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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똑서 Aug 13. 2018

시커먼 비둘기

전철에서 내려 사무실까지 걸어가는 길, 한 무리 비둘기가 있다. 내가 바로 옆으로 가도 비둘기는 날아가지 않고, 걸어간다. 뒤뚱뒤뚱. 나는 법을 잊어버린 것일까?


지금은 비둘기가 날지 않아서 다행이다. 비둘기가 날았다면 날갯짓하면서 떨어진 수만 개의 세균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휴~ 안도하며 갔다. ‘어~똥이다. 비둘기 똥이다. 어휴~ 하마터먼 밟을 뻔했네!’ 까치발로 비둘기 똥을 서둘러 피해 지나갔다.


지나가면서 번뜩 의문이 든다. ‘언젠가부터 비둘기가 혐오에 대상이 되었을까?’ 평화의 상징이던 하얀 비둘기가 말이다.


아차, 우리가 올림픽이니 무슨 행사 때마다 날려 보냈던 그 평화의 비둘기가 바로 너희들이구나. 하얗던 너희가 이 도심에서 살아남기 위해 시커먼 비둘기로 변한 것이로구나. 미안하다. 오늘의 너를 만든 게 바로 우리 인간이었구나!


앞으로 너희를 보면 “미안하다. 미안하다. 용서하렴.” 말해야겠다. 그리고는 “살아 있어줘서 고마워”라고 덧붙여야겠구나. 세상은 인간만 사는 게 아니지. 너와 내가 어울려 사는 세상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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