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광야를 함께 걷는 부모 - 기질과 발달로 이해하는 기독교 교육
1.
"어머니, 00이가 자꾸 친구들 머리를 치고 도망가서 친구들이 힘들어해요." 선생님에게서 이런 연락을 받으면 부모님의 가슴은 철렁합니다. 놀라서 아이를 다그쳐보면, 아이는 오히려 억울하다는 듯 씩씩거립니다. "난 그냥 장난친 건데 쟤네가 예민한 거예요!"
2.
상대방은 아프고 불쾌해하는데 끝까지 '장난'이라고 우기는 아이를 보면, 부모는 두려움이 밀려옵니다. '우리 아이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이러다 학교폭력 가해자가 되는 건 아닐까?'
3.
보통 대게 이런 유형의 아이들 중 상당수는 감각 추구형 기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활동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며, 끊임없이 움직이고 자극을 찾아다닙니다. 이 아이들은 타인의 감정과 상황에 대한 공감이나 배려의 감각이 또래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리게 발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4.
'감각 추구' 유형의 아이들은 일상적인 자극만으로는 충분한 감각 입력을 얻지 못합니다. 감각의 역치가 높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하면, 자극을 느끼려면 더 강한 입력이 필요한 아이들입니다. 이 아이들에게 친구를 툭툭 치는 행위는 공격이 아니라 자기 몸이 요구하는 감각적 충족을 얻는 방법일 수 있습니다.
5.
이 아이들은 자기 자신의 힘 조절도 잘 느끼지 못합니다. 본인은 살짝 건드린 것인데 상대에게는 세게 맞은 것입니다. 자기가 가한 힘의 크기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장난인데 왜 그래"라는 말이 거짓말이 아닙니다. 아이의 감각 세계 안에서는 진심으로 '살짝'이었던 것입니다.
6.
여기에 사회적 민감도의 문제가 겹칩니다. 감각 추구형 아이들은 외부 자극을 적극적으로 탐색하는 데 에너지가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상대의 표정이나 목소리 톤에서 불쾌함의 신호를 알아차리는 데 상대적으로 둔합니다. 친구가 찡그리고 있는데도 그것이 '진짜 싫다'는 뜻인지를 파악하지 못합니다. 농담과 진심의 경계를 읽는 데 서툽니다.
7.
"내가 재미있으면 친구도 재미있을 거야"라는 공식이 아이의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감각적으로 역치가 높고, 사회적 신호를 읽는 데 느리고, 인지적으로도 자기 관점에 갇혀 있는 상태. 이 세 가지가 겹칠 때, 아이는 반복적으로 같은 행동을 하고도 왜 혼나는지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8.
이런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더 강한 자극이 아니라 일관된 안정감입니다.
9.
"그만해!"라고 소리치거나, 크게 혼을 내거나, 벌을 주는 것은 일시적으로 행동을 멈추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감각 역치가 높은 아이들은 강한 자극에도 금방 무뎌집니다. 오늘의 호통이 내일은 통하지 않습니다. 처벌의 강도를 계속 높여야 하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강한 자극에 의한 통제는 이 아이들의 행동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합니다.
10.
아동 발달 연구자 앨런 쇼어(애착과 정서 조절 연구자)는 아이의 정서 조절 능력이 양육자와의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상호작용 속에서 발달한다고 강조합니다. 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매일 같은 원칙이 같은 톤으로 반복되는 일관된 환경입니다. 흥분했을 때 소리 지르는 부모가 아니라, 흥분한 아이 옆에서 차분하게 같은 말을 반복해 주는 부모. 이 일관성이 아이의 뇌에 '조절'의 패턴을 천천히 심어줍니다.
11.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첫째, 아이의 감각적 욕구를 건강하게 채워주십시오. 감각 추구형 아이에게 신체 활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수업 전후로 충분히 뛰어놀게 하십시오. 클라이밍, 수영, 태권도, 트램폴린 같은 활동은 이 아이들의 감각적 필요를 건강하게 충족시켜 줍니다. 감각이 충분히 채워진 아이는 친구를 통해 자극을 얻으려는 행동이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12.
둘째, 동기는 읽어주되 행동의 경계는 매번 같은 방식으로 알려주십시오. "네가 친구랑 놀고 싶어서 다가간 마음은 이해해. 그런데 상대가 아프다고 했으면, 그건 장난이 아니야." 이 문장을 첫 번째 사건에도, 열 번째 사건에도 같은 톤으로 말해 주십시오. 감정적으로 폭발하지 않고, 포기하지도 않고, 매번 같은 기준을 보여주는 것. 이것이 감각 추구형 아이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교육입니다.
13.
셋째, 타인의 감정을 '읽는' 연습을 의도적으로 반복하십시오. 이 아이들은 사회적 신호를 자연스럽게 습득하기 어렵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가르쳐야 합니다. 그림책이나 영상을 보면서 "이 친구 표정이 어때? 지금 기분이 어떨 것 같아?"라고 물어보십시오. 저녁 식사 시간에 "오늘 친구가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 순간이 있었어?"라고 대화하십시오. 한 번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반복되면 아이의 사회적 안테나가 조금씩 세워집니다.
14.
넷째, 대안 행동을 가정에서 몸으로 연습하십시오. "친구랑 놀고 싶을 때 머리를 치는 대신 '나랑 같이 놀래?'라고 말로 물어보자. 엄마랑 연습해 볼까?" 감각 추구형 아이들은 언어적 설명만으로는 체화하기 어렵습니다. 역할극을 통해 몸으로 반복하십시오. 손 대신 말을 사용하는 경험이 몸에 쌓일 때, 실제 상황에서도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게 됩니다.
15.
예수님은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마 7:12)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원리를 이 아이들에게 가르칠 때, "그러니까 하지 마"라는 금지의 언어가 아니라 "네가 싫은 것을 친구도 싫어할 수 있어"라는 공감의 언어로 전달해 주십시오. 사회적 민감도가 낮은 아이일수록 한 번에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같은 원리를 반복적으로 경험할 때,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이해하는 순간이 옵니다.
16.
그리고 부모인 우리도 점검해야 합니다. 이 아이들은 부모의 인내심을 극한까지 시험합니다.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아이 앞에서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니!"라고 폭발하고 싶은 순간이 올 것입니다. 그러나 그 폭발이 아이에게 가르치는 것은 '큰 소리를 내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잘못된 학습입니다. 부모가 차분함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이 아이에게는 가장 강력한 교육입니다.
17.
혹시 가정에서 형제간에, 혹은 부모와 아이 사이에서 거친 장난이 일상적으로 허용되고 있지는 않은지도 돌아봐 주십시오. 감각 추구형 아이들은 가정에서 경험한 관계의 강도를 밖에서 그대로 적용합니다. 집에서 장난으로 허용된 수준이 밖에서는 폭력이 됩니다.
18.
사랑하는 부모님, 감각 추구형 아이를 키우는 것은 오래 걸리는 일입니다. 변화가 느리고, 같은 실수가 반복되고, 주변의 시선은 따갑습니다. 그러나 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더 강한 벌이 아니라 더 긴 시간, 더 일관된 환경,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부모입니다. 서툰 장난은 이 아이가 지금 관계 맺는 법을 배우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방법이 잘못되었을 뿐, 친구에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 자체는 소중한 것입니다. 그 마음의 방향은 지키되, 방법을 바꿔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입니다.
19.
한 줄 기도, "하나님, 우리 아이가 상대의 마음을 읽는 눈을 허락하소서. 서투른 다가감이 따뜻한 손길이 되기까지 부모인 우리에게 인내와 일관됨을 주시고, 포기하지 않는 사랑을 허락하소서."
유찬호 목사 | 등대교육공동체 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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