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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러리 Nov 18. 2024

아라빈드 스리니바스의 순간 : 검색

아라빈드 스리니바스 퍼플렉시티 창업자는 그때 구글에 도전하기로 선택했다.

2024년 9월 4일이었다. 샘 올트만 방한 이후 AI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인 아나빈드 스리니바스가 한국을 찾았다. 아라빈드 스리니바스는 SK텔레콤과 협약식을 가졌다. 아나빈드 스리니바스는 문답 검색 엔진 퍼플렉시티 AI의 창업자다. 구글식 키워드 검색이 아니라 사용자 질문의 맥락을 파악해서 답변을 해준다. 퍼플렉시티는 20년 넘게 이어진 구글 검색 엔진의 시대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새로운 검색 엔진으로 주목 받고 있다. SK텔레콤은 진즉부터 퍼플렉시티에 주목했다. 이번 협약식을 통해 SK텔레콤 사용자는 1년 동안 무료로 퍼플렉시티의 고급 버전은 퍼플렉시티 프로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퍼플렉시티는 한국에선 SK텔레콤과 손잡았지만 일본에선 소프트뱅크와 손잡았다. 각국의 1위 통신 사업자와 손을 잡고 있는 것은 미래 휴대폰 시장의 방향이 PAA이기 때문이다. PAA는 개인화 인공지능 에이전트의 약자다. 전자기기를 통해 연결된 인공지능이 사용자의 모든 니즈를 해결해주는 솔루션이다. 전자기기가 휴대폰이든 안경이든 사실 상관 없다.


통신회사들은 이제까진 통신료로 수익을 거뒀다. 그래서 애플과 삼성 같은 하드웨어 스마트폰 회사들과 제휴했다. 하드웨어 스마트폰이 있어야 통신망에 접속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론 파트너쉽의 대상이 휴대폰 회사가 아니라 퍼플렉시티와 같은 응용 인공지능 회사로 바뀔 수 있다. 어떤 PAA를 사용하느냐가 사용자의 편의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자체 개발한 에이닷 비서를 한국 PAA의 최강자로 키우려고 한다. 그러자면 퍼플렉시티의 문답 검색 엔진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퍼플렉시티는 사용자의 니즈를 헤아리고 그에 걸맞는 답변을 찾아내는 오케스트레이션에 최적화돼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라빈드 스리니바스는 퍼플렉시티 인공지능이 답변 엔진에서 행동 엔진이 될 것이라고 본다. 퍼스널 아티피셜 에이전트를 통해 사용자의 모든 행동을 대행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길찾기부터 쇼핑부터 여행 예약까지 모두 퍼플렉시티 검색 엔진을 통해 가능해진다.


더 나아가선 사용자의 질문 의도를 분석해서 사용자의 결정을 대신 내려줄 수도 있다. 데이트를 위해 특정 식당을 예약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트하기 좋은 식당을 추천해서 예약해주는 것이다. 이때 어느 레스토랑에 갈지의 선택은 인간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대신 내려주게 된다. 행동 엔진을 넘어 선택 엔진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퍼플렉시티는 결국 인간의 모든 생각과 행동에 관여하는 슈퍼앱으로 진화하게 된다.


아라빈드 스리나바스 퍼플렉시티 창업자가 오픈AI에 인턴으로 합류한 2018년은 일론 머스크와 샘 올트만 사이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때였다. 그때까지 아라빈드 스리니바스한테 일론 머스크는 록스타였다. 정작 일론 머스크는 아라빈드 스리니바스가 오픈AI에 합류한 직후 오픈AI 안에서 분탕질을 치고 있었다.


오픈AI의 인공지능 연구에 돌파구를 찾아낸 건 샘 올트만 CEO와 일리야 슈츠케버 최고과학자였다. 일론 머스크는 2015년 구글이 검색 시장에 이어 인공지능 시장까지 장악하게 놔둬선 명분을 앞세워서 샘 올트만과 일리야 수츠케버와 오픈AI를 공동창업했지만 정작 테슬라와 뉴럴링크 같은 다른 회사에 더 집중했다. 그러다가 샘 올트만과 일리야 슈츠케버가 파운데이션 모델을 기반으로 생성AI를 기계 학습시킬 방법을 찾아내자 갑자기 주도권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일론 머스크는 오픈AI의 연구 성과를 테슬라의 자율 주행이나 뉴럴링크의 두뇌연결에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뜻대로 되지 않자 오픈AI의 키맨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더 이상 오픈AI에 관여하지도 지원하지도 않겠다고 얘기했다. 최대 투자자이자 슈퍼 스타 창업자가 오픈AI를 떠나겠다고 하자 당연히 회사 분위기는 엉망진창이 됐다. 아라빈드 스리나바스가 “드라마틱했다”고 회상하는 순간이다.


아라빈드 스리나바스는 오픈AI가 초거대 언어 모델 머신 러닝을 위해 일론 머스크 대신 대체 투자자들을 찾아다니던 과정을 지켜봤다. 결국 MS의 사티아 나델라와 손잡게 되지만 그 과정에서 오픈AI는 영리 회사로 탈바꿈했다. 2015년 창업 당시 비영리 법인으로서 인류를 위한 일반 인공 지능을 만들겠다는 명분을 앞세웠지만 결과적으론 일론 머스크나 샘 올트만이나 똑같은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초거대 언어그건 불가피했다.


아라빈드 스리나바스는 2019년부터 2021년가지 구글 딥마인드에서 일했다. 구글 역시 초거대 언오 모델을 오픈AI처럼 속도전으로 개발하고 있었다. 구글에서 아라빈드 스리니바스는 역설적으로 구글의 최대 약점을 발견했다. 구글 검색은 사용자가 많이 클릭한 페이지를 보여주도록 설계돼 있다.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만든 검색 알고리즘인 페이지 랭크다.


그렇지만 사용자가 많이 클릭한 웹페이지가 반드시 사용자한테 최선인 검색 결과는 아니다. 게다가 구글 검색 엔진은 사용자에게 최다 클릭 페이지 주소를 보여줄 뿐이고 그 다음부터 필요한 정보를 찾는 건 다시 사용자의 몫이었다. 구글의 검색 결과는 사용자가 원하는 답변이 아니었다.


아라빈드 스리니바스는 구글 딥마인드에서 일하면서 구글에 관한 책을 읽었다.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였다. 이때부터 아라빈드 스리니바스는 구글 검색에 균열을 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라빈드 스리니바스는 2021년 오픈AI에 정식으로 입사했다. 이번엔 인턴이 아니라 정식 연구원이었다.


아라빈드 스리니바스를 오픈AI로 이끌어준 인물은 오픈AI의 연구 과학자 존 슐먼이었다. 존 슐먼은 UC버클리에서 컴퓨터 공학 박사 과정을 이수하던 아라빈드 스리니바스의 은사였다. 아라빈드 스리니바스는 UC버클리에서 인공지능 머신 러닝 중에서도 강화학습에 관한 논문을 써서 주목을 받았다. 인공지능이 이미 학습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스로의 사고 능력을 강화하는 일종의 플라이휠이었다.


아라빈드 스리니바스는 인공지능이 강화학습으로 스스로를 개선시키는 플라이휠을 새로운 검색 엔진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봤다. 구글도 모르는 아이디어는 아니었다. 단지 구글은 기존 페이지링크 검색 엔진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을 포기할 수 없어서 검색을 혁신하지 않고 있을 뿐이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클릭하는 페이지로부터 검색 광고를 받는 것이 구글의 최대 수익원이기 때문이었다.


아라빈드 스리니바스는 2022년 8월 오픈AI 출신의 동료 연구원들인 조니 호와 데니스 야라타스와 함께 퍼플렉시티AI를 공동창업했다. 퍼플렉시티AI는 서비스 출시 6개월 만에 MAU 100만 명을 돌파했다. 웹사이트 방문자수는 4500만 명에 달한다. 매출액은 1000만 달러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누적 투자액은 7360만 달러에 달한다.


퍼플렉시티의 몸값은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3년 3월 시리즈A 라운드에서 2600만 달러를 유치했고, 2024년 1월 시리즈B 라운드에선 4760만 달러를 유치했고, 다시 2024년 6월 13일엔 SK텔레콤으로부터 1000만 달러를 추가로 브릿지 투자 받았다. 퍼플렉시티의 투자자 중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와 엔비디아 창업자 젠슨 황도 있다. 실리콘밸리 빅테크 거물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삼성전자도 투자자로 참여했다.


역설적으로 아라빈드 스리니바스는 퍼플렉시티AI에서 생성AI를 훈련시키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2018년 일런 머스크와 샘 올트만의 충돌을 보면서 자체적인 파운데이션 모델을 훈련시키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2022년까지 구글에서 일하면서 구글이 가진 검색 시장의 허점을 포착했고 그것을 생성AI를 통해 공략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아라빈드 스리니바스는 퍼플렉시티AI를 생성AI의 컨슈머 프로덕트 회사로 정의한다. 생성AI를 응용하는 회사인 것이다. 응용 분야는 검색이다. 아라빈드 스리니바스는 퍼플렉시티의 인공지능 엔진으로 오픈 소스 모델인 라마3를 선택했다. 퍼플렉시티는 본질적으로 라마3를 검색에 최적화시킨 파인 튜닝 회사다.


퍼플렉시티에 의해 파인 튜닝된 생성AI 검색은 소비자들에게 구글 검색과는 차원이 다른 검색 경험을 제공해준다. 핵심은 검색의 시작점인 질문이다. 구글은 검색 결과에 집중했다. 클릭수에 기반해서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사고 방식이다. 반면 퍼플렉시티는 사용자의 질문을 분석했다. 사용자의 질문을 쪼개서 더 많은 세부 질문으로 분해해서 사용자의 진짜 질문 의도를 이해한다.


세분화된 질문들에 맞춰서 퍼플렉시티가 자체 개발한 검색 증강 생성 기술을 통해 질문과 관련된 결과값을 자체 검색을 통해 도출한다. 실제로 퍼플렉시티 검색 엔진을 활용해보면 인공지능이 사용자 질문을 재해석하고 분해해서 해당 미세 질문에 최적화된 웹사이트를 검색하는 것을 시각적으로 볼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이 초 단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 과정이 끝나면 퍼플렉시티 검색 엔진에 LLM이 개입하게 된다. 질문에 걸맞는 답변을 인간 언어로 재구성해서 사용자한테 들려주는 것이다. 퍼플렉시티가 답변 엔진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그렇지만 본질적으로 퍼플렉시티는 답변 엔진이 아니라 질문 엔진이다. 질문을 세분화하는 것이 지식 검색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지식의 시작은 언제나 질문이다. 이때 퍼플렉시티는 다양한 최신 정보 소스를 검색한다. 정보 제공자인 퍼블리셔를 공개해서 사용자의 답변의 신뢰도를 높여준다.


퍼플렉시티 초기만 해도 퍼블리셔와 IP 마찰이 있었다. 구글 검색과 달리 퍼플렉시티 검색은 무단으로 퍼블리셔가 생산한 지식정보를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나빈드 스리니바스는 이 문제 역시 구글 모델의 재해석으로 해결했다. 퍼플렉시티가 검색한 결과값에 포함된 퍼블리셔에게 수익을 배분하는 모델을 구축한 것이다.


퍼플렉시티는 월 20달러 수준의 구독료로 연간 2000만 달러의 반복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유료 구독 검색의 시대를 연 것이다. 구글 무료 검색과는 차원이 다른 검색 결과를 제공해준 덕분이다. 연간 2000만 달러의 수익에다 오픈 소스 라마를 기반한 덕분에 영업이익률도 높을 수밖에 없다. 퍼블리셔에 대한 수익 쉐어 모델이 가능한 이유다.


여기에 퍼플렉시티는 구글의 아성인 광고 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역시 핵심은 질문이다. 질문에서 특정 기업이나 브랜드로 이어지는 연관 질문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퍼플렉시티는 사용자의 질문을 세분화하기 때문에 당연히 사용자의 다음 질문도 예상할 수 있다. 이때 스폰서 질문을 추가하면 광고 모델이 가능해진다. 퍼플렉시티는 2024년 말까지 스폰서 질문 광고 모델을 수익화할 계획이다. 그렇게 구글의 아성에 균형을 내기 시작하는 것이다.


아라빈드 스리니바스는 인도 첸나이 출신이다. 첸나이의 옛 지명은 마드라스다. 인도 4대 도시 중 하나로 현대차 인도 공장이 위치해 있다. 아라빈드 스리나바스는 인도공과대학 마드라스 캠퍼스를 졸업했다. 그런데 아라빈드 스리나바스는 학부에선 컴퓨터 전공을 못했다. 점수가 모자란 탓이었다. 대신 아라빈드 스리니바스는 전자 공학과에 진학했다. 학부 내내 컴퓨터 공학과를 청강하면서 자신이 컴퓨터 공학과 학생들보다 더 뛰어나다는 것을 입증하려고 애썼다.


아라빈드 스리니바스는 영어를 잘 못하는 어머니가 구글 검색 엔진 앞에서 계속 헤매는 장면을 자주 목격했다. 제대로된 영어 키워드를 넣지 못하면 구글은 쓰레기 검색 결과만 보여줬다. 아라빈드 스리나바스는 미국 유학길에서도 MIT 입학에 실패했다. 아라빈드 스리나바스를 받아준 대학은 버클리 뿐이었다.


컴퓨터 공학에서 내내 언더독이었던 아라빈드 스리나바스는 구글에 입사하는 걸 목표로 하기보단 구글이 장악한 검색 시장에 균열을 내는 것을 목표로 삼게 됐다. 어머니의 불편함을 목격하면서 구글의 한계를 경험했다.


퍼플렉시티는 30년 가까이 지속된 구글 앞에 이제까지 등장한 가장 강력한 위협이다. 구글 역시 최근 AI 오버뷰를 선보이면서 퍼플렉시티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클릭 검색 광고 매출을 포기할 수 없는 구글은 혁신의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아라빈드 스리니바스는 생성AI 시대의 새로운 래리 페이지가 될 가장 유력한 후보다. 퍼플렉시티의 벨류는 이미 5억 달러를 넘어섰다. 키워드의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 이제부턴 질문의 시대다.



온라인 인물 정보 서비스 라이프러리의 인물 정보를 기반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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