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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음 Jul 24. 2024

한 달간의 동고동락

서로 의지하며 힘을 보태요

엄마 아빠가 한국으로 떠났어요.


나는 누나와 작은 아파트로 집을 옮겼어요.


이제 맘껏 뛰놀던 뒷마당도 어푸어푸 헤엄칠 수영장도 없어요. 아침마다 나를 놀리던 뚱땡이 다람쥐도, 목이 긴 후루룩 새도, 뾰족 입으로 꽃 주변을 맴돌던 허밍버드와도 모두 '안녕'이에요.


무엇보다 엄마랑 아빠를 매일 볼 수 없다는 게 가장 슬퍼요. 하지만 누나 혼자 남은 것보다는 내가 함께할 수 있어 다행이에요.




누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작은 아파트에서 일을 하며 보내요.



누나가 노트북 앞에 앉아 중요한 회의를 할 때면 나는 베란다에 나가서 누나 일이 끝나 때까지 기다려요. 혹시라도 내가 옆에서 짖으면 안 되니까요.


3층 아파트 밖 아래로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보여요. 자전거 타고 지나가는 소리도 들려요. 자그마한 공간이라 뛰어다닐 수는 없지만 햇볕이 따뜻하게 내리쬐고 바깥공기도 상쾌해서 별로 지루하지 않아요. 나는 유리창 너머로 누나 일 하는 것을 바라보며 얌전히 있어요.


회의가 끝나면 누나는 "잘했어 또리!"하고 맛있는 간식을 줘요.



누나가 회사에 출근하거나 약속이 있을 때면 나는 혼자 집에 조용히 있어야 해요.


한 번은 기다리기가 너무 지루해서 책상 옆 휴지통에 있는 종이를 꺼내 찢기 놀이를 했어요. 배변 패드도 신나게 찢었어요. 한번 시작하니까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몰랐거든요.


누나가 돌아오자마자 "또리! 이렇게 하면 어떻게 해?" 하며 무섭게 화를 내요. 그러더니 누나가 아이같이 '엉엉' 울어요. 누나가 속상해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안 좋아요.


그날 나는 책상 위에 올라가 벌을 섰어요. 누나가 그렇게 화를 내는 모습을 처음 봤어요. 내가 누나를 많이 힘들게 했나 봐요.


나는 "멍!"하고 말썽 피워서 미안하다고 누나에게 말해요.

 

누나를 속상하게 해서 책상 위에 올라가 있는 벌을 섰어요. '누나 미안해!'하고 예쁜 눈빛을 보내요.




누나는 매일 나를 데리고 아파트 1층에 있는 스타벅스에 가요.


누나가 스타벅스 가자고 할 때마다 너무 신나요. 그곳에 가면 누나는 커피, 나는 퍼푸치노(강아지 용으로 스타벅스에서 공짜로 주는 생크림)를 시켜서 함께 먹거든요.


입에 생크림을 잔뜩 묻히고 정신없이 먹다 보면 금방 바닥이 보여요. 나는 누나에게 더 먹으면 안 되냐고 "멍멍!"하고 물어요.




가끔은 누나와 함께 차를 타고 외출을 해요.


누나는 나를 차에 혼자 남겨두고 볼 일을 보고 돌아와요. 혼자 차에 있을 때 조금 무섭기는 하지만 나는 믿어요. 누나가 곧 돌아올 거라는 걸...


누나가 돌아올 때까지 나는 차 안에서 자면서 기다려요. 누나는 꼭 돌아올 거니까요.


누나랑 나는 바늘과 실처럼 어딜 가나 함께 다녔어요.


주말에는 누나와 함께 차를 타고 멀리 나가 여기저기 다녀요. 누나 친구들을 만날 때도 나를 데리고 가고, 샌프란시스코 바닷가에도 함께 갔어요.



오늘 아침엔 눈을 뜨자마자 좋은 느낌이 왔어요. 일요일이라 누나도 늦잠을 자요.


“띵똥! “ 그때 마침 초인종이 울려요.


'킁킁킁...' 대문 밖에 익숙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아요.


앗 아빠예요! 나는 깜짝 놀라고 너무 기뻐서 "멍멍!" 하고 짖어요.

누나는 나를 아파트 단지 내 도그파크에 데려가 뛸 수 있게 해줘요. 우리집 뒷마당만큼은 아니지만 신나게 달려요.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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