 않은지. 아이들은 부모의 가르침보다 부모의 태도를 더 정확하게 흡수합니다. 부모가 먼저 이미 주어진 것들 앞에서 감사하며 사는 모습을 보여줄 때, 아이는 말이 아닌 삶으로 자족을 배웁니다.
14.
사랑하는 부모님, 아이가 넘어졌습니다. 그러나 이 넘어짐이 끝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 매일 넘어지고, 매일 은혜 앞에서 다시 일어서는 존재입니다. 아이의 실수를 정죄의 대상으로 보지 마시고, 은혜를 가르칠 수 있는 기회로 보아 주십시오. 세상은 실수한 아이에게 가혹하지만, 가정만은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안전한 곳이어야 합니다.
15.
한 줄 기도, "하나님, 우리 아이가 눈에 보이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사랑이 더 귀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소서. 넘어질 때마다 정죄함 없이 일으켜 세우시는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정직하고 감사하는 아이로 자라나게 하소서."
유찬호 목사 | 등대교육공동체 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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