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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똑서 Oct 01. 2018

엄마가 빨리 배워둬

  엄마가 딸을 돌봐주고 있어 퇴근하고는 엄마 집으로 간다. 감사하게도 엄마가 저녁밥을 차려주신다. 그날은 엄마가 가지볶음을 해주셨다. 방금 만든 따끈따끈한 가지볶음을 딸과 맛있게 먹는중


8살 딸이 말했다.

“엄마, 여름이라 덥지만 가지볶음은 뜨거워야 맛있어. 그치?”


요 녀석 봐라. 여름이라 덥지만 뜨거워야 맛있는 음식이 있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가지볶음이다. 내가 맛있게 먹으니 딸도 덩달아 할머니 요리 실력을 칭찬한다. 급기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엄마,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엄마가 빨리 배워둬~~”


밥 먹다 말고 이 말을 들으니까 슬퍼졌다.


“딸, 할머니가 돌아가신다고 생각한다고 하니까 슬프다. 너도 엄마가 죽는다고 생각해봐~”


8살 딸도 자기가 너무 오버했다는 것을 느꼈는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엄마, 일어나지도 않은 일 슬퍼하지 말고, 맛있게 가지볶음 먹으면서 기쁜 걸 생각하며 살자”


우리 집 꼬마철학자 딸을 어떻게 당할쏘냐. 오늘도 한수 배웠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 걱정도, 두려워도 말고, 지금 옆에 있는 엄마를 많이 사랑하며 살자. 엄마가 있지만 그 소중함, 그 애절함을 느끼지 못 하고 살았다. 아직은 엄마의 자리를 당연하게 여기는 못난 딸이지만, 이제는 엄마를 잃어버리기 전에 엄마에게 많이 베풀며 사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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