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기 위해 넘어야 할 관문
오늘은 아침부터 분위기가 이상했어요. 병원에 가는 날인데 예방접종하러 갈 때와는 뭔가 느낌이 달랐어요.
엄마는 오늘 유난히 나에게 더 잘해주셨고, 누나는 눈물이 글썽글썽한 채로 나를 지켜봐요. 이번엔 아빠가 운전을 하고 다 함께 병원에 가요. 아빠는 "또리가 겁먹을 수 있으니까 함께 움직여서 가족의 힘을 보여주자. 또리 파이팅!" 하며 나를 쓰다듬어 주셨어요.
병원에 가는 건 언제나 피하고 싶은 순간이지만 건강한 강아지가 되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한대요. 나는 병원 진료 후 보상으로 먹는 간식을 기대하며 오늘도 조금만 참아보기로 해요.
병원 주차장에서 우리 가족이 다 함께 대기하고 있는데 지난번처럼 가운을 입고 마스크를 쓴 간호사 누나랑 형이 나를 데리러 나와요. 나는 가족들과 헤어지는 게 싫어 엄마 뒤로 숨었지만 소용없었어요. 간호사들은 나를 번쩍 안고 병원 안으로 들어가요.
그때부터 나는 조금만 참으면 누나가 가지고 온 맛있는 치킨 간식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만 하기로 해요.
그다음에는 잘 생각이 나지 않아요. 비몽사몽 일어났을 때는 한참 시간이 흐른 것 같았어요.
이상하게 내 몸이 잘 움직여지지 않아요. 내 목에는 딱딱한 플라스틱으로 만든 넥카라가 둘려 있고, 뒷자리 카시트에 내 몸이 고정되어 있어요.
누나는 "또리야, 잘 참았어! 학교에 가려면 어쩔 수 없었어. 미안해..."하고 걱정 어린 눈으로 나를 위로해 주었어요.
나는 지금 상태가 많이 불편하긴 했지만 마취가 덜 풀려서 인지 너무 졸렸어요. 카시트 안에서 다시 잠이 들어요.
집에 도착했을 땐 마취가 풀려서 수술 자리가 조금씩 아파왔어요. 나는 욱신거리는 수술 자리가 불편해 빨고 싶었지만 넥카라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황태 수프를 특별식으로 주셨어요. 황태 수프가 너무 맛있어서 그 순간 아픈 것도 잊고 한 그릇을 뚝딱 비웠어요. 엄마가 주는 약을 먹고 나는 다시 잠이 들어요.
한참을 자다가 눈을 떠보니 깜깜한 밤이었어요. 내 방 옆에 켜놓은 작은 램프 사이로 엄마가 보여요. 엄마는 내가 걱정되어 내 방 옆 1층 소파에 누워 나를 지켜보다 잠이 드셨나 봐요. 밤새 지켜 주는 엄마 덕분에 아픈 것도 다 나은 것 같아요. 불빛 사이로 보이는 엄마의 잠든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다시 잠이 들었어요.
수술 자국이 아파 또 깼어요. 이번에는 아빠가 곁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어요. 나는 안심이 되어 "휴우"하고 한숨을 한번 내쉬고 다시 잠이 들어요.
아침이 밝았어요. 잠꾸러기 누나가 웬일로 일찍 일어나 기지개를 켜며 내려와요. "또리야 괜찮아?"하고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요.
나는 누나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 최대한 예쁜 눈으로 바라보며 ‘괜찮으니 빨리 놀자’고 “멍멍” 신호를 해요.
씩씩한 또리는 어느새 아픈 상처가 다 회복되어 다시 똥꼬 발랄한 강아지로 돌아왔어요.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거야. 우리 또리 이번에 고생 많았다." 아빠는 '사람 가족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꼭 한 번은 겪어야 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해 주셨어요.
오늘도 나는 좋아하는 치킨 사료로 저녁을 먹고 기분 좋게 뒷마당 잔디밭을 우다다다 뛰어다녀요. 엄마, 아빠, 누나 모두 마당에서 나와 공 던지기 놀이를 하며 다 함께 놀아요. 나는 가족들과 함께하는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