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을 하다가 8살 딸이 갑자기 물었다.
“엄마는 언제가 제일 행복했어?”
어린 시절, 20대, 결혼 전 후 생활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에서 지나갔다. 잠깐이었지만 곰곰이 생각해봤다.
“음.... 엄마는 지금이 제일 행복한 것 같아”
상투적이지만, 마음에 있는 그대로를 표현한 말이었다. 내 답변을 듣고는 바로 이어서 딸이 질문을 했다.
“그럼, 엄마 오늘이 제일 행복한 거네. 오늘 뭐가 제일 좋았어?”
딸이 툭 던진 질문에 내 대답도 무심코 나왔다.
“오늘은 그렇게 좋았던 건 없는데……. 뭐 맨날 좋을 수 있냐? 좋을 때도 있고, 안 그럴 때도 있는 거지!”
그러자 딸이 말했다.
“에이~ 그럼, 지금이 가장 행복한 것은 아니네.”
잠시 그 말을 듣고 나니
“헐…….”
그게 그렇게 되는 거구나!
나는 어디서 주워들은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다. 지금 행복한 사람이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다.”와 같은 상투적인 말을 내 머릿속에 집어넣었는지 모르겠다.
과거에 얽매이고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말로만 지금 이 순간을 살아야한다는 강박을 지니고 있었나보다. 또 어쩌면 나는 지금을 아주 잘 살고 있다는 표시를 딸에게 은연중에 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지혜로운 엄마라는 코스프레를 하고 싶었던 걸까?
이런 저런 생각이 교차했다. 어찌됐든 나는 나를 알게 되었다. 나는 오늘을, 지금 이 순간을 가장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머리와 가슴이 일치되지 않았던 것을 딸의 말을 통해 가슴 저리게 깨달았다.
하루에 한 가지라도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무엇인지, 즐기고 감사했던 일은 무엇인지 알아차려야겠다. 그러려면 순간순간 깨어있어야 한다. 이제 알았기에 앞으로 내 마음상태는 더 열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