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년별 기회를 찾아 소중한 추억을 남겨라
"써머 클래스 등록이 언제부터지?"
12월 말 2주간의 크리스마스 브레이크를 끝내고 새해가 시작되면 실리콘밸리 아이들은 일찌감치 다가올 여름방학을 준비한다. 보통 3월 이전에 마감되는 각종 써머 프로그램 등록을 서둘러야 하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 학교의 여름방학은 보통 6월 초부터 8월 말까지 거의 꽉 찬 3개월이다. 이 시기에 많은 실리콘밸리 키즈들은 학기 중에 시간내기 어려워 미뤄왔던 취미 활동이나 자신의 특기를 심화시켜 나간다.
초등학생들이 주로 즐거운 메모리 쌓기 위한 여행이나 아웃도어 캠핑 중심으로 이 시기를 보낸다면, 중학교부터는 STEM, 독서, 음악, 미술 등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는 특기에 집중하게 된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에게는 여름방학을 어떻게 보냈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대부분의 대학 원서 항목에 지난 여름방학을 어떻게 보냈는지를 묻는 항목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May your summer vacation be a time of relaxation, adventure, and cherished memories that will last a lifetime."
"충분한 휴식, 새로운 모험, 그리고 평상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을 간직할 수 있는 여름 방학을 보내세요."
여행을 통해 초자연을 느끼다
"오레곤주 크레이터 레이크로 올라가서 캐나다 밴프 들렸다가 밴쿠버로 내려오자."
아이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6월, 우리 가족은 서북부 여행을 계획했다.
방학이 시작하는 바로 그날, 자동차에 기름을 꽉 채우고, 먹을 것과 마실 것 등 기본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는 만반의 여행 준비를 마친 후 쥬쥬 학교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우리는 아이를 학교에서 납치하든 차에 태우고 실리콘밸리를 벗어나 초자연이 펼쳐지는 곳을 향해 다소 무모한 여행길에 나섰다. ('자동차로 미국 방방곡곡 여행하기'는 추후 별도로 다루기로 한다)
학업에 대한 부담이 없는 초등학교 시절에는 자라는 아이들의 견문을 넓히고 가족 간의 유대감을 키울 수 있는 '가족 여행'만큼 좋은 방학 프로그램이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실리콘밸리를 벗어나 다른 주나 나라 등 새로운 환경을 탐험하고 문화를 경험하기에는 여름방학이 가장 좋은 시기다.
Adventure in STEM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커뮤니티 센터, 사이언스 뮤지엄, 각종 학교 및 학원에서 진행하는 다채로운 캠프가 시작된다. 커뮤니티 센터는 우리나라 문화센터 같은 곳으로 나이대별로 스포츠, 미술, 음악 등 다양한 예체능 프로그램과 레고, 사이언스 캠프 등 두뇌계발을 위한 STEM 및 코딩 프로그램이 아이들을 기다린다. 직장인 부모를 위해 하루 종일 진행되는 써머 프로그램도 있다.
특히 실리콘밸리 지역에는 부모가 테크기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아 부모가 일하는 동안에 아이들이 부모의 일터를 방문해 체험하거나 그곳에서 진행되는 특별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실리콘밸리의 기술과 혁신에 대한 흥미를 갖게 되고 창의성을 자극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자극이 대학 진학 시 상당수의 실리콘밸리 키즈가 STEM 관련 전공을 선택하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봤다.
Summer Reading Program으로 독서왕에 도전
실리콘밸리 키즈들에게 여름방학은 도서관과 더 친해질 수 있는 좋은 시간이다.
여름방학이면 각 지역 도서관마다 다양한 '써머 리딩 프로그램'이 열린다. 초등학생부터 중학생에 이르기까지 각 학년별 권장도서를 뽑아 전시하고 방학 동안 일정 숫자의 책을 읽고 기록한 아이들에게 작은 선물을 주고 '독서상'을 시상하는 것.
또한 중고등학생 아이들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동시에 발런티어 활동도 가능하다. 쥬쥬도 여름방학 때 Teens Reach Volunteering이라는 도서관 발런티어 활동을 했다. 써머 리딩 프로그램 안내 데스크에 앉아 프로그램도 소개하고, 아이들 독서리스트도 확인해 주며, 초등학생 아이들의 수학 공부를 도와주기도 했다.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에는 그동안 기여한 노력에 대해 발런티어 크레디트를 부여받는다. 이 경험은 고등학교 때 다른 발런티어를 지원할 때 '발런티어 경력'을 입증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영국 작가인 버지니아 울프는 "책은 영혼의 거울이다"라고 했다. 어린아이에서 성인으로 가는 중간 길목에 놓인 초중학교 시절에 다양한 책을 접한다는 것은 정서적인 안정과 미래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솔루션이라고 생각한다.
초등학교의 자유로움과 고등학교 입시 준비 사이에 상대적으로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시기가 중학교 여름방학이다.
쥬쥬는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6학년 여름방학에는 초등학교 때의 연장선으로 미국 내 자동차 장거리 여행을 떠났고, 7학년 여름방학 때는 가족들을 만나러 한국에 돌아와 전국을 여행하며 돌아다녔다. 중학교까지는 다가올 입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좀 더 폭넓은 시야를 갖게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해외살이를 할수록 아이들이 한국인의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우리말과 역사를 잘 전수해 주는 것이 어른의 몫이란 생각이 든다.
8학년 여름방학 때는 쥬쥬가 몸담은 오케스트라에서 유럽으로 연주여행을 떠났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간을 악기 연습을 하며 보냈다. 아이가 음악 활동을 하며 좋다고 느꼈던 점은 어린 나이에 크고 작은 무대에서 당당하게 연주하는 자신감을 키울 수 있고, 여러 민족이 함께 사는 미국의 장점을 살려 어릴 때부터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활짝 열려있다는 것이다.
지역 청소년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면 2년에 한 번씩 유럽, 아시아, 남미 등 세계 여러 지역을 한 곳씩 돌아가며 2주간 투어 연주할 기회가 주어진다. 여러 명의 보호자들이 함께 동행하는 여행이라 안심하고 아이들을 보낼 수 있어 많은 아이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중학생들 중에는 대학 입시를 향한 좀 더 실질적인 경험을 위한 시동을 걸기도 한다. 이 지역에는 예술, 과학, 공학, 디자인 등 대학 주관 혹은 사설기관에서 진행하는 잘 알려진 다양한 캠프들이 있다. 이들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성적표, 에세이 등 까다로운 전형에 통과되어야 한다. 선별된 아이들로 구성되었고 참가비도 만만치 않은 만큼 프로그램 내용이 우수하다. 특히 평소에 개별적으로 시도해 보기 어려운 실험을 직접 하거나 작품을 제작할 수 있어 이론으로만 알던 개념을 실질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다.
중학교 여름방학은 또한 다양한 스포츠를 시작하기에 좋은 시기다. 수영, 배드민턴, 펜싱, 워터폴로, 배구, 피클볼 등 각종 스포츠 강습이 여러 기관에 개설되며 아이들은 자신에 맞는 스포츠 활동에 참여해 특기로로 키워가기도 한다.
고등학생들의 여름방학은 대학입시와 직결되는 만큼 매 학년마다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일단은 미국 대학 수학능력 시험인 SAT나 ACT를 본격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고, 동시에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해 줄 extracurricular 활동을 자리매김해야 하는 때이기도 하다.
컬리지투어 및 써머스쿨
고등학교 여름방학 동안 목표로 하는 대학들을 직접 방문해 보는 컬리지투어를 하면 좋다. 유수의 미국 대학들은 미 전역에 방대하게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미리 진학을 희망하는 대학 리스트를 만들고 고등학교가 시작되는 9학년부터 틈나는 대로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아예 원하는 대학에 머물며 학과 및 특기에 대한 크레딧을 쌓을 수 있는 '일거양득'의 기회를 잡아보는 것도 좋다. 10학년과 11학년 여름방학 때 대학에서 진행하는 써머 프로그램을 고민해 보는 거다. IVY 스쿨을 포함해 대부분의 명문 대학교들은 여름방학 동안 고등학생 대상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설한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요건을 갖춘 후 사전에 애플리케이션을 내고 대학 입시 같은 전형을 통과해야 하는 예비 입시과정을 거쳐야 한다.
스포츠 및 응원 단체전 준비
미국 고등학교에는 대부분 미식축구, 워터폴로, 농구, 야구 등 다양한 단체 스포츠 팀이 있는데 각 팀별 연습도 여름방학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진다. 또한 학교의 응원 및 프라이드를 함께 할 마칭밴드나 치어리더, 컬러가드 등의 그룹 활동을 위한 사전 연습 역시 여름방학을 이용한다.
방학 기간 동안 학교 근처에 가면 아이들이 뜨거운 햇볕 아래 구슬땀을 흘리며 체력 단련 및 각종 연습에 열중인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아이들의 부지런한 노력들이 모여 학기 중 이루어지는 각종 단체전 및 응원 열기를 느낄 수 있게 된다.
다양한 봉사활동
고등학교 때는 발런티어 활동에도 신경 써야 한다. 고등학교 4년간의 발런티어 시간은 12학년 졸업 때까지 모두 집계되는데 일정시간 이상을 봉사하면 대통령 이름으로 수여하는 '대통령상' 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다.
따라서 9학년에 올라가면서부터 꼼꼼하게 발런티어 시간을 챙겨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발런티어 크레딧을 부여받을 수 있는 클럽 활동 및 지역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 특히 여름방학은 이 같은 활동에 박차를 가하기에 좋은 시기기 때문에 방학에 앞서 미리 원서를 내거나 인터뷰에 참여해 좋은 기회를 얻는 게 중요하다.
만약 봉사활동이 아이들의 진로와 연결될 수 있다면 '금상첨화'. 아이들이 진학하고자 하는 방향에 맞는 발런티어 활동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대학 전공을 의학이나 심리학 관련으로 생각할 경우 지역 병원의 발런티어에 지원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에는 4-5개의 대규모 종합병원이 있는데 이곳에서 만 16세 이상이면 간단한 인터뷰와 신원조회를 마치고 발런티어로 활동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사회 공헌뿐 아니라 추후 대학교 에세이에 봉사활동에 관한 에피소드로도 잘 활용할 수 있고 발런티어 크레딧도 얻어 많은 고등학생들의 지원이 끊이지 않는 분야이다.
음악 활동을 꾸준히 한 아이들의 경우 방학을 이용해 지역 시니어센터나 병원 등에서 음악 연주를 함으로써 봉사 점수를 딸 수도 있다. 자신의 재능을 봉사에 활용함으로써 보람도 얻고, 무대 경험을 통해 자신감도 생기며, 더불어 발런티어 크레딧도 확보할 수 있어 일석 3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치학이나 법학에 뜻이 있는 아이들은 지역 정치인 오피스에서 발런티어를 하기도 한다. 평소에는 공부하느라 내기 어려운 시간을 여름방학 때 고등학생 인턴으로 활동함으로써 자신의 꿈을 간접 체험해 보고, 진로에 대해 적합성을 평가해 보기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방학 중 인기가 많은 발런티어로 꼽힌다.
컴퓨터사이언스나 엔지니어링 전공을 희망하는 경우 어린이 대상 코딩스쿨의 발런티어를 통해 티칭 경험 및 봉사활동 크레딧을 얻을 수 있다.
STEM 관련 전공을 생각한다면 주변 스탠퍼드 대학교나 UC 버클리 등 실리콘밸리 내 대학교 연구실 문을 두드려 보는 게 좋다. 이곳에는 여름방학 때 우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인턴쉽 기회를 열어놓고 있기 때문에 지원 시기를 잘 확인해 지원해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다음 호에는 <실리콘밸리 고등학교: 자신만의 색깔 찾기 위한 선택과 집중>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