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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음 Jul 17. 2024

이상한 기류

가족과 헤어질지도 몰라요

가족들이 심각한 얼굴로 회의를 해요.


엄마, 아빠, 누나 모두 나를 흘낏흘낏 쳐다보며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무슨 이야기인지는 모르지만 나의 촉은 확실해요.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



아빠와 엄마가 곧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대요. 누나는 실리콘밸리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엄마 아빠와 헤어져 혼자 살아가야 하나 봐요. 가족들은 나의 향방에 대해 논의하고 있어요.


아빠는 "또리를 당장 데리고 가기는 어려워. 아직 어려서 화물칸에 태워서 이동하는 건 너무 위험하기도 하고... 아무래도 또리를 맡아줄 믿을만한 집을 찾아보는 게 좋겠어"라고 말해요.


엄마는 한숨을 푹 내 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아요.

나는 분위기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요. 동물적 감각이 있나 봐요.


얼마 전 누나 대학교 졸업식 때문에 친척 아저씨 집에 맡겨진 적이 있어요. 그때의 악몽이 떠올랐어요. 아저씨는 나를 커넬 밖으로 못 나오게 했어요. 나는 하루종일 커넬 안에서 누워있다가 밥 먹을 때만 잠깐 나올 수 있었어요. 누나가 하루에 최소한 두 번 산책시켜 달라고 부탁했는데 솔직히 산책한 기억은 거의 없어요. 커넬 안에 너무 오래 있어서 배변 실수라도 하는 날에는 엄청 혼나기도 했어요. 밤이 되면 아저씨는 커넬 문을 잠그고 방문을 닫고 들어가셔서 깜깜한 거실에 혼자 남아 잠이 들곤 했어요.


며칠 후 우리 가족이 나를 찾으러 온 날 나는 너무 기뻐 “멍멍” 짖으며 꼬리가 부러져라 흔들었어요. 엄마, 아빠, 누나 각각의 몸에 엉덩이를 부딪히며  품에 안겼다가 뛰었다가를 반복했어요. 가족과 함께 하는 일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새롭게 깨닫는 순간이었어요.


나는 가족들을 예쁜 눈으로 쳐다보며 다시는 나를 두고 떠나지 말라고 애원했어요.


내가 좋아하는 누나표 양말 장난감. 누나가 양말을 던져주면 양말 안에 숨겨져 있는 간식을 찾아 먹는 놀이를 해요.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주변에 많아요..


옆 집 인도 아줌마는 내가 뒷마당에서 뛰어놀 때마다 담장 너머로 내 이름을 부르며 말을 건네요. 아줌마 집에 놀러 오면 맛있는 걸 준다고 꼬시기도 해요. 나는 “멍”하고 짖으며 싫다고 표현해요. 혹시라도 내가 아줌마 집으로 가게 되면 매일 카레 냄새가 나는 사료를 먹게 될지도 몰라요. 아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나는 세상에서 카레 냄새가 제일 싫거든요.


우리 집에 가끔 놀러 오던 라이언 아저씨네로 보내면 어떠냐는 이야기도 들려요. 아저씨는 강아지를 키운 경험이 많대요. 하지만 강아지는 강아지답게 키워야 한다며 나를 볼 때마다 항상 무섭게 대했어요. 만약 아저씨 집으로 간다면 나는 매일 혼나고 마당에서 줄에 묶여 지내야 할 수도 있어요. 갑자기 겁이 덜컥 났어요.




누나는 한참 동안 골똘히 생각하다 비장하게 말해요.


"우리 또리를 어떻게 다른 집에 보내? 또리는 내 동생이야. 엄마 아빠가 한국에 자리 잡을 때까지 내가 데리고 있을게"라고 말해요.


'휴우~!' 이제 살았어요. 역시 우리 누나예요.


나는 "멍멍"하고 최대한 예쁜 눈빛을 보내며 누나한테 고마움을 표현해요.


누나는 내가 좋아하는 강아지용 요거트를 건네며 "걱정 마, 또리! 누나가 꼭 지켜줄게"하고 안심시켜 줘요.

누나는 항상 내 편에서 나를 지켜줘요. 이번에도 누나 덕분에 다른 집으로 가는 위기에서 벗어났어요.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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