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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똑서 Oct 02. 2018

공 굴러가듯

퇴근하고 집에 가면 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그 날은 무슨 재미있는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A하고 놀았어. A가 나 아이스크림 사줬다. 고마워서 비즈 하트 만들어 줄 거야."


A가 돈을 갖고 있었나보다. 그 돈으로 둘이 놀다가 아이스크림을 사서 같이 먹었나보다. A에 줄 비즈 하트를 만들면서 말한다.


" 그런데 엄마, 이상하지? A하고 놀 때는 공이 잘 굴러가는데……. B랑 놀 때는 공이 안 굴러간다. B는 내가 아이스크림도 사주고, 마이쮸도 사줬는데 걔는 나 하나도 안 사준다. 심지어 나한테 주는 것을 싫어해. 공이 안 굴러가."


딸은 8살이다. 아이가 쓰는 "공이 굴러가듯"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쏙 들었다.


지치고 힘들 때 마음을 고요하게 달래주는 책을 읽어왔다. 그런 책들을 읽으면서 ‘물 흐르듯, 순조롭게, 자연스러운 리듬’을 탄 듯한 느낌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인간관계, 인생, 삶, 상황, 여행 기타 등등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순조롭게 리듬을 타면서 흘러가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

그 느낌이 가장 나다운 길을 가고 있다는 신호이다. 딸은 그걸 이미 느끼고 있다. ‘공 굴러가듯 자연스럽게, 순조롭게’ 이어지는 관계를 느끼고 있다.


8살 아이도 알고 있다. 느낌으로 말이다. 우리는 누구나 알고 있다. 자기의 느낌을 믿고 따라야 한다.


 합리적인, 계산적인 방법론적 문제해결은 접어두자.  불합리하고 즉흥적이고 생각 없이 사는 것처럼 들린다고? 그런데 느낌이 없다면 사는 맛이 없지 않을까? 지금 다들 ‘나답게 살라’고 말한다.


나답게 사는 게 무언가? 바로 내 느낌대로 느낌에 충실하게 사는 거다. 내안의 목소리를 찾고 내 느낌대로 사는 것이 바로 나다운 것이다. 느낌적인 느낌! 그런 느낌이 있다는 것이 살아있음을 반증한다.

본인의 마음에서 느껴지는 그것.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그것. 인생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느낌의 문제이다.  내 느낌이 어떠한가에 집중하자. 자신의 느낌을 따라가면 자기의 길이 나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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