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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음 Jun 26. 2024

생애 첫 도전기 (2)

나의 애정표현 방식

우리 집은 계단이 참 많아요.


엄마 아빠 누나 방은 모두 2층에 있는데 나는 아직 계단을 올라가지 못해요. 항상 1층에서 2층을 올려다보며 빨리 자라서 2층에 올라가야겠다고 생각해요.




엄마가 출근 준비를 해요. 내가 현관 앞에서 엄마를 바라보고 있으니까 "또리야, 잘 놀고 있어"하고 쓰담쓰담을 해줘요. 엄마 자동차 소리가 부릉부릉 나고 나는 다시 계단 앞에 웅크리고 앉아요.


이번엔 아빠가 나갈 차례예요. 현관 앞에 앉아있다 옷을 입고 가방을 들고 내려오는 아빠를 보고 좋아서 팔짝팔짝 뛰어요. 아빠도 "또리야, 이따 보자"하고 쓰담쓰담해 주고 나가요. 곧, 아빠 자동차 소리가 부릉부릉 나요.


이제는 누나가 일어나서 내려오기를 기다려요. 하지만 누나는 늦게까지 안 일어나요.


더 이상은 못 기다리겠어요. 오늘은 씩씩하게 2층 오르기에 도전해 보기로 해요.


두 발을 계단 위에 얹고 폴짝 뛰어봐요.


'어라?! 이게 되네?'


나는 한번 더 용기 내여 폴짝 뛰어요. 또 성공이에요. 어느새 나는 계단 두 개를 올라갔어요.


앗!! 그런데 이를 어쩌죠? 올라가기는 성공했는데 내려가려니 계단 아래로 점프하기가 너무 무서워요.


에효... 누나 일어날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아요.




누나가 나를 안고 뒷마당에 나갔어요. 예방접종을 마쳤기 때문에 이제 밖에 조금씩 나가도 된대요.


'이야...!'

뒷마당에는 초록색 잔디가 예쁘게 깔려있어요.


레몬과 오렌지, 자몽 나무에 열매가 그득 달려있어요. 나무 위에는 파랑새가 이리저리 앉았다 날았다 해요. 목이 긴 후루룩 새도 후루룩후루룩 소리를 내며 날아다녀요. 뾰족한 입을 가진 허밍버드가 꽃 주변을 맴돌아요.


나는 바깥세상 풍경이 너무 신기해 입을 벌리고 바깥 친구들을 바라보아요.


앗! 갑자기 오렌지 나무를 타고 돌아다니는 다람쥐가 보여요. 나는 깜짝 놀라 '멍멍' 짖어요. 뚱땡이 다람쥐는 나를 보고 무서워하지도 않고 한참 동안 내 눈을 째려보더니 담벼락으로 점프해 옆집 마당으로 쏜살같이 사라져요. 다음에 만나면 뚱땡이 다람쥐는 나랑 친구 할 수 있을까요?


내가 처음 만난 바깥세상은 아름다운 꽃들과 향긋한 과일향, 파랑새, 후루룩새, 허밍이와의 첫 만남, 그리고 뚱땡이 다람쥐와의 눈인사였어요. 아! 가끔 날아다니던 낙엽 친구들도 있네요.


나는 이곳을 기억하려고 온몸을 잔디밭에 부비부비 해요. 내 냄새를 잔디밭에 듬뿍 묻히고 싶었어요.


누나는 "또리 뭐 하는 거야?"하고 소리치며 나를 번쩍 안고 집으로 들어가요.




아빠에게 혼이 났어요. 누나가 너무 좋아서 '앙' 물었거든요. 전에 몰티즈 엄마랑 있을 때는 같이 있던 형제들과 물기 놀이를 즐겨했었어요. 앗! 그런데 누나 손에 내 이빨 자국이 났어요. 나는 누나가 좋아서 장난친 건데 누나가 아프다고 울어요. 손에서 피도 조금 났어요.


아빠는 화가 났어요. 나를 구석에 데려가서 혼을 내요. 절대 물어선 안된다고 호통을 쳐요.


나도 슬퍼요. 누나가 나 때문에 아파해요.


엄마가 나를 예쁘다고 쓰담쓰담해 주다 그만 내 발톱에 걸려 손에 상처를 입었어요. 살짝 스쳤는데 내가 어려서 아직 발톱이 많이 날카롭대요. 아빠한테 또 혼났어요.


나도 슬퍼요. 엄마가 손에 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붙였어요.


나의 애정 표현 방식에 문제가 있나 봐요. 내 이빨과 발톱에 스쳐 가족들이 아파해요.


아빠는 손톱깎이로 내 발톱을 깎아 줬어요. "발톱이 어디까지지?" 아빠는 발톱을 조심조심 잡고 뾰족하게 자란 발톱을 잘라요. "깨갱!" 아빠가 내 발톱을 너무 깊이 잘라냈어요. 피가 흐르고 아파요.  "멍멍" 나는 괜찮다고 했지만 아빠가 너무 당황해하며 미안해해요.


누나가 '살살'이란 말을 알려줬어요. '살살'하면 누나가 주는 간식을 덥석 물지 않고 살살 무는 거라고 했어요. 나는 심호흡을 하고 최대한 '살살' 간식을 입에 물어요.


사람 가족들과 함께 살려니 생각보다 배워야 할 것들이 많아요. 나의 애정 표현 방식을 조금씩 바꿔가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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