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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똑서 Jul 16. 2018

공부의 참맛

2016년 겨울, 지하철 파업이 3개월째 계속 되고 있다. 지금은 밤 9시이다. 지금 40분 동안  파주로 가는 경의선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지하철 파업으로 정상운행이 안 되고 있다.  짜증이 솟구쳤다. 내 시간을 갉아먹는 게 아깝다. 6살 딸이 있는 집에 언제 도착할 지 막막하다.    

다른 사람은 뭘 하고 있나 주변을 둘러봤다. 다들 스마트폰질이다. 하긴 마땅히 할 일이 없다. 그런데 몸집이 왜소한 20대 초반 여자가 집중해서 공부를 하고 있다. 벽에 기댄 채. 버려질 수 있는 시간을 잘 활용하고 있는 그녀가 예쁘다. 무언가 몰입한 순간에 사람들이 아름다워 보인다.

나는 저렇게 공부한 적이 있었나? 최근에는 공부하지 않는다. 학교 다닐 때도 이런 식으로 타의에 의해 무작위하게 주어진 시간에 공부를 해 본 기억은 없다. 공부를 손에서 놓은 지 오래다.     

아니다. 나는 지금 책을 읽는다. 독서도 공부다. 내 가방에는 항상 책이 있다. 만일 가방에 책이 없었다면 시간을 죽이기 위해 무의미한 스마트폰을 했을 것이다. 뜻하지 않게 기다리는 시간은 무방비 상태이다. 무엇을 할지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어지는 시간은 버려지기 쉽다. 특히 타의에 의해 버려지는 시간은 더 아깝게 느껴진다.     

나는 이제 강제로 공부하지 않아도 되는 40살이다. 그래서 스스로 공부한다. 누가 시켜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서 공부가 참 맛있다. 왜 공자가 “배우고 때때로 그것을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고 말했는지 이제야 알겠다. 배우고 익힘으로써 얻게 되는 결과로 좋은 대학, 좋은 직장, 높은 소득 때문에 기쁘다는 뜻이 아니다. 책을 읽으면 저절로 배우고 익혀진다. 그리고 그를 통해 조금씩 성장하는 기분을 느끼면 그야말로 그 자체로 기쁘다.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내가 아닌 기분은 느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배움의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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