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광야를 함께 걷는 부모 - 기질과 발달로 이해하는 기독교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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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아이들을 돌보다 보면 의외로 자주 마주하는 일이 있습니다. 화장실 사용을 힘들어하는 아이들입니다. 수업 시간 내내 배를 움켜쥐고 참다가 결국 실수를 하거나, 하루 종일 화장실에 한 번도 가지 않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캠프나 수련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집이 아닌 곳의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이 아이들에게는 넘기 어려운 벽이라고 합니다. 이해가 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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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나이가 어린 아이들, 초등 저학년의 경우 이런 일은 드문 일이 아닙니다. 부모님들은 "우리 아이가 설마"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저학년 교실에서 실수하는 아이들은 꽤 있습니다. 부모님들은 이 사실을 뒤늦게 알고 당혹스러워합니다. "학교에 화장실이 있는데 왜 안 가고 참았어!" 속상함과 답답함이 뒤섞인 말이 먼저 나옵니다. 실수한 아이 앞에서 "이제 몇 살인데 이게 뭐야"라는 말이 입 끝까지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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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이가 하루 종일 참아야 했던 그 시간을 생각해 보십시오. 이것은 아이가 게으르거나 퇴행해서가 아닙니다. 아이마다 이유가 다르고, 그 이유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부모가 할 첫 번째 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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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화장실 자체가 두려운 아이들이 있습니다. 인간의 뇌는 두려운 상황에 직면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며 도피 반응을 일으킨다고 합니다. 학교 화장실의 냄새, 차가운 변기, 시끄러운 물소리의 울림, 혼자 갇혀 있다는 느낌, 다른 아이들이 문을 두드릴까 봐 느끼는 공포. 이런 것들이 아이의 뇌에 실제 위협으로 인식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로 인해 논리적으로 판단하는 기능은 멈추고 두려움을 피하려는 본능이 먼저 작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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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이 예민한 아이들의 경우는 더합니다. 앞서 편식을 다룰 때 이야기한 것처럼, 감각 과민이 있는 아이들에게 학교 화장실의 강한 냄새, 물 내리는 소리의 울림, 변기의 차가운 촉감은 단순한 불쾌가 아니라 감각적 고통입니다. 이 아이들은 버릇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감각적으로 감당이 안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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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두려움이나 감각과는 전혀 다른 이유로 실수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해야 할 일에 너무 집중하고 몰입하다가 화장실 갈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입니다. 수업에 빠져 있거나, 쉬는 시간에 친구와 노는 데 정신이 팔려서, 몸이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하다가 결국 참을 수 없는 순간이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이것은 두려움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조절의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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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심리학자 러셀 바클리(미국의 임상심리학자)는 아동기에 자신의 신체 신호를 인식하고 적절한 시점에 반응하는 능력, 즉 자기 조절 기능이 아직 발달 중이라고 설명합니다. 특히 주의력이 한 곳에 강하게 쏠리는 아이들은 몸의 신호보다 눈앞의 활동이 훨씬 강력하게 느껴집니다. 이 아이들에게는 "왜 참았어"가 아니라 "쉬는 시간마다 화장실에 한번 가보자"라는 구체적인 루틴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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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수줍음이 많은 아이들 중에는 수업 중에 손을 들고 "화장실 가도 되나요"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인 경우도 있습니다. 모든 친구들의 시선이 자기에게 쏠리는 것이 두렵고, 화장실에 간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 창피합니다. 앞서 다뤘던 발표 불안과 같은 맥락입니다. 이런 아이에게는 담임 선생님과 미리 약속을 정해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손을 들지 않아도 눈빛이나 작은 신호로 나갈 수 있게 해 주는 것만으로 아이의 부담이 크게 줄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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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무엇이든, 아이가 실수를 하고 돌아왔을 때 부모의 첫 반응이 결정적으로 중요합니다. "다 큰 애가 이게 뭐야"라는 말, "창피하지도 않니"라는 말은 아이에게 수치심의 낙인을 찍습니다. 수치심은 아이의 행동을 교정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아이의 마음을 닫아버리고, 두려움의 감옥에 아이를 더 깊이 가둡니다. 다음에 실수하면 아이는 부모에게 말하지 않습니다. 숨기기 시작합니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더 깊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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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참느라 정말 힘들었겠구나. 배가 많이 아팠겠다. 실수해도 괜찮아, 씻으면 되는 거야." 하나님께서 우리의 연약함을 체휼하신 것처럼(히 4:15), 부모가 먼저 아이의 고통에 공감해 주십시오. 아이는 자신의 실수가 수용되었다고 느낄 때 비로소 마음을 열고 두려움의 원인을 말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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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구체적으로 도와주십시오. 아이는 혼자서는 넘지 못하는 벽도 적절한 도움이 있으면 넘을 수 있습니다. 화장실이 두려운 아이라면, 주말에 아이와 함께 학교 화장실 또는 공공 화장실(백화점, 대학교 등)에 가보십시오. 가장 밝고 깨끗한 칸을 함께 찾아보고, 문을 잠그고 여는 연습을 해보십시오. 몰입하다 타이밍을 놓치는 아이라면, 쉬는 시간마다 화장실에 가는 루틴을 함께 정해보십시오. 수줍음이 많은 아이라면, 담임 선생님과 미리 조용한 신호를 약속해 두십시오. 아이의 이유에 맞는 발판을 놓아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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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울 때, 혼자라고 느낄 때, 하나님이 너와 함께 계셔.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 마음속으로 '하나님, 저에게 용기를 주세요'라고 기도해 봐. 예수님은 네 기도를 모른 척하지 않으신단다." 작은 기도이지만, 아이가 두려움 앞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배우는 시작점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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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인 우리도 돌아봐야 합니다. 아이의 실수 앞에서 속상한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속상함이 아이를 향한 짜증과 비난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살펴야 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 어른들도 매일 실수합니다. 영적으로, 관계적으로, 매일 넘어지고 매일 은혜 앞에서 다시 일어서는 존재입니다. 하나님이 우리의 넘어짐을 보시고 "다 큰 사람이 이게 뭐야"라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씻기시고 안아주셨습니다. 우리가 그 사랑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아이에게도 같은 자리를 내어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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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부모님, 아이가 실수한 날은 끝이 아닙니다. 이 날은 아이가 자신의 한계를 경험하고, 도움을 받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배우는 날입니다. 두려움에 떨며 하루를 버텨낸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훈계가 아니라, "괜찮아, 함께 해결하자"라는 부모의 한마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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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기도, "하나님, 우리 아이가 두려움보다 더 크신 하나님의 손이 자신을 잡고 계심을 알게 하소서. 완벽하지 않아도, 실수해도, 여전히 사랑받는 하나님의 자녀임을 알고 평안히 잠들게 하소서."
유찬호 목사 | 등대교육공동체 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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