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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음 Apr 22. 2024

이제는 '홀로서기'다: off to college

미국대학교: 더 큰 세상을 향한 도약을 응원하며


"Life is like a box of chocolates"

내가 좋아했던 영화 <포레스트검프>에서 주인공 톰행크스가 자주 하던 말이다. 인생은 초콜릿 상자 속 각기 다른 맛의 초콜릿처럼 예상치 못한 일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예측할 수 없다는 뜻이다. 쥬쥬의 대학 입시 과정을 지켜보며 이 대사가 자주 떠올랐다.


영화 포레스트검프에서 인생은 초콜릿 상자처럼 예측하지 못하는 일들로 가득 차 있다는 교훈을 남긴다


한 아이의 부모로서 온갖 희로애락을 함께 한 지난 4년간의 고등학교 시절을 뒤로하고 어느새 대학생이 된 아이가 홀로서기할 시간이 다가왔다.




"대학 에세이는 아이가 지금까지 살아온 역사의 완결판이다"

주니어(11학년)를 마치고 여름방학에 들어가면 UC는 물론 각 대학별 에세이 주제가 하나둘씩 발표된다. 이때부터 아이들은 원하는 대학 리스트를 만들고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이 원하는 인재상에 맞는 에세이 구상에 들어간다.   


시니어(12학년) 학년이 시작되자마자 아이들은 숨 가쁜 일정을 맞이한다. 학기 초부터 미국 전역에 있는 유수 대학들에서 각 고등학교를 방문해 학교를 홍보하는 'College Visits' 행사가 수업시간 중에 진행된다. 미국에는 수천여 대학교가 있으며 그 종류도 UC와 같은 공립대, IVY를 포함한 여러 사립대, 리버럴 아츠라 불리는 연구 중심 대학, 음악 미술 등 예술 전문대학 등 다양하다. 시니어 학년이 되면 희망하는 대학의 설명회가 있을 경우 수업이 있더라도 참석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전공 및 재정사정 등을 고려한 '맞춤형 희망 대학 리스트'를 만든다.


9월 말부터는 장학금 신청이 가능한 대학의 원서 마감을 시작으로 11월 UC, 12월부터 1월 초까지 사립대학교들의 원서가 하나둘씩 마감된다. 따라서 12학년 겨울방학은 지원하는 대학별 에세이를 완성해 기일 내 제출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시기다.


쥬쥬도 12학년에 올라가며 벽면 한쪽에 큰 보드를 붙여놓고 가고 싶은 대학들과 원서 마감일, 필요 서류 등을 적어 놓고 진행상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 대학은 학교별 지원 서류 및 마감일이 천차만별이라 이렇게 하지 않으면 자칫 놓치는 부분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학 입시는 '내신', '특별활동', 'SAT', '봉사활동' 등 그동안 열심히 살이온 아이들의 결과물을 '자신만의 색깔'이 있는 독특한 '에세이'로 풀어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1월부터 시작되는 12학년 2학기는 고등학교의 마지막 추억을 만드는 시기다. 대학 원서 마감을 하고 나면 합격자 발표가 날 때까지 댄스파티(시니어프롬), 클럽별 졸업 행사 등 다양한 추억 만들기 이벤트가 진행된다. 동시에 3월부터 하나둘씩 대학 입학 결과가 발표되고, 5월 1일까지는 최종 진학할 대학 한 곳을 확정 짓게 된다. 이 무렵 그 결과에 따라 아이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이기도 하다.


또한 졸업식 연사 선발, 졸업 가운 신청 등 졸업식을 위한 준비가 하나씩 전개되고 나면 5월, 마침내 '시니어 시상식의 밤(Award Night)'이 진행된다. 어워드 나잇은 졸업식에 앞서 여러 부문의 상 수상자 및 다양한 장학금 수혜자들, 그리고 부모님들이 초청되어 4년간의 고교시절을 열심히 살아온 아이들의 성과를 치하하고 축하하는 자리다.


고교 졸업식을 앞두고는 동네 대형 교회를 빌려 '바칼로레아트(Baccalaureate)'라는 종교의식을 갖는데 이는 미국 고등학교 졸업식 전야제 전통이다. 졸업생 전원이 가운과 모자를 쓰고 단체로 교회 안에 입장하는 모습을 마주하면 아이가 갑자기 훌쩍 커버린 모습이 대견해 울컥하게 된다. 이 자리에서 졸업생들의 음악 연주, 연설 등 다양한 공연이 함께 펼쳐지며, 아이들의 지나온 고교시절을 엄숙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마지막으로 대망의 '졸업식(Commencement)'. 이 날은 부모는 물론, 친지 및 친구, 선후배 등 아이들의 졸업을 축하하는 모든 이들의 대규모 행사다. 미식축구가 열리는 학교 야외 스타디움에서 화려하게 거행된다.


학교 밴드 공연이 울려 퍼지고 졸업생 한 명 한 명이 호명되어 졸업장을 받고 나면 행사는 종료된다. 졸업식이 끝남과 동시 아이들은 다 같이 학사모를 하늘로 던지며 환호한다.




이제는 헤어질 시간


졸업식 직후 우리 가족은 다 같이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입시 준비로 한동인 못 뵌 조부모님과 친척들을 찾아뵙고 오랜만에 여유 있게 우리나라 명소와 맛집들을 돌아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어느덧 대학 입학식 날이 다가왔다.

 

미국에서 아이가 대학생이 된다는 것은 공식적으로 부모의 품을 떠나 홀로 기숙사 생활을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입학을 앞두고 아이를 시집보내는 듯 각종 짐 싸기에 들어갔다. 소소하게는 이불, 베개 등 침구부터 노트북등 학용품, 4년간 생활하는데 필요한 옷 및 각종 준비물을 챙긴다. 학교마다 기숙사에서 필요한 것과 가져오면 안 되는 것들에 대한 패킹리스트를 알려준다.


와우! 침구와 사계절 옷들까지 다 챙기고 보니 엄청난 이삿짐 분량이다.




"비행기 티켓을 왕복으로 끊어야 하나?"


가족 여행을 위해 비행기 티켓팅을 할 때면 신나는 상상으로 가득 찼었는데 이번만은 그동안과 뭔가 달랐다. 세 사람의 비행기 티켓을 모두 왕복으로 끊을 수 없다는 사실이 순간 울컥하게 만들었다. 두 명은 왕복, 쥬쥬는 편도... 이렇게 예약 버튼을 누르다 말고 멈칫했다.


"우리 돌아올 때는 차 렌트해서 둘이 여행하며 올까?"


이런 나의 마음을 읽었는지 남편이 솔깃한 제안을 한다. 아이를 혼자 외딴곳에 남겨두고 둘이서만 비행기로 돌아올 생각을 하니 마음이 짠했던 건 남편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결국 쥬쥬의 기숙사 짐을 양손에 하나씩 들고 우리 세 가족은 대학으로 향하는 편도 비행기에 올랐다.




미국에서 대학생이 된다는 것은 아이가 부모로부터 독립해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It's a big day for you and your child."

입학식날 학교 입구에서 나눠준 휴대용 티슈박스에 적힌 글귀다. 티슈는 아이와 헤어지며 눈물을 닦으라는 배려다. 미국 부모들도 아이와 헤어질 때는 다 같은 마음이라는 생각을 했다.


입학식에서 신입생 티셔츠를 입고 오리엔테이션 그룹과 함께 당당하게 서 있는 딸아이를 먼발치에서 바라보니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며 만감이 교차했다.


마침내 입학식이 끝나고 작별할 시간이 됐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부모와 헤어진 후 약한 모습을 보일 것에 대비해서인지 간단한 부모와의 작별 타임을 준 후 타이트한 다음 일정에 맞춰 아이들을 이동시킨다.


우리 부부는 쥬쥬를 힘껏 안아주고 짧은 작별을 고했다.


"잘 지내, 우리 딸... 사랑한다!"




대학생이 되기 전 해두면 좋은 일


**퍼스널 브랜딩**

고등학교 때 SNS 및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어 두자. 그동안의 해온 성과나 앞으로 이룰 일들에 관한 이력서를 만들어 두는 것도 좋다. 자신만의 유튜브 채널을 파서 하고 있는 특기 및 자신의 성장 스토리에 관해 올려기도 한다. 이는 대학 입시 준비 과정에 꼭 필요하며, 이 같은 노력은 대학 입학 사정 시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운전면혀증**

우리나라 주민등록증 역할을 하는 미국 운전면허증은 16세 이상이면 부모 입회하에 취득이 가능하다. 운전면허증은 운전퍼밋과 동시에 신분증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대학 진학 후 미국 국내선을 타고 이동할 때 여권대신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 다음 호는  Epilogue <아이가 어느새 사회 첫 발을 내딛다>로 이번 연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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