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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음 Jun 19. 2024

생애 첫 도전기 (1)

조금씩 세상에 적응해 가요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쬐고 있어요. 내 방 옆으로 난 창 밖에 푸르른 나무가 보여요. 밖에서는 파랑새들이 신나서 노래해요. 나도 짖을 줄 알지만 아직은 밖에까지 들릴만큼 큰 소리가 나진 않아요. 나도 얼른 밖에 나가서 놀고 싶어요. 하지만 아직은 집 밖에 나가기엔 너무 어리대요. 예방접종을 마쳐야만 하나 봐요.

 



향긋한 향기가 나요. 아빠가 나를 두 손으로 꼭 안고, 엄마는 세면대에 따뜻한 물을 채우고 내 몸에 물을 살살 끼얹어 주어요. 코코넛 향이 나는 비누 거품을 내 온몸에 발라요. 나는 미끈미끈한 느낌이 싫어서 머리를 좌우로 세게 흔들었어요. 물이 온통 주변에 퍼졌고 누나는 "엄마야~"라고 소리치며 뒤로 물러나요.

누나는 곧 내가 좋아하는 간식을 손에 들고 와서 나에게 조금만 참으면 끝난다고 위로해 줘요. 나는 간식을 먹을 생각에 조금만 더 참기로 해요.


잠시 후 '샤아악'하는 물소리가 나며 물을 온통 뒤집어썼어요.


온몸에 번지는 코코넛 향이 싫지는 않았지만 내 몸이 흠뻑 젖은 건 불쾌했어요. 바닥에 내리자마자 '후다닥' 몸을 털며 뛰어다녀요.


누나가 소리를 질러요. '또리야 멈춰! 물기 닦아야지!!' 하며 서둘러 타월로 나를 감싸 안아요.


엄마는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온풍기 앞으로 나를 데려가 털을 조심스럽게 말려줘요. 내가 감기 걸리면 어떡하냐며 걱정하는 소리가 들려요. 곧 내 털이 보송보송 살아났어요.


누나가 첫 번째 목욕을 잘했다며 맛있는 간식을 주었어요. 냠냠 짭짭!


누나가 목욕이 끝나고 따뜻한 이불로 감싸 안아주었어요. 누나가 안아주면 하나도 두렵지 않아요




병원에 예방접종을 하러 가는 날이래요.


엄마는 먼저 차에 타서 내비게이션을 찍고 운전할 준비를 해요. 나는 누나 품에 폭 안겨 차에 올랐어요. 뭔진 모르지만 엄마랑 누나랑 외출은 신이 나요. 부릉부릉... 차가 출발해요.


엄마가 운전한 차가 강아지 그림이 그려있는 건물로 들어갔어요.

Reminder: We are still on our covid policy, curbside services only. When you arrive here, please wear your mask and give us a call.


"Tori is here."


누나가 어디론가 전화를 해요. 엄마는 여기가 앞으로 내가 자주 다니게 될 동물병원이라고 했어요. 코로나라 비대면 진료를 하기 때문에 주차장에서 기다리면 간호사가 나와서 나를 데리고 들어간대요. 엄마랑 누나는 함께 안으로 못 들어간다고 하네요. 나는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한 채로 엄마랑 누나랑 이야기를 들으며 누나 품에 안겨 차에서 기다렸어요.

예방접종을 하러 병원에 갔어요.

잠시 후 마스크를 쓴 키 큰 아저씨가 우리 차로 왔어요. 나랑 같은 갈색 머리색을 가진 아저씨예요. 누나가 나를 안고 차 밖으로 나가요.


"Hello, Tori!"


아저씨는 내게 인사를 해요. 누나에게서 나를 건네받아 안고 성큼성큼 병원 안으로 들어갔어요.


앗! 나는 너무 놀라 아저씨 옷에 실수를 했어요. 내가 방심하는 사이에 누나와 너무 갑작스럽게 헤어져 당황했거든요. 아저씨는 웃으며 괜찮다고 했어요.


병원 안에는 나 말고 다른 강아지들이 많이 있었어요. 나보다 몸집이 훨씬 큰 강아지도 있고, 둥근 얼굴, 털이 긴 강아지, 뽀글뽀글 털을 예쁘게 다듬은 강아지 등등... 같은 강아지들이지만 다양한 모습과 크기의 강아지 친구들이었어요.


마스크를 쓰고 있어 눈만 보이는 사람 누나들과 아저씨들이 왔다 갔다 했어요. 나를 안고 들어간 아저씨는 내가 너무 어려서 그런지 바닥에 내려놓지 않고 바로 의사 선생님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어요.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 선생님은 파란색 눈을 가졌어요. 부드럽지만 단호한 음성으로 내게 "Hi, Tori"하고 말을 건네었어요. 나는 꼼짝 않고 의사 선생님한테 온몸을 맡겼어요.


의사 선생님은 내 몸무게를 재고 여기저기를 만지며 검사를 해요. 따끔한 바늘이 내 몸을 폭 찔러요. 나는 깜짝 놀라서 "꺅"하고 소리 질렀어요. 나는 용감한 말티푸 또리지만 나도 모르게 눈물이 조금 나왔어요. 그 후에도 몇 차례 바늘이 내 몸을 찔렀어요. 병원 냄새나는 약을 머리뒤에 바르기도 했어요.


빨리 이 순간이 지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의사 선생님은 나와 함께 한참 동안 시간을 보낸 후 나를 안고 밖으로 나왔어요.


이야... 밖에 엄마랑 누나가 기다리고 있어요. 의사 선생님은 나를 엄마에게 건네주며 "Tori is super healthy"라고 말해요.  


누나는 나보고 "Good boy"라고 칭찬해 주고 치킨맛 간식을 줬어요.  




다시 차를 타고 한참을 달려요.


우리 집이에요. 내가 주사를 잘 맞아서 집으로 다시 돌아왔나 봐요!



나는 기분이 좋아 여기저기 막 뛰어다녔어요.


어느새 나는 우리 집에 많이 익숙해졌어요. 하지만 아직 부엌 안으로는 못 들어갔어요. 궁금하긴 한데 ‘딱딱’, ‘보글보글, ’샥샥‘ 여러 소리가 들려서 좀 무서워요.



아빠와 한참을 뛰어놀다가 나는 내 방으로 들어가 잠이 들어요.


Good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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