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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똑서 Aug 10. 2018

비 온다!!!

#01

비가 온다.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

똑! 똑! 똑!

청아하다.

일률적이다.

마음이 편해진다.


공기 중에 둥둥 떠 있는

미세먼지가 싹 씻겨 내리겠구나.

싹~ 싹~


지하철에서 내려

사무실까지

우산 쓰고 오는

짧은 시간에 듣는

빗소리 덕분에

마음이 편안하고 차분해진다.



#02

111년만에 무더위라고 여기저기서 떠든다.

에어컨도 없던 111년 전에는 어떻게 견뎠을까?

호기심이 발동하여 111년 전인 1907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찾아봤다.


1907년은 대한제국 시기로 고종이 강제 퇴위되고 일본이 우리나라의 군대를 강제 해산하고, 경찰권을 강탈했던 시기이다. 헤이그특사 사건도 있었다. 속 터지는 일이 팡팡 터지던 시절, 지금 더위는 그때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구나. 갑자기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갑자기 밖에서 우두두 소리가 난다.


이야~ 소나기가 내린다. 이리 반가울 수가 없다. 첫사랑을 만나면 이리 반가울까! 마음 같아서는 우산을 던져버리고 두 팔을 벌려 비를 맞으며 신나게 춤을 추고 싶다. 산성비라도 상관없다. 난 머리숱이 많으니까..ㅎㅎ 비야 비야. 반갑다. 왜 이제 왔니? 너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니? 아니야. 이제라도 와줘서 고맙다.


뜨겁게 달궈진 시멘트 바닥이 세차게 쏟아지는 소나기에 식어간다. 비야, 네가 이렇게 대단하구나. 비야, 네가 이렇게 오니 나무와 꽃, 건물들이 좋아라 하는구나. 그걸 보고 느끼는 나도 좋다. 111년전 우리 조상도 이 무더위에, 속터지는 일상속에서 너를 이리 반가워했겠구나.


언젠가부터 비가 좋아지고 있다. 옷이 젖는 게 싫었던 나는 이제 없다. 내가 달라졌다. 더 좋게 변하고 있는 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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