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우리집을 향해 달려요
우와! 4주 만에 많이 컸네?
깜깜했던 상자가 갑자기 환해졌어요. 열린 상자 뚜껑 위에 숨었던 파란 하늘이 보여요.
여섯 개의 검은 눈동자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어요. 4주 전에 만났던 사람 가족들이에요.
긴 생머리가 허리까지 길게 내려오는 예쁜 사람 누나는 나를 보자마자 팔짝팔짝 뛰며 기뻐해요.
전에 맡았던 익숙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아요. 앗! 사람 엄마랑 아빠가 뒤에 서서 환하게 웃고 있네요.
아침 일찍 브리더 할머니는 친구들과 놀고 있던 나를 번쩍 들어 올렸어요.
"자, 이제 너의 진짜 집으로 가자꾸나..."
브리더 할머니는 나를 작은 종이 상자 안에 넣었어요. 종이 상자 안에는 나를 낳아준 몰티즈 엄마가 쓰고 있던 이불 조각과 내가 실수해도 괜찮은 흰색 배변패드가 깔려있었어요.
상자 뚜껑이 닫히고 나는 깜깜한 상자 안에 덩그러니 혼자 남았어요. 하도 갑작스레 일어난 일이라 같이 놀던 누나와 친구들에게 미처 인사할 시간도 없었어요.
덜컹덜컹... 나를 실은 자동차가 움직여요.
비릿하고 찌릿한, 하지만 익숙한 몰티즈 엄마 냄새가 나는 이불 조각이 두려운 마음에 조금 위로가 되는 것 같아요.
나는 어리둥절한 상태로 다시 잠이 들어요.
미국에서는 우리 강아지들이 태어난 후 8주가 될 때까지는 엄마젖을 먹어야 새로운 사람 가족에게 보낼 수 있대요.
내가 태어난 지 4주 만에 처음 만났던 좋은 느낌의 사람 가족들이 다시 4주를 더 기다렸다가 마침내 오늘 나를 데리러 온 거였어요.
브리더 할머니는 상자에서 나를 들어 올리며 "Puppy, you are lucky!"라고 말씀하셨어요. 좋은 가족을 만나서 행운이라는 것 같았어요.
잠시 후 나는 사람 가족들의 차량으로 옮겨졌어요.
사람 아빠는 브리더 할머니가 건네준 상자 대신 깨끗하고 포근한 쿠션이 깔려있는 베이지색의 커넬에 나를 넣어주셨어요. 몰티즈 엄마 이불 조각도 함께요...
"강아지야, 이제 너는 우리 가족이야. 우리 집으로 가자!" 사람 엄마가 다정하게 말씀하셨어요.
사람 엄마는 나를 웃으며 보기만 할 뿐 선뜻 안아주지 못했어요. 내가 너무 조그맣고 가벼워서 어디를 잡아야 할지 모르는 것 같았어요.
"킁킁킁..."
옮겨 탄 자동차에는 생전 처음 맡아보는 냄새가 한가득이에요. 자동차 시트의 가죽 냄새, 방향제 냄새, 새로운 사람 가족들의 냄새... 모두 다 새로웠어요.
나는 냄새로 새로운 환경을 익혀요. 그래서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는 내내 내 코는 쉴 틈이 없었어요.
아직은 지금 이 상황이 어리둥절해요. 또 커넬 밖에서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궁금하기도 해요.
자동차를 타고 부릉부릉 한참을 달려가요. 내 코는 여전히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어요.
나와 함께 뒷자리에 앉은 예쁜 사람 누나는 계속 나를 신기한 듯 바라보며 사진을 찍어요. 나는 누나랑 계속 눈을 맞추며 친해지고 있어요.
"무서워? 괜찮아,..이제부터 우리가 지켜줄게."
누나는 나를 안심시키려고 계속 말을 시켜줘요. 나도 모르게 온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나 봐요.
"엄마, 강아지 커넬에서 꺼내주면 안 돼?"
누나는 떨고 있는 나를 안아주고 싶어 해요.
"안돼, 그러다 강아지 떨어지거나 눌리면 어떡하니? 아직 어려서 커넬 안이 가장 안전해."
엄마는 단호해요.
누나는 잠겨있는 커넬 틈새로 손가락을 넣어 내 작은 발등을 쓰다듬어 주었어요. 나는 그런 누나가 고마워 누나 손을 핥아주었어요. 누나한테서 좋은 핸드크림 냄새가 났어요.
엄마는 앞에 앉아서 옆에서 운전하는 아빠에게 계속 말을 했어요. 그동안 듣던 영어가 아니어서 다는 못 알아 들었지만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어요.
엄마 목소리는 부드럽고 따뜻했어요. 아빠는 굵고 낮은 음성이지만 무섭지는 않았어요. 차 안에는 누나가 미리 선곡해 둔 '강아지가 좋아하는 재즈' 플레이리스트 곡이 흘러나오고 있어요.
이렇게 한참 동안을 달리고 또 달렸어요. 나는 탐색을 거의 다 마치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