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16: 나는 요즘 조금은 지쳐 있습니다. 요동치는 마음으로 활기가 떨어지는 순간들도 찾아옵니다. 그렇지만 그 안에서 내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만은 틀림없이 알고 있습니다.
내년도 계획 대신 나는 오늘의 내 마음을 적어보겠습니다. 더하여, 주말 동안 내 마음을 위해 어떤 것들을 할 예정인지 적어보겠습니다.
이번 주는 너무 우울했습니다. 한 달 전에 잡은 약속들이 취소되고, 업무가 밀려 토요일에 기어코 나가 회사에서 일을 하고… 당연히 합격할 줄 알았던 대학원도 떨어졌습니다. 갑자기 모든 불행이 겹쳐져 짜증이 났습니다. 우울하다기보다는 짜증이 났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습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쫓기듯이 살아야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루하루 나름 열심히 살아가는데, 뒤돌아보면 이룬 것 없이 시간만 빠르게 흘러가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만 있고 싶은 날. 이번 주말이 딱 그랬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갑자기 너무 지쳐 책 읽기나 강의 듣기 등 소위 생산적이라는 행동부터 휴대폰 메신저 보는 사소한 일까지 어느 하나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날씨 따뜻한 토요일 오후에 아무도 없는 회사에 출근했습니다. 일을 하고 돌아와 필요하지도 않은 잠을 잤습니다. 잠을 자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저녁도 밤도 아닌 어중간한 시간에 눈이 떠져 더 늘어져 버렸습니다.
아무 이유 없이 무료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집 근처 아웃렛으로 가 비즈니스 코트를 샀는데, 잠이 좀 깬 다음에 남은 이번 달 생활비가 얼마인지, 다음 달까지 어떻게 아껴야 할지 계산하는 것에 신경이 더 쓰여 머리만 더 아팠습니다. 저번 주 호기롭게 선생님께 말씀드린 주말 계획은 반도 채우지 못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선생님과 함께 글쓰기를 시작한 지 3주 째를 지나고 있음에도 제가 세운 주말 목표를 실천한 적이 없네요. 사회생활이라는 것은, 직장인으로서 나 한 몸 건강히 먹여 살린다는 것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힘이 드네요.
언젠가는 끝날 한정된 인생이기에, 열심히 살아야 되는 것은 맞지만 그 안에 제가 쉴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고 있는 요즘입니다. 남 좋으라 일하지만, 결국 그 남들은 저를 티끌 하나 신경도 써주지 않는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일이 많고 바쁘다면 주말 계획을 조금 줄이는 것이 나을 것도 같으나, 이런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 오히려 주말 계획을 더 과도하게 짜내고 있는 듯합니다.
선생님께서 저번 주에 추천해주신 영화 ‘싱 스트리트’는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영화에는 자신의 욕구와 감정에 충실한 멋진 친구들이 나오더라고요. 정말 좋아서 하고 싶은 것들을 하는 그 친구들은 주변 사람들도 변화시키죠. 영화를 보면서 조금 더 자신에게 솔직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동시에, 제가 세우는 주간 / 주말 계획들이 진정으로 나의 행복을 바라며 세운 것인지 되돌아보았습니다. 그 안에 제 자신이 놓여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꿈을 좇아 모든 것을 뒤로한 채 앞으로 달려가는 엔딩씬의 주인공을 보며,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라고 생각하다 멋쩍게 웃었습니다. 왜냐하면 사실 저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모든 것을 뒤로한 채 앞만 보며 확신에 차 나아간 적은 없으니까요. 저럴 때가 있는 줄 알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청춘스러운 기억이 떠오르지 않아 웃음이 나왔습니다. 허탈감이나 허무함, 자기 연민에서 나오는 웃음이라기보다는 나도 모르게 쳇바퀴 같은 삶에 적응했다는 사실이 씁쓸해서 나오는 쓴웃음에 가까웠다고 봅니다.
모든 것이 미정 상태인 마당에, 이번 주말에는 제 자신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언지 알아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29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보냈음에도 저는 제 자신을 아직도 잘 모릅니다. 원체 제 이야기를 남들에게 하지 않는 성격이기에, 남들보다는 제가 저를 잘 안다는 것이 확실한데도 가끔은 스스로가 당최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저도 아직도 알 수가 없습니다. 사실, 글쓰기 수업을 신청한 이유도 제 자신을 한 번 되돌아보고 제 인생의 방향이 무엇인지 찾고자 함이었습니다. 처음 수업을 시작했을 때는 내 인생의 '정확한 답'이라는 것을 찾고 싶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인생의 답 같은 것은 없다는 쪽으로 마음이 갑니다. 인생의 답이라는 것은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아온 모습을 향후에 되돌아볼 때 그것이 곧 제가 가진 인생의 정답이 되는 것 같습니다. 매 순간 선택하며, 자신의 선택을 삶으로써 증명하는 삶. 이러한 삶 속에 하나의 정답이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