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 과목 및 시간 자율 선택
"듣고 싶은 과목을 골라 수강신청을 한다고?"
쥬쥬가 새롭게 입학할 중학교에서 초청장이 날아왔다. 입학에 앞서 학교 설명회와 선택과목을 미리 경험할 수 있는 '일렉티브 나이트(Elective Night)' 행사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예비 입학생과 학부모들이 이 행사에 최대한 참석하도록 하기 위해 저녁시간에 행사가 예정되어 있었다.
'Time flies...'
해외살이 시계는 몇 배로 빨리 지나는 느낌이다. 어느새 좌충우돌 초등학교 생활을 뒤로하고 아이가 중학교에 진학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6학년부터 8학년까지 3년간의 중학교 기간을 미들스쿨, 혹은 주니어 하이스쿨이라고 부른다.
쥬쥬는 ELD 영어 테스를 무사히 통과하고 중학교부터는 정규 클래스 일정대로 수업에 참여하게 됐다. 미국에 도착한 지 2년이 채 안되어 원어민 수준의 영어 학습 능력을 공인받았다고 생각하니 그동안 열심히 따라와 준 아이가 무척 기특했다.
일렉티브 나이트에서는 중학교 입학 전 각 과목들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실리콘밸리는 지진대에서 멀지 않아 고층 건물이 거의 없는 편이다. 중학교 건물도 대부분 단층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보니 학교 캠퍼스 규모가 방대하다.
특히 중학교부터는 담임 선생님이 따로 없고, 학생들 스스로 수강하고자 하는 과목을 선택해 자신의 시간표를 직접 짜야한다. 즉, 대학처럼 수강신청을 하고 각자의 시간표에 따라 과목별 강의실로 이동하게 된다.
일렉티브 나이트는 입학에 앞서 학생과 부모가 함께 학교 지도를 들고 과목별 강의실을 찾아다니며 듣고 싶은 강의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이다. 각 강의실에는 담당 선생님이 준비한 프레젠테이션과 학생들의 결과물을 특색 있게 준비해 예비 입학생의 흥미를 유발한다.
파리 시내처럼 꾸며진 프랑스어 교실에는 에펠탑 모형 앞에서 선생님이 수업에 대해 설명을 해주셨고, 스페인어 반은 다양한 스페인 음식을 체험시켜 주셨다. 또 사이언스 반은 다양한 과학실 자재를 전시해 아이들의 관심을 이끌었다.
강의실 중간 쿼드에는 합창부 아이들의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고, 체육관에서는 학교 밴드반 아이들의 멋진 공연이 펼쳐진다. 나무 조각을 하는 우드크래프트 교실에서는 시계, 연필꽂이 등 아이들이 진짜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놀라운 수준의 작품이 전시되었고, 직접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간단한 작품을 만들어 볼 수도 있었다.
도서관에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질문에 답해줄 카운슬러가 궁금증 해소에 도움을 주기 위해 대기 중이었다.
쥬쥬는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필수 과목 외에 밴드부에 참여하고 싶어 오디션 신청서를 제출했다. 얼마 후 밴드 오디션에 도전해 합격했고, 학교 밴드부에 일찌감치 사인업 했다.
아름다운 결실을 맺기 위한 기초단계
실리콘밸리 중학교 과정은 어린아이였던 초등학교 시기와 대학을 준비하는 college prep(컬리지 준비과정)인 고등학교 시기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다. 아이들은 이때 신체적 정신적 성장과 발달을 거치는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를 겪게 된다.
3년간의 교육과정은 자기만의 특기를 찾기 위한 탐험의 시기다. 아이들이 진로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기초 학습 능력을 배양한다.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나, 학제나 시스템은 고등학교와 유사하기 때문에 이때부터 시작된 활동을 고등학교까지 지속해 나간다면 진로 결정 때 좋은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실리콘밸리 특성상 중학교 커리큘럼에는 다양한 STEM 관련 과목 및 특별활동이 많이 있다.
프로그램 및 코딩 교육도 활발하고, 스피치와 디베이트 교육도 일찌감치 이루어진다. 초등학교 보다 좀 더 전문화된 사이언스 페어 및 다양한 수학 경시대회에 참여할 수 있다.
특히 수학은 아이들의 수준별 과목 선택이 가능해 레벨 테스트에 통과하면 고등학교 과정을 미리 선택해 수강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 단계별 수학 학습
요세미티 수학여행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8학년 수학여행으로 예정된 요세미티 캠핑을 위한 기금 마련이 한창이었다. 이 행사는 쿠퍼티노 교육청에서 이 지역 8학년 학생들 전체를 대상으로 매년 3월 진행하는 대단위 교육 프로그램이다. 여행 경비가 제법 되다 보니 6학년부터 각종 펀드레이징 행사를 한다. 기본 자금을 모아 학부모들의 자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취지다..
"우와, 눈을 볼 수 있나 봐. 스키복이랑 스노부츠가 필요하대."
일 년 내내 눈구경이 어려운 실리콘밸리 지역의 아이들에게는 '눈'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만으로도 요세미티 캠핑은 매력적인 행사다. 특히 같은 학교 친구들과 선생님이 함께하는 일주일간의 여행은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한 이벤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쥬쥬는 대망의 요세미티 캠핑을 앞두고 스키복, 스노부츠를 비롯, 각종 월동장비와 간식, 게임기 등 다양한 준비물을 한가득 챙겼다. 3월이지만 여전히 눈이 많이 쌓인 요세미티 지역 특성상 침낭도 영하 40도까지 버틸 수 있는 든든한 녀석으로 장만했다. 아이들은 3월, 일요일 아침 학교에서 스쿨버스를 타고 출발해 5박 6일간의 대장정에 나섰다.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아이들은 모든 통신장비가 차단된 깊은 산속 랏지에 묵으며 극기훈련을 받는다. 또 눈썰매 및 등반 활동 등 단체 활동을 체험하게 된다.
Goodbye 8th grade. Hello, high school
중학교 3년을 지내고 맞이하는 졸업식은 어린이의 틀을 완전히 벗어던지고 예비 성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의미 있는 지역 행사이다.
“미래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을 축하합니다"
졸업생들을 향한 교장 선생님 축사와 함께 졸업식이 시작됐다. 중학교 졸업식에는 이 지역 주민들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졸업생 여자 아이들은 하얀 드레스를 챙겨 입고, 남자아이들은 흰 셔츠의 멋진 정장을 차려입고 중학교 과정을 마무리한다. 하얀 드레스는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실리콘밸리 지역 중학생이 참여할 만한 활동
스탠퍼드 Splash!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진행하는 'Splash'라는 STEM 프로그램. 이는 스탠퍼드 학생 및 교수가 STEM관련 실험 및 강의를 8학년부터 12학년까지의 실리콘밸리 지역 학생에게 무료로 공개하는 주말 프로그램이다. 매년 봄과 가을에 두 번 선착순 모집한다. 쥬쥬는 8학년부터 이 프로그램에 매년 참여하며 수학 및 과학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었다.
디즈니랜드 밴드 공연
중학교 밴드에서 활동하면 1년에 한 번씩 LA에 위치한 디즈니랜드에서 공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곳(The happiest place on earth)'이란 슬로건의 디즈니랜드 한복판에서 밴드 공연을 함으로써 자신감 고취 및 지역사회 일원으로서 봉사정신을 키울 수 있다.
다음 호에는 <실리콘밸리 키즈의 여름방학>이란 주제로 아이들이 여름방학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