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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러리 Sep 28. 2024

셰릴 샌드버그의 순간6 : 메타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의 자리는 그때 메타에는 없었다.

2021년 10월 29일 열린 커넥트 콘퍼런스에서 마크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의 이름을 메타 플랫폼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5년 안에 페이스북이 메타버스 기업으로 인식되길 원한다. 지금 우리의 회사 이름은 페이스북이라는 하나의 제품만을 뜻한다. 메타버스라는 미래는 말할 것도 없고 현재 우리가 하고 있는 다양한 사업을 대표할 수도 없다.”      


이제는 메타로 불러야 하는 페이스북의 커넥트 콘퍼런스는 VR과 AR과 관련한 연례 행사다. 2014년 페이스북이 AR 기기 업체인 오큘러스 VR를 23억 달러에 인수한 뒤부턴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중요한 가상증강현실 관련 콘퍼런스 가운데 하나가 됐다.      


그런데 2021년 행사는 성격이 좀 달랐다. 페이스북의 리브랜딩 행사에 가까웠다. 무엇보다 마크 저커버그는 혼자였다. 90분의 프리젠테이션을 단독 드리블로 진행했다. “저커버그의 원맨쇼”라는 평가가 나왔다. 마크 저커버그 옆엔 이미 셰릴 샌드버그의 자리는 없었다.      


페이스북을 창업했던 초창기 마크 저커버그가 도저히 이해하지도 용납하지도 못했던 부분이 있었다. 사람들이 인터넷에선 현실의 나와는 다른 나가 되고 싶어한다는 얘기였다. 평범한 사람들한텐 당연한 얘기다. 현실의 평범남이 가상현실에선 영웅이 되고 싶어하는 건 자연스러운 욕망이다. 페이스북을 설계할 때도 유저가 멀티 아이덴티티를 갖게 해줘야 한다는 게 다른 개발자들의 생각이었다.      


마크 저커버그는 단호하게 반대했다. 오히려 반문했다. 왜 사람들은 내가 아닌 다른 내가 되고 싶어하는가. 마크 저커버그는 현실의 나와 다른 가상의 나를 원한 적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해서 페이스북은 현실의 나를 확장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디자인됐다. 나를 조금 미화하고 과장할 수는 있지만 어쨌든 나의 연장이었다.     

 


마크 저커버그가 설계한 메타버스 역시 마찬가지다. 마크 저커버그는 자신을 투영한 아바타로 변신해서 메타버스 세계에 들어간다. 메타의 메타버스는 현실의 연장이다. 호라이즌 서비스에선 가상의 집을 지을 수 있다. 현실보다 화려한 대궐일 수도 있다. 그것이 내 집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페이스북처럼 메타에서도 나는 나인 것이다.      


메타의 메타버스는 그래서 나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확장하는데 최적화돼 있다. 페이스북이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보여줬고 인스타그램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보여줬다면 메타는 내 영혼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보여준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내가 나를 프린세스로 비춰지기로 결정했다면 현실의 쉘 속에 갇혀 있는 고스트는 공주인 것이다. 저커버그라는 조물주가 설계한 메타버스에서 언제나 중요한 건 나다. 심지어 마크 저커버그는 자신의 설계한 메타버스를 처음 소개하는 자리에서조차 마크 저커버그였다. 나였다.      


메타의 메타버스는 사티아 나델라가 설계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메타버스와 여로 모로 비교가 된다. 사티아 나델라는 MS의 메타버스를 협업하기 좋은 가상공간으로 만들었다. MS의 화상회의 서비스인 팀즈에 메타버스를 적용한 메쉬 포 팀즈가 대표적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내가 아니라 우리다. 메쉬 포 팀즈는 메타버스에서 증강현실이 된 오피스360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MS의 홀로렌즈를 쓰고 메쉬 포 팀즈에 접속하면 가상공간 속에서 거의 모든 업무 처리가 가능하다. 홀로렌즈는 메타의 오큘러스처럼 MS가 키우는 가상현실 디바이스다.      


사티아 나델라는 메타버스가 우리가 우리로 연결되기 어려운 현실을 새로고침해줄 수 있다고 믿는다. MS의 메타버스 안에선 우리는 업무적으로 더 잘 협업할 수 있다. 모두가 나 밖에 몰랐던 마이크고소프트를 불타는 승강장에서 구원해낸 사티아 나델라다운 메타버스다. 마크 저커버그의 메타버스와는 다르다.      


메타에서 마크 저커버그는 셰릴 샌드버그 없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야만 한다. 나를 내세운 메타에서 마크 저커버그가 내세우고 있는 전략은 셰릴 샌드버그 광고 전략의 확장판이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그랬던 것처럼 사용자의 무의식적인 욕망을 자극하는 광고다.      


나의 영혼을 담은 메타가 나의 생각을 담은 페이스북이나 나의 생활을 담은 인스타그램보다 훨씬 더 파괴력이 큰 광고 플랫폼이 될 가능성은 크다. 여기에 나의 통찰을 담은 스레드까지 더해지면서 나나나나의 제국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마크 저커버그의 메타엔 강력한 훼방꾼이 하나 있다. 애플이다. 사실 애플은 메타가 소셜에서 메타버스로 사업의 중심을 옮기도록 궁지에 몬 장본인이다.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의 이름을 메타로 바꾸면서 사실상 재창업 과정에 돌입한 건 내부고발자 프란시스 호건의 폭로 때문이라거나 셰릴 샌드버그의 후퇴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 아니다.      


애플의 CEO 팀 쿡이 2021년 4월부터 앱 추적 투명성 정책을 실행에 옮겼기 때문이다. 애플은 iOS14 업데이트부터 개인의 사전 동의 없이는 페이스북 같은 서비스들이 이용자 데이터를 수집할 수 없도록 하는 이른바 옵트인 방식을 의무화했다. 사용자가 개인 정보 추적을 허용하기 전까진 모든 기기의 광고 식별자 값은 0이다. 광고 식별자에 접근하지 못하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맞춤형 광고를 할 수 없다. 사실상 셰릴 샌드버그가 만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비즈니스 모델이 붕괴된 셈이다.      


마크 저커버그는 2021년 한 해 동안 메타의 메타버스 부서인 리얼리티랩스에 100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리얼리티랩스는 초창기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처럼 매출이 없다. 2021년 리얼리티랩스가 기록한 영업손실은 101억93만 달러에 달한다. 메타가 애플의 앱 추적 투명성 정책으로 날려버린 2021년 매출 손실분과 딱 맞아 떨어진다.    

  

리얼리티랩스는 오큘러스를 중심으로 메타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을 모두 동시에 이끌고 있다. 중요한 건 메타가 하드웨어에 그 어느 때보다 진심이라는 점이다. 페이스북폰을 출시했다가 금방 접었을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더 이상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을 통해 빼낸 개인 정보를 활용해 돈을 벌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애플 때문에 잃은 손실은 2021년 전체 매출의 8%에 달했다. iOS14 업데이트 이후 앱 추적에 동의하는 소비자는 전체의 4% 남짓에 불과하다. 저커버그가 다시 한번 메타를 메타버스 광고 왕국으로 번창시키려면 일단 사용자들이 메타의 오큘러스를 쓰고 돌아다녀야만 한다. 가상현실안경이 스마트폰을 대신해야만 한다는 얘기다. 하드웨어 문제를 풀지 못하면 소프트웨어는 써보지도 못한다.      


팀 쿡은 애플의 앱 추적 투명성 정책을 변호하기 위해 스티브 잡스의 어록까지 인용했다. “개발사들은 지레짐작하지 말고 사용자들이 개인 정보를 공유하고 싶은지 매번 확인해야 한다.” 가뜩이나 보안에 집착하는 것으로 유명한 팀 쿡이 스티브 잡스의 레거시까지 내세우는 순간 셰릴 샌드버그의 레거시는 과거의 유물이 됐다.


      

그렇게 셰릴 샌드버그는 2022년 6월 1일 메타를 떠났다. 셰릴 샌드버그의 퇴장은 셰릴 샌드버그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이어 또 한번 저커버그를 숙제를 대신 해주지는 않겠다고 선을 그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2012년엔 마크 저커버그가 신혼여행을 떠났다. 2022년엔 샌드버그가 재혼을 앞두고 있다. 셰릴 샌드버그는 퇴임 의사를 밝히면서 2020년 5월 약혼을 발표했던 톰 번설과 결혼할 계획도 공개했다. 이번엔 샌드버그가 신혼여행을 떠날 차례였다. 셰릴 샌드버그는 톰 번설과 2022년 8월 20일 와이오밍주 잭슨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온라인 인물 도서관 서비스 라이프러리의 인물 정보를 기반으로 작성됐습니다. 

인물을 읽다 인생을 알다 라이프러리 



크로스보더 테크미디어 더밀크에 연재했던 셰릴 샌드버그의 인물스토리입니다. 

라이프러리 오리지널 : 셰릴 샌드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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