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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똑서 Oct 07. 2018

나는 8개다

잠자기 전 양치질을 하면서 딸이 느닷없이 말했다.

“엄마, 나는 8개다. 그리고 엄마는 40개다”


뜬금없는 딸의 말에 물었다.

“왜?”


딸은 골똘히 생각하며 말했다.

“1살 때의 나, 2살 때의 나, 3살 때의 나, (…) 7살 때의 나, 8살 때의 나가 모두 있는 거야. 그리고 엄마는 지금까지 40개의 엄마가 있는 거야”


딸의 말을 들으면서 스티븐 잡스가 스탠포드 대학교 졸업식 연설문이 오버랩 되었다. 점과 선 이론이 탄생한 스티븐 잡스의 그 연설문을 짤막하게 소개하면 이렇다.

“내가 대학을 다닐 때 앞을 내다보고 점을 연결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앞을 내다보고 어디에 점을 찍고 그 점들을 연결하겠다는 계획은 불가능했다. 다만 나중에 회고하면서 그 점들을 연결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은 각각의 점이 미래에 어떻게든 연결될 거라고 믿어야 한다. 여러분은 믿어야 한다. 나는 이런 생각을 버린 적이 없었고 그게 내 인생을 바꿔놓았다.”


즉 잡스의 이야기는 점에 있는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다. 또한 그 순간의 점이  미래로 연결된다고 믿어야 한다고 한다. 


지금의 나는 과거에 내가 찍은 점들이 만들어 놓은 존재다. 딸의 말처럼 나는 30살 때의 나와 35살 때의 나는 다른 존재였다. 39살 때의 나와 40살 때의 나도 엄연히 다른 존재다. 나라는 존재는 분명 하나지만, 단 한 번도 같았던 적이 없다. 

그래서 더 희망적이다. 지금 내가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나는 달라질 거라는 말이니까. 40살의 내가 찍은 점이 41살로 가는 선으로 이어진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조금씩 좋아지면 나는 더 멋지고 아름다운 사람이 되겠지.  흐믓하다.

그러기 위해 지금의 점에 있을 때 잘 살아내야 한다. 그 점들을 이으면 선이 될테니까. 또한 지금 찍는 점이 선으로 이어지니까 지금 이 순간을 제대로 살아야하는 이유기도 하다.


엄마도 시간이 지나야 진짜 엄마가 된다. 아기가 태어난 순간부터 엄마가 되는 건 아니었다. 딸이 1살일 때 엄마 나이도 1살이었다. 딸이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엄마 나도 한 살씩 먹었다. 엄마 나이는 아이 나이와 같다. 엄마와 아이는 함께 성장한다. 지금 이 순간을 아이와 잘 살아내면 그렇게 나는 더 멋진 엄마가 되어있겠지. 


그러기 위해서 오늘도 아이의 말에 귀 기울여 들으며 같이 감탄하고, 놀라고, 웃는다. 


“딸, 너는 어려운 말을 아주 쉽게 설명한다. 정말 멋져. 역시 꼬마 철학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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