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 앤은 사교적이지도 살갑지도 않다. 어느 누구에게나 똑같다. 시어머니는 그런 앤이 못마땅하다. 앤 역시 자기 자신이 바뀌기를 바라는 시어머니가 탐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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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전날, 빨강머리 앤은 시댁에 갔다.
시어머니가 빨강머리 앤을 보자마자 뭐라고 한다.
시어머니 : 전화 좀 자주 해라. 너처럼 전화를 안 하는 며느리는 이 세상에 없다."
앤은 시어머니가 하는 말에 익숙한 듯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다. 이 세상에 너 같은 며느리는 없다며 앤을 이상한 별종으로 만드는 것은 시어머니의 주특기였다. 한편 그렇게 말하는 시어머니도 절대 먼저 전화를 하지 않는다.
빨강머리 앤은 엄마가 혼나는 걸 딸 주디가 지켜본 게 마음에 걸렸다. 앤은 과자를 사주겠다며 주디를 마트에 데리고 나왔다.
앤 : "아까 엄마가 할머니한테 혼났잖아. 너는...."
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디가 끼어들었다.
주디 : "엄마, 할머니가 외로워서 그래. 나도 엄마 아빠 없을 때 전화하고 싶어 지더라."
앤은 8살 주디가 엄마가 혼나는 것을 보고 혹시 상처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시어머니는 일찍이 남편을 여의고 혼자가 되었다.
8살 주디는 할머니가 그 이야기를 한 속마음까지도 간파하고 있었다.
내가 잊고 있었던, 내 입장만 고수하느라고 보이지 않았던 것을 주디는 보고 있었던 것이다.
주디 덕분에 앤은 시어머니를 조금이나마 이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