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6 일상의 기적. 13장 혼자 있는 시간의 신성함
13장 혼자 있는 시간의 신성함
우리는 혼자 있을 때, 이유를 알 수 없는 공허함에 사로잡히곤 합니다.
세상은 말합니다.
혼자는 쓸쓸한 것, 고립이며, 채워야 할 결핍이라고.
그러나 정말 그럴까요?
어쩌면 그 ‘고독’이라 부르는 자리가
살아있음이 우리를 가장 가까이 만나는 자리일지도 모릅니다.
혼자 있는 시간은 비어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살아있는 것들로 가득 찬 시간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그저 숨 쉬는 그 순간,
우리는 이미 '살아 있는 생명력의 진동' 안에 있습니다.
나는 그 사실을,
혼자 떠났던 호주 여행에서 처음 또렷하게 체험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떠난 혼자만의 여행,
두려움과 막연한 불안이 있었지만
나는 어느새 시드니의 거리 한가운데 서 있었습니다.
사람들로 가득한 도시 속에서
나는 온전히 혼자였습니다.
그렇게 걷고 또 걷다 보니,
마치 내 삶의 구석구석을 함께 걷는 듯했습니다.
처음엔 낯설었고 조금은 어색했지만,
걸음이 깊어질수록 내 안에서 분명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괜찮아, 그냥 가고 싶은 곳으로 가.”
“걷고, 바라보고, 느끼고, 그냥 그렇게 있어도 돼.”
목소리는 내게 허락을 주었습니다. 목적 없이 걷는 것,
그저 앉아 숨 쉬는 것, 그 자체로 충분하다고.
처음엔 '내 안의 또 다른 나'처럼 느껴졌던 그 울림은
점차 '나'를 넘어선 것이었습니다.
살아있음, 존재 그 자체가
나를 데리고 다니며 세상을 체험하게 하는 듯했습니다.
미래의 걱정도 과거의 후회도 고개를 들 틈이 없었습니다.
시드니의 햇빛과 바람, 바다와 사람들…
그리고 그 순간에 살아 있는 나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느꼈습니다.
‘혼자 있음’이야말로 진짜 ‘함께 있음’이구나.
혼자 있는 시간은 결코 비어 있는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살아 있는 것들로 가득한
살아있음의 숨결이 흐르는 시간이었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산속 공원으로 향해 혼자 걷고 머물렀지만
나는 더 이상 외롭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고요 속에서 나는
나와 더 깊이 함께 있었고,
꽃과 새, 나무와 바람, 햇빛과 물소리…
그 모든 것과 내가 하나로 이어진 듯했습니다.
나와 세상을 나누던 경계가 부드러워지고,
모든 것이 같은 숨결로 살아 있음을 느꼈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 속에서
나는 더 이상 '나'라는 울타리에 갇히지 않았습니다.
나는 더 넓은 전체와 연결되어 있었고,
그 안에서 자유로웠습니다.
자유는 혼자 있기 때문이 아니라
혼자 있는 시간 속에서 '나'라는 경계가 사라질 때 비로소 찾아옵니다.
그 무언의 목소리는
다른 누군가의 이끎이 아니었습니다.
내 안에 깃든 살아있음
그리고 나를 넘어선 전체의 울림이었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은 살아있음이 고요히 내미는 깨어남의 초대입니다.
“지금 여기, 지금 이 순간, 살아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