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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똑서 Aug 09. 2018

지하철 땀냄새

무더운 퇴근 지하철, 운 좋게 자리에 앉았다. 속으로 ‘아싸’하고 쾌재를 불렀다. 다음 정거장에서 젊은 남자가 옆자리에 앉았다. 젊은 남자의 몸에서 땀에 전 시금털털 쾌쾌한 냄새가 났다. 장마철에 빨래가 덜 말랐을 때 나는 냄새와 비슷하다.


더위를 먹었는지 환영이 보였다. 그의 후끈하게 달아오른 몸에서는 더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것을. 눈을 비볐다. 이상하네. 머리를 흔들리고 다시 읽던 책에 집중했다.


옆자리에 앉은 남자의 열기가 온전히 그대로 나에게 전해진다. 불쾌감이 최고로 오른다. 그래도 자리에서 일어나기 싫어 끝까지 앉아 있었다. 지하철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어도 남자의 후끈한 열기는 쉽게 식지 않는다. ‘조금만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라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다음 용산역, 더 많은 사람들이 탔다. 많은 사람의 열기가 더해진다. 이미 지하철 에어컨이 감당할 수 있는 날씨와 사람의 수를 넘어섰다.


이럴 때 발동하는 합리화 프레임. 여름이니까 어쩔 수 없다.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면서 인간의 몸에서 나는 냄새에 불평할 수 없다. 그런데 결론이 좀 뭔가 거시기하다. 그렇다면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덥다는 민원이 제기되었나보다. 지하철에서는 “지금 에어컨을 최대로 풀가동하고 있습니다.”라고 방송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하철 이용자들이 할 수 없는 것은 없을까?


에티켓이 필요하다. 특별한 것은 아니다. 지하철 출퇴근시간에 사람들은 바로 코앞에서 옹기종기 붙어있는 모양이 된다.

좁은 공간을 공유하는 친밀한 사이에의 기본은 서로 잘 씻는 거다. 속옷도 자주 갈아입자. 지하철을 타기 전에 양치질을 하자. 양치질을 할 수 없다면 껌이라도 씹자.

특히 무더운 여름날, 삼겹살에 술 한 잔을 했다면 제발 택시를 타라. 비좁은 지하철에서 당신의 체취(體臭)에 토를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이런 기본 에티켓만이라도 지키면 한결 청결한 지하철 환경이 될 것이다.


잠깐, 이런 말을 하는 나부터 먼저 뒤돌아봐야겠다. 나는 예외일 것이다. 나한테는 냄새가 안 날 것이라는 생각은 망상이다. 퇴근 전에 양치질부터 먼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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