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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똑서 Aug 08. 2018

지하철 예술무대

퇴근길, 서둘러 걷다가 멈칫했다. 맑은 피리소리가 잔잔하게 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발걸음을 돌려 잠시 감상했다. 정말 오랜만에 직접 듣는 피리소리다.(내가 직접 피리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던가? 잘 모르겠다.) 마음에 잔잔한 파도가 일렁거렸다. 감동의 순간이다. 메마른 마음에 단비가 촉촉이 내렸다. 그래서였을까? 그냥 갈 수 없었다. 작은 돈을 기부하고 돌아섰다. 아직은 삭막하지 않은 내 마음에 뿌듯했다.


그날도 퇴근길이었다. 라틴음악계열이 흘러나왔다. 추억의 ‘라 밤바’다. 흥겨웠다. 저절로 몸이 흔들리는 듯 했다. 직장에서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면서 건조해진 감성이 몇 방울의 물이 떨어져 말랑말랑하게 된 느낌이다. 음악적인 감성이 젬병이 나에게도 음악의 힘이 느껴진다. 귓가에 들려오는 이국적이고, 감미로운 노랫소리에 피로도 한 겹 벗겨진다.


지하철을 타러 사당역으로 오면 가끔 예술무대를 한다. 정신없이 서둘러 집에 가는 내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멈춰 선다. 잠깐 음악 감상을 한다. 지하철 예술무대에 서는 사람은 프로도 아니고 유명하지도 않다. 프로는 아니지만 그냥 내 메마른 감성에 단비를 뿌려주기에는 충분하다. 이 무대를 마련해준 모든 분들에게 저절로 감사하는 마음이 피어오른다.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내 지갑도 열린다.


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 뇌에서 쾌감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모노아민계)이 분비 된다고 한다. 특히 모노아민계 중에서도 뇌에 자극을 주고 쾌감을 가져다주어 우울증 효과가 있는 세로토닌이 분비된다. 즉 음악을 듣고 기분이 좋아질 때 우리 뇌에서 모노아민계 물질들이 싱글벙글 웃고 춤을 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참 신기하게도 원시시대부터 돌, 나무, 뼈 조각 같은 것으로 악기를 만들어 두드리고, 노래를 불렀다. 또한 노동의 서러움을 달래주는 노동요도 있다. 지금처럼 뇌의 신경전달물질의 작용 같은 것은 몰랐다. 그냥 음악을 듣거나 노래를 부르면 기분이 좋았던 것이다. 기분 좋으니까 여러 악기가 생겨나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처럼 음악은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인간의 생존에 뭔가를 주고 있다. 음악을 들으면 긴장이 풀어진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설명하기도 이해하기도 힘든 음악의 힘이다. 음악은 참 신비롭다. 지쳤을 때 음악을 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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