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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러리 Sep 28. 2024

셰릴 샌드버그의 순간4 : 스캔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는 그때 못 본 체하기로 했다.

알렉스 스타모스는 2015년 6월 페이스북에 최고보안책임자로 합류했다. 전 직장은 야후였다. 알렉스 스타모스는 페이스북 안에서 개인 정보가 취급되는 방식을 보고 기겁을 했다. 페이스북 직원들은 사적인 목적으로 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이용하고도 아무렇지 않아 했다. 한 엔지니어는 데이트 상대의 일거수일투족을 페이스북을 통해 감시하고 있었다. 아무도 그를 제지하지 않았다. 공공연한 일이었다.   

   

2015년 9월 알렉스 스타모스는 셰릴 샌드버그 COO와 마크 저커버그 CEO에게 이 문제를 보고했다. COO는 당시 기능 정지 상태였다. 결정권은 CEO한테 있었다. 제품 개발이 아니라 회사 경영에 관한 주요 정책을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마크 저커버그한테 닥친 것이었다.  

    

마크 저커버그의 결정은 이랬다. 마크 저커버그는 유사한 부정 행위를 저지른 직원을 모두 찾아내도록 지시했다. 무려 51명에 달했다. 모두 해고했다. 동시에 페이스북 사용자 정보에 대한 직원들의 접근권을 제한하도록 내부 시스템을 점검하라고 알렉스 스타모스 최고보안책임자에게 지시했다.      


이때였다면 호미로 막을 수도 있었다. 나중에 가래로도 못 막을 만큼 사태가 커지기 전에 말이다. 대중적으로 보여진 것처럼 셰릴 샌드버그와 마크 저커버그의 관계가 생산적이었다면 말이다. 알렉스 스타모스의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마크 저커버그도 셰릴 샌드버그도 사용자 개인 정보 보호에 기대만큼 적극적이지 않았다.      


이유는 따로 있었다. 마크 저커버그가 개발한 알고리즘과 셰릴 샌드버그가 구축한 비즈니스 모델은 사용자 개인 정보에 대한 거의 무제한적인 접근이 가능할 때 작동되기 때문이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앱을 설치한 사용자의 스마트폰 이용 데이터를 추적할 수 있다. 애당초 앱을 설치하면 자동으로 개인 정보를 페이스북에 제공하는 걸 동의한 꼴이 되도록 디자인해놨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용자의 동의도 받지 않고 무작위로 얻어낸 이용 데이터야말로 저커버그와 샌드버그가 일궈낸 대성공의 원천이었다.      


무의식을 지배하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광고는 이용자 데이터가 있어야 제대로 작동한다. 이건 광고주한테만 쓸모 있는 게 아니다. 페이스북 내부적으로도 광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사용자에 대한 인구 통계학적 데이터와 행동분석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더 중독적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알렉스 스타모스는 몰랐다. 알렉스 스타모스는 CEO와 COO의 역린을 건드렸다.  



알렉스 스타모스는 2024년 9월 현재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사이버 보안을 가르치는 교수로 일하고 있다. 2024년 8월 1일엔 AI 사이버 보안 회사인 센티넬원의 최고정보보안책임자로 임명됐다. 보안 업계에선 자타공인 실력자인 알렉스 스타모스는 2018년 3월 19일 페이스북 최고보안책임자 자리에서 사실상 해임됐었다.      


알렉스 스타모스가 해고되지 이틀 전인 2018년 3월 17일 이른바 데이터 스캔들이 터졌다. 《뉴욕타임즈》는 “트럼프 캠프가 페이스북을 통해 불법으로 수집한 개인정보를 2016년 대선 선거 운동에 활용했다”고 폭로했다. 무려 페이스북 이용자 5000만 명의 데이터가 트럼프 캠프측으로 넘어갔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선거 캠페인의 기본 전략은 집토끼 잡기다. 우리 편이 우리 편한테 투표하게만 만들어도 절반은 이긴 선거라도 본다. 제한된 선거 자금 속에서 선거 광고를 우리 편한테만 집중적으로 노출시킬 수만 있다면 승리에 한 걸음 더 다가간다. 미국의 정치 전략가들이 오랜 동안 골몰해온 주제다. 선거 기간이면 우리 편 유권자의 머리 위에 따로 표시가 뜨는 기적을 이뤄달라고 신에게 기도할 정도다.     

 

페이스북이 기적을 이뤄졌다. 페이스북엔 매월 27억 명이 이용하고 남겨 놓는 이용자 데이터가 쌓인다. 인스타그램의 월간 활성 이용자 20억 명까지 더하면 47억 명이다. 여기에 왓츠앱의 20억 명을 더하면 67억 명이다. 전 세계 인구는 77억 명 정도로 추산된다. 사실상 메타엔 세계인의 개인 정보가 모두 모여 있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      


미국의 유권자 2억 명의 개인 정보는 말할 것도 없다.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였던 억만장자 로버트 머서는 페이스북이 기적을 이뤄질 메신저라는 걸 간파했다. 2014년부터 영국의 신생 데이터 기업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 투자를 했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케임브리지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알렉산더 코건를 통해 2016년 대선 기간 동안 〈디스 이스 유어 디지털 라이프〉라는 성격 조사 설문 애플리케이션을 페이스북 이용자 27만 명에게 배포했다.


성격 검사는 미끼였다. 이용자 데이터 추적이 목적이었다. 자신의 성격이 어떤지 너무 너무 궁금했던 27만 명 말고도 그들의 친구의 친구까지 무려 5000만 명의 개인 데이터가 코건 교수의 서버를 거쳐 다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한테로 넘어갔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5000만명의 이용자 데이터를 분석해서 누가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인지 알아냈다. 그들만을 상대로 집중적으로 페이스북 광고를 돌렸다. 2018년 3월 페이스북을 강타한 데이터 스캔들의 전말이다.      


알렉스 스타모스는 마크 저커버그 CEO가 공개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솔직하게 대중에게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당시 페이스북은 데이터 스캔들 이외에도 2017년 내내 러시아 스캔들로도 이미 곤혹을 치르고 있었다. 러시아 정부가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하기 위해 페이스북에 10만 달러를 투입해 광고 소셜 광고 3000개를 돌렸다. 심지어 500개의 가짜 계정을 만들어서 트럼프한테 유리한 가짜 뉴스를 확산시켰다.      


알렉스 스타모스는 2016년 11월 보안팀을 투입해서 러시아가 대선 개입을 위해 페이스북을 이용한다는 사실을 처음 밝혀냈다. 공개할 순 없었다.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시기였다. 함구령이 내려졌다.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페이스북에 단 두 사람 밖에 없었다.    

  

미국 45대 대통령 선거는 2016년 11월 8일부터 9일까지 치러졌다. 대선이 트럼프의 승리로 끝나자 페이스북 내부에선 러시아의 대선 개입을 공개할지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다.   

   

알렉스 스타모스는 해가 바뀐 2017년 초에 페이스북이 어떻게 러시아와 같은 세력들의 여론 조작에 이용당할 수 있는지를 가상의 사례처럼 설명하는 메모를 인터넷에 공개했다.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방 안의 어른이자 워싱턴과 베이 에어리어에 모두 핫라인을 가진 COO 셰릴 샌드버그의 리더쉽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였다. 셰릴 샌드버그는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셰릴 샌드버그한텐 저커버그를 설득할 의지도 페이스북 조직을 통제할 힘도 없어보였다.     



2017년의 러시아 스캔들과 2018년의 데이터 스캔들의 본질은 같다. 마크 저커버그가 개발하고 셰릴 샌드버그가 상업화한 전 지구적인 소셜 네트워크 생태계가 사악한 목적을 가진 누군가에 의해 손쉽게 악용될 있다는 진실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무엇보다도 셰릴 샌드버그도 마크 저커버그도 결국 그들의 공범이 되는 걸 선택했다는 게 진짜 문제였다. 알렉스 스타모스는 러시아 스캔들 이후 CEO와 COO에게 지속적으로 경고음을 보냈다. 무엇보다 페이스북 내부의 문제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새 출발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5년 일부 엔지니어들이 사적인 목적으로 개인 정보 들춰봤던 문제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마크 저커버그는 물론이고 셰릴 샌드버그도 직면한 문제를 회피했다. 사실 2017년 러시아 스캔들과 2018년 데이터 스캔들에서 페이스북이라는 기업은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정부로부터 광고 수익을 거뒀다.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 캠프도 대선 개입에 성공한 러시아 정부도 이익을 봤다. 피해를 입은 건 미국 민주주의였다. 이건 피해는 있지만 피해자는 없는 상황이었다.      


개인 정보 유출은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정부가 저지른 일이며 페이스북도 피해자였다. 이게 셰릴 샌드버그 COO가 이끄는 페이스북 정책팀과 법무팀의 입장이었다. 알렉스 스타모스가 이끄는 보안팀은 정책팀과 법무팀과 수개월 동안 사실상의 내전을 벌였다. 이길 수 없는 게임이었다. 결국 셰릴 샌드버그와 벌이는 전쟁이었다. 마크 저커버그와 벌이는 싸움이었다. 마크 저커버그는 알렉스 스타모스를 해임하는 걸 넘어서 보안팀까지 통째로 공중분해시켜 버렸다. 셰릴 샌드버그는 모른 체했다.




온라인 인물 도서관 서비스 라이프러리의 인물 정보를 기반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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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보더 테크미디어 더밀크에 연재했던 셰릴 샌드버그의 인물스토리입니다.

라이프러리 오리지널 : 셰릴 샌드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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