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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똑서 Jul 12. 2018

지하철에서 우는 여자

나는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다. 아무리 바빠도 출퇴근시간이 있다. 왕복 4시간이 걸리는 출퇴근길은 나에게 황금 같은 독서시간이다.

출근 시간대의 지하철 안은 조용하다. 책 읽기 가장 좋다. 그에 비해 퇴근길은 소란스럽다. 그럴 땐 가끔 오디오북을 듣는다. 피곤한 두 눈을 감고 들으면 집중이 잘 된다. 가끔 눈으로 읽는 것보다 귀로 듣는 것이 좋을 때가 있다. 오디오북을 듣다가 너무나 아름다운 여자를 봤다. 그 여자는 울고 있었다. 너무나 아름답게.    


지하철안 내 앞에 서 있는 여자가 운다. 휴지로 눈물을 훔친다. 콧물도 흘리며 울고 있다. 계속 흐르는 눈물에 휴지가 부족한 듯싶다. 책을 보고 울고 있는 것이다. 지금 그녀는 <고래>라는 책을 읽고 있다. 운 좋게 자리에 앉은 여자가 두 눈을 꼭 감고 있다. 감은 눈 사이로 눈물이 흘러내린다. 생각에 잠긴듯하다가 다시 눈물을 흘린다. 접었던 책을 편다. 다시 두 눈을 감는다. 책에 빠져 있는 그녀가 아름답다. 너무 아름다워 바라보는 내가 황홀할 지경이다.    


가끔 지하철에서 책에 몰입하는 사람들을 본다. 책을 읽다가 지하철 문이 닫히기 일보직전에 뛰어내리는 사람. 추운 겨울에도 전철을 기다리면서 가로등 불빛에 책을 읽는 사람.

스마트폰 화면을 보는 사람들 속에서 책에 몰입한 사람에게는 후광이 비친다. 아름다워 보인다. 지하철에서 책 읽는 사람은 아름답다. 아름다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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