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홈스쿨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나 Aug 23. 2019

홈스쿨링을 한다고 하니...

6개월 홈스쿨링 D-10

홈스쿨링.


미취학 아이들에게 '스쿨링'이란 단어를 쓰는 게 맞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가정보육이라고 하기엔 요즘 유치원생들의 학습 수준을 간과하는 것이기에 내가 집에서 하려고 하는 건 홈스쿨링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5세와 7세인 두 아들을 첫째의 초등학교 취학 전 6개월간 홈스쿨링을 한다고 주위에 밝혔을 때,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이랬다.


- 와 대단하다. 애들한테 너무 좋지 (대부분의 지인들)
- 저는 절대 못 할 일이네요 (육아가 너무 힘든 워킹맘)
- 저도 학교 안 가고 홈스쿨링 하고 싶어요 (벌써 학교가 힘든 초등학교 2학년 조카)
- 근데 그러면 언제 일하시려고요? (다른 워킹맘)
- 아 정말... 요? (두 아이가 다니고 있던 유치원 선생님)
- 하다 정 힘들면 그때 또 어디 기관에 보내면 되지 뭐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들)
- 아무래도 유치원 보내는 게 좋지 않겠니? 네가 너무 힘들 것 같은데 (심히 더 걱정해주는 사람들)


요 며칠, 사실 특히 오늘은 더 많이 흔들렸다. 유치원 선생님께 카톡을 보낼까 하여 '선생님... (혹시 저희 아이 다음 달에 그냥 다녀도 될까요? 아직 자리 있죠?)'라고 생각한걸 '선생님'까지만 썼다가 지웠다.


방에서 나와 아침을 먹고 있는 아이들에게 다가와 앉았다. 그리고 물어보았다. (사실 내가 나에게 물어보고 싶은 질문들)


"너네 정말 할 수 있겠어?"

☞너 정말 할 수 있니?


"유치원 가는 것보다 심심할 수도 있어"

☞애들이 심심해서 친구 보고 싶다고 하면 어쩔 거야. 유치원 가고 싶다고 울면 어쩔 거야. 나가면 다시 들어가기 힘들 텐데.


"알다시피 엄마는 일을 해야 해서, 너희의 자유시간이 엄마가 일하는 시간이야. 엄마는 그 시간은 서재방에서 일할 거야. 그땐 너넨 집에선 뭘 하든 알아서 놀아야 해"

☞나 일할 시간이 너무 줄어들어서 지금까지 해오던 것들도 못하게 되면 어쩌지.


"아침은 이젠 시리얼 아님 과일주스 아님 과일이야"

☞아침은 대충 먹여야 내가 점심과 저녁을 먹일 수 있을 듯


"시리얼도 너네가 우유 꺼내서 먹을 정도가 되어야 해"

☞새벽에 일어나서 일을 하고 최대한 오전에 모든 일을 끝내고 아이들과 일과를 시작해야겠어.


...


듣는 건지 마는 건지 아이들은 아침을 먹으며 끄덕였다. 생각해보니 5세와 7세에겐 뭔가 너무 심각한 것 같아서


"아냐 그래도 재밌을 거야. 엄마가 재밌게 해 줄게"

"많이 놀러 가자"

"펀 튜즈데이 다시 하자"

"이모네랑 할머니네 많이 데려갈게"

"비행기 타고 가서 1달 동안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자"


라고 이야기하고 허둥지둥 준비하여 등원을 시켰다.




아이들의 홈스쿨링은 열흘 후 시작된다.


갈대같이 흔들리는데도 결국은 다시 홈스쿨링으로 마음을 잡는다. 잘할 자신도 없으면서 하려고 하는 이유는 솔직히 잘은 모르겠다.


그런데,

그래도 해보고 싶다.


나에겐 일도 중요하지만, 그만큼이나 아이들이 중요하다.

나만의 특별한 육아 스토리를 만들어보고 싶다. 나중에 그 추억으로 함께 웃을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내가 상상해온 교육을 한번 시도해보고 싶다.

육아는 일의 걸림돌이 아니고 엄마가 함께 성장할 수 있음을 몸소 체험해보고 싶다.  

외국에서 아이들과 장기여행을 하고 싶다.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다.

지지고 볶을 이 6개월이 아이들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길 바란다.


해보는 거다.


약 2년 전,

5년의 공백 후 그렇게 바랬던 재취업이 되었으나

육아문제로 혼란스러워 하던 나에게 친구가 건넨 말이 생각난다.


(우선해봐. 해보다가) '아님 말고!'






매거진의 이전글 일부러 다른 동네의 학원을 간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