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필요한 당신에게>>
내 인생은 매 순간의 선택으로 엮인 한 편의 이야기다.
매번 최선을 다해 선택했지만, 문득 버려진 옵션들이 불쑥 찾아와 나를 흔든다.
그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단지 내가 지나치지 못한 길,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일 뿐이다.
어릴 적 나는 일탈을 모르는 아이였다.
학교와 집, 두 세계의 경계 안에서만 반듯하게 숨 쉬었다.
마치 ‘모범’이라는 유전자가 내 미토콘드리아 속에 새겨져 있는 듯,
항상 바른 자세로,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는 방식으로 자라났다.
중학교 국어 시간은 늘 나의 무대였다.
선생님은 반 전체를 향해 질문을 던졌지만, 그 눈빛은 언제나 나를 향해 있었다.
정답을 말하면 이어지는 질문, 그리고 또 질문.
교실은 어느새 나와 선생님, 두 사람만의 좁은 대화로 가득 찼다.
그때 나는 친구들에게 미안했고,
어느 날은 눈을 들지 못한 채 책상만 바라보기도 했다.
하지만 다음 수업이 되면 어김없이, 선생님의 시선은 다시 나를 찾았다.
그리고 나는 또다시 정답을 말해야 했다.
그 시절, 나는 시를 좋아했다.
『목마와 숙녀』, 『님의 침묵』, 『즐거운 편지』 같은 시들을 외우며,
그 절절한 감성에 이유도 모른 채 빠져들었다.
집 앞 들판에 저물녘이 내려앉고,
어디선가 아기 염소의 울음이 들려올 때면,
나는 시의 한 구절을 중얼거리며 알 수 없는 그리움 속에 잠겼다.
그렇게 모범생의 궤도 위에서 나는 의사가 되었다.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흐르는 대로, 주어진 길 위에서 멈추지 않고 걸었다.
대학 입시도, 전공 선택도, 마치 계획된 프로그램처럼 이어졌다.
크게 흔들림도, 절실한 열망도 없이
나는 어느새 흰 가운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누군가의 아픈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문득 생각한다.
나는 왜 다른 삶을 꿈꾸지 않았을까.
치열한 도전으로 무언가를 얻은 기억도,
간절히 갈망해 손끝이 닿을 듯한 목표도 없었다.
그저 ‘옳은 선택’을 반복하며 살아왔을 뿐이다.
그 선택들이 내 인생을 안정시켰지만,
그만큼 내 안의 불씨도 조금씩 식어간 것 같다.
이제야 깨닫는다.
우리가 아쉬워하는 것은 ‘놓친 기회’가 아니라,
그 기회 속에 담겼을 수도 있었던 ‘또 다른 나’다.
가보지 못한 길은 여전히 내 안에서 자라고 있다.
언제든 불러내면, 그 길 위의 나는
조금 더 자유롭고, 조금 더 생생하게 숨 쉬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오늘도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길 위에서,
나는 정말 ‘살아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