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20대] 17일차: 날 것으로의 나(1)

by 읽쓰생정

17일차



선생님은 매번 우는 소리를 하는 내가 안쓰러웠나 보다. 계속 힘을 불어넣어 주시려는 따뜻한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감사할 뿐이다. 아무리 강한 척하더라도 결국 사람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태어난 것 자체가 홀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기에, 끝없는 상호 소통의 절정에서 나 또한 태어난 것이기에 감정의 연대에 대한 목마름은 거부할 수 없는 본능이다.






질문17: 나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동안 나는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한 해를 충분히 최고치를 살았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연말에는 나를 위한 보상으로 마음껏! 정말 마음껏! 아무런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쉬고, 마음 푹 놓고 편히 지내면서 최대한 나를 아껴주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언제나 그렇게 하겠습니다.


글을 쓰는 습관도 오로지 나에게 즐거움이 있을 때만 유지해 나가겠습니다. 어떤 일이건 억지로 할 필요는 정말이지 세상에 아무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앞으로도 언제든 나에게는 글쓰기라는 안식처가 있다는 사실도 기억하겠습니다. 썼다 안 썼다를 반복하더라도 놓지 않고 쭉 써나간다면 글쓰기가 내 인생 후반부에 정말 든든한 친구가 되어줄 것임을 압니다.


이 모든 사실을 알 만큼 현명한 나를 칭찬하고 격려합니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하면서 연말을 보내겠습니다. 오늘도 쓰고 싶은 대로만 쓰면서 하루를 시작하겠습니다. 지금 내 마음속에 남겨진 하고 싶은 말을 모두 쏟아내는 귀중한 한 주로 활용하고 2021년 연말 질문 글쓰기 과정을 마치겠습니다.




1달 가까이 아침에 일어나 글을 쓰고,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시간과 계절에 따라 글 쓰는 태도나 내용도 많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남은 4일 동안은 지난 제20대의 삶을 천천히 돌아보고, 그 안에서 느끼는 감정을 솔직히 적어보고자 합니다. 지난 기억을 떠올리며 글로 적어본 적은 없기에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바로 생각나는 옛 기억들을 적으면 제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조금은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 질문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기억은 아동 대상 멘토링 프로그램을 만들어 조그맣게 사업을 했던 시절입니다. 처음 시작은 봉사 단체였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지역의 홈스쿨링 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멘토링을 하는 대학생 봉사 단체였는데, 각자의 사연으로 집에서 공부하는 아이들과 책을 같이 읽고 이야기 나눈다는 소개 내용에 끌려 지원했습니다. 1년 동안 활동을 하다, 단체장으로 선출되었고 아이들에게 보다 전문적인 지식과 따뜻함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교육학, 철학, 사회복지학 등 다양한 교수님들께 프로그램에 대한 의견과 자문을 받았고 프로그램을 세분화하였습니다. 봉사단체 시절과 가장 크게 바뀐 점은 단순히 책만 읽는 활동을 넘어 아이들과 멘토링 한 시간을 대폭 늘렸다는 점입니다. 말이 멘토링이지 아이들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에 힘을 쏟았습니다. 큰 지식이 없는 우리들보다 더 전문적으로 책에 대해 강독해 줄 사람은 많다고 생각했고, 우리가 아이들에게 더 잘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니, 함께 하는 동료들 모두 아이들을 순수하게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떠올랐습니다. 그렇게 아이들이 그 어떤 방해나 판단, 평가를 받지 않고 편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공간을 조금씩 만들어 갔습니다.


아이들이 의견을 처음부터 끝까지 말할 수 있도록, 소수의 인원들로 수업을 진행하며 아이들의 말을 들어주는데 집중했습니다. 함께 읽을 책을 선정할 때는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가 담긴 책들을 선정했으며, 기존 초/중/고 대상이었던 프로그램의 대상도 보다 소규모로 운영하기 위해 초등생으로 제한했습니다. 뜻이 맞는 동료들을 추가로 모집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단체를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 동료들과 우리와 대화하는 아이들, 또한 그들의 부모님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윤곽을 조금씩 잡아갔습니다. 모두가 열심히 노력한 것에 대한 보답일까요, 미래의 큰 그림이 흐릿하게나마 보일 때 즈음 우연히 사업 공모전을 보게 되었고 프로그램과 사업계획을 제출하여 입선하였습니다. 그렇게 학생 입장에서는 꽤나 큰 금액인 1000만 원이 파일럿 프로그램 지원비로 우선 지급되었습니다.


모두가 부푼 꿈을 안고 단체의 새로운 이름을 짓고, 로고를 만들고 수업을 하게 될 장소를 물색했습니다. 새로운 단체의 이름은 ‘생각하는 학교, 혜윰’으로 지었습니다. 일편적인 학교 지식을 넘어 적어도 우리의 공간 안에서는 그 어떤 이야기라도 할 수 있고, 엉뚱한 생각이라도 온전히 받아들여지는 공간, 서로의 생각들이 자유롭게 소란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렇게 진행되었던 저의 첫 번째 사업은 1년 좀 덜 된 기간이 지난 후, 경제적 부분과 학업과 병행하기 어려운 시간적 부담감으로 인해 결국 마무리하였습니다.


그때 치열하게 고민했던 순간들, 패기만 넘치고 실력 하나 없는 제 의견을 존중해주던 교수님들, 학부모님들, 무엇보다 저를 믿고 따라주던 동료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기억납니다. 자신감만 있던 저를, 무엇을 믿고 그렇게 잘 대해주셨는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넌지시 물어보고 싶습니다. 오랜만에 되돌아보니 감사한 것들밖에 없네요.


20대 때를 돌아보자고 마음먹은 순간, 이 기억이 먼저 떠오른 이유를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사업을 하고 싶은 건가,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은 건가… 어떤 목적이 있는지 생각해 보았는데, 아무래도 이번에는 제 무의식이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그저, 그때 함께 했던 동료들, 아이들, 교수님들과의 관계가 그리워서, 서로의 공통된 꿈을 가지고 치열하게 고민했던 그때의 순간순간들이 그리워서 떠오른 것 같습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을 통해 좋은 영향을 받고 싶습니다. 무미건조한 삶 속에서 그때처럼 무언가 의욕을 다시 불태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계속>


* [안녕, 나의 20대] 시리즈는 제삼자의 질문에 대해 스스로 답변하며 과거의 감정을 정리하는 과정입니다.

제가 실제로 참여한 프로그램 경험을 바탕으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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