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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음 Jun 12. 2024

첫날밤

내 방과 내 이름이 생겼어요

“자, 들어가자! 여기가 이제부터 함께 살 집이야.”


아빠는 내가 들어있는 커넬을 번쩍 들어 차에서 꺼냈어요..


커넬 틈 사이로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요. 잔디밭 너머로 아담한 이층 집이 보여요.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재스민 향기가 느껴졌어요.


계단을 세 개 정도 올라가니 현관문이 나와요. 아빠와 계단을 올라갈 때 커넬이 좌우로 흔들려서 조금 어지러웠어요.


킁킁킁… 문이 열리고 집 안의 냄새가 느껴져요.


새집 냄새... 향긋한 과일 냄새… 내가 좋아하는 치킨 냄새도 나요.  




커넬 문이 열렸어요.


나는 바깥이 어떨지 궁금했어요. 하지만 밖으로 나가기가 두려워 커넬 틈사이로 빼꼼히 내다보기만 했어요.


차 안에서 친해진 누나가 “이리 나와봐” 하고 몸을 숙여 커넬 안의 나와 눈을 마주해 주었어요. 알록달록 폭신한 장난감이 나를 유혹해요. 누나가 울타리 밖에서 장난감을 보여주는데 신기해 보였어요. 나는 용기를 내어 조금씩 커넬 밖으로 나가요.


울타리에 턱이 있어 밖으로 살짝 점프해서 나가요. 나는 푸들 아빠를 닮아 점프랑 달리기를 정말 잘하거든요?


"Good boy!!"


누나가 소리쳤어요. 누나는 나를 유혹하던 알록달록한 새 장난감을 내게 건네었어요.




‘또각또각’, ‘챱챱챱챱’, ‘샤악샤악’, ‘콸콸콸콸’…


새로운 집에는 처음 듣는 소리가 많이 들려요. 나는 작은 소리에도 아주 민감한 편이에요.


어딘가에 내가 좋아하는 치킨 간식을 두었나 봐요. 멍멍... 치킨 앞에서는 내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요.


부엌 쪽에서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겨요. 그쪽으로 가보고 싶은데 낯선 소리가 많이 들려서 두려워요. 용기 내서 가보려다가 얼른 내 방으로 숨어 버렸어요.


새로 생긴 내 방에서 밖으로 나가는 턱이 내겐 너무 높아요. 힘껏 점프해서 예쁜 누나에게 다가갔어요.




가족들은 내 이름이 뭐가 좋을까 얘기 중이에요.


누렁이, 코코, 호두, 인절미, 볼트, 또리...


여러 후보가 나왔어요. 누나는 코코와 호두가 예쁘다고 해요. 엄마는 먹는 것으로 내 이름을 짓기 싫다고 하시며, 또리가 입에 착착 붙는다고 강추해요. 아빠도 엄마한테 한표 던져요. "또리 좋네!! 도토리, 밤토리, 햄토리, 레퍼토리 여러 버전으로 바꿔도 되고... 하하하"


내 이름은 '또리'로 결정됐어요. 영어 공식이름은 승리(Victory)의 'Tori'래요.  




새 집에서의 첫날밤이에요.


내 울타리 방 안에는 자동차에서부터 타고 왔던 커넬이 있어요. 커넬 밖에는 폭신한 침대, 밥그릇과 화장실(배변패드)까지 갖춰져 있어요. 물론, 누나가 넣어준 장난감도요... 울타리 문은 내가 혼자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밖에서 잠겨있어요. 엄마가 아직 나는 너무 작아서 혼자 돌아다니는 건 위험하댔어요.


거실 불이 꺼지고 엄마, 아빠, 누나 모두 2층 각자 방으로 올라갔어요. 온 세상이 깜깜해요.


내 방 옆에 켜놓은 작은 램프가 유일한 불빛이에요.

 

가족들은 내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라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난 새로운 집이 아직 많이 낯설기만 한데... 1층 거실, 내 방에 나 혼자 덩그러니 남았어요. 조금 무섭기도 하고 낯설었어요.


하지만 나는 용감한 말티푸 또리니까 괜찮아요.


오늘 하루가 너무 길고 피곤해서 침대에 푹 쓰러져 잠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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