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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스 노트

spice 07. 오늘도 Good Morning!

by LIFESPICE 김민희
제목_없는_아트워크 23.JPG Good Morning(2025)_digital drawing/Procreate


해가 지고 하루가 저물어 가는 시간이 되면 나의 시계가 다시 한번 돌아가기 시작한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낮 동안에도 대부분은 책상에 앉아있는 편이긴 하지만, 집에서 일하다 보니 갑자기 눈에 보이고 참견하고 싶은 일이 그렇게 많을 수가 없다. 회사에서 일하던 시절엔 퇴근 전에 끝내야 할 일들이 많고, 그 일들이 아니더라도 회의며 뭐며 하루가 빼곡하니, 그때는 내가 가진 집중력을 최대치로 모아 참 알차게도 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지금은 집에서 혼자 일을 하고, 내가 해야 할 일을 내가 정하며 살아가는 삶을 살다 보니, 종종 내 집중력의 실체를 이렇게 확인하게 되곤 한다. 오늘만 해도 그렇다. 그림 그릴 자료를 찾는다고 이것저것 뒤적이다 보면 음악을 좀 틀어보나 싶어 갑자기 음악을 검색해 본다던지, 마음을 잡고 책상에 딱 앉으면 저 옆에 쌓아둔 책이랑 잡동사니들을 조금 치우면 속이 시원해지려나 싶고, 고요해진 집에 앉아있으니 지난 며칠 통화하지 못한 친구의 안부도 궁금하고 말이다. 그렇다 보니 조금 산만해져 버린 낮 시간을 핑계로 최근의 몇 해 동안은 자연스레 올빼미 인간이 되어버리고 말았는데, 내 집중력을 빼앗길 만한 모든 것들이 잠드는 밤이 오고 나서야 비로소 집중의 시간이 시작되는 것이다. 깊은 밤, 집 제일 안 쪽 작업방에 내가 좋아하는 작은 스탠드를 켜고 앉으면 낮보다 그림도 왠지 더 잘 그려지는 것 같고, 며칠 동안 진도가 안 나가던 책도 술술 읽힌다. 자료들을 찾느라 씨름하지 않아도 그림 그릴 아이디어가 더 수월하게 떠오르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그렇게 마음 한편에 믿는 구석처럼 이 밤 시간을 기다렸다가 부지런하고 알차게 밤을 보내는, 분류하자면 나는 그런 올빼미과의 사람이다.


그런데 이렇게 믿어 의심치 않던 나의 부지런한 올빼미 야간작업 시간도 고민과 걱정이 많은 시기엔 위기가 찾아온다. 누구나 그렇듯 나 역시 이런저런 고민들을 이고 지고 헤치고 넘기며 살아가는 중이지만, 최근에는 안팎으로 걱정할 거리들이 더해져, 종종은 이것저것 고민거리들로 꽉 채운 밤을 보내게 되는 날도 있다. 그러다 보니 올빼미처럼 활기차던 나의 밤 시간도 더러는 안개가 끼고 답답한 시간이 되어버리는 날도 많아져버린 것이다. 고민과 걱정으로 꽉 채운 밤은 답답하고,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더 길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런 날은 어서 고민의 밤이 지나 새로운 아침이 와서 어제와는 다른 새로운 하루가 빨리 시작되기를 내심 기다리게 된다. 아침은 희망차고, 어제와 조금 달라질 수 있고, 밝아진 세상 속에서 불안했던 것들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여 나를 안심시킨다. 앞으로도 수많은 고민이나 걱정들이 계속될 우리의 인생이겠지만, 다시 그 밤을 지나면 아침은 포근하고 너그러운 햇살로 지난밤의 무거웠던 마음을 보듬어 줄 것이다. 이 그림은 고민으로 뒤척이던 밤을 지나 맞이했던 어떤 날의 아침에 그려본 그림이다. 혹시 지난밤에 수많은 고민과 걱정의 밤을 보낸 이가 있다면, "그 밤은 지나갔어요. 다시 아침입니다. 굿모닝!" 하고 말하고, 포근한 아침이 주는 이 위로를 조금 나누고 싶은 그 마음을 담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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