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비행을 준비해요
"또리 그 사이 많이 컸구나? 누나 말 잘 듣고 있었어?" 아빠는 환한 얼굴로 내게 말을 건네요. 나는 어찌나 반가웠던지 온 힘을 다해 빠르게 꼬리를 흔들어요. 보고 싶던 아빠를 다시 만나다니... 정말 꿈만 같았거든요?
"우리 또리 꼬리 부러지겠다. 하하하!" 아빠도 크고 묵직한 손으로 나를 쓰담쓰담하시며 크게 웃어요. 나는 엉덩이를 아빠에게 바짝 붙이고 '킁킁킁' 냄새를 맘껏 맡으며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확인해요..
"또리야 목욕하러 가자! 꼬작지근해서 안 되겠어." 누나는 엄마가 자주 쓰던 '꼬작지근'이란 표현을 따라 하며 나를 차에 태워요. 아빠가 누나와 나를 데리고 강아지 목욕탕으로 향해요. 사실 아파트로 이사하고 누나랑 단둘이 지내다 보니 제대로 된 목욕을 하기 힘들었어요. 내가 원래 깔끔한 강아지인데 요즘 내 모양이 좀 빠지긴 했죠.
강아지 목욕탕은 개인별 공간이 나눠져 있어 강아지마다 프라이빗한 목욕을 즐길 수 있어요. 향기 좋은 비누 냄새가 기분 좋게 퍼졌어요. 아빠가 지난 한 달간 나의 묵은 때를 다 씻겨주고, 마지막에 누나가 초강력 드라이어로 흠뻑 젖은 나의 털을 보송보송 말려줬어요.
짜잔! 변신한 저의 모습을 보세요. 깔끔한 원래 이미지로 돌아왔어요.
"또리야, 엄마 보고 싶지? 우리 엄마 만나러 갈까?" 아빠가 대뜸 내게 물어요. 엄마를 만나려면 자동차대신 비행기를 타고 머나먼 한국으로 날아가야 한대요. 나는 비행기를 타본 적은 없지만 엄마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기쁨에 힘차게 "멍!"하고 대답했어요.
이제부터 우리 가족은 나를 데리고 장거리 비행에 나설 준비를 본격화해요.
내 몸무게가 7Kg이 넘었기 때문에 아빠와 함께 비행기 객실에 탈 수 없대요. 12시간 동안 혼자서 비행기 화물칸을 타고 가야 하나 봐요.
누나는 내가 커넬 안에서 일어서도 불편하지 않을 적당한 사이즈의 새 커넬을 주문했어요. “이 안에만 있으면 아무 일 없을 거야. 울 또리 잘 버틸 수 있겠지?" 누나는 걱정 어린 눈빛으로 내게 거듭 확인해요.
사실 누나는 아빠가 돌아오기 전부터 내가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도록 필요한 서류들을 하나씩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동안 몇 차례 병원에 가서 의사 선생님을 만나고, 피도 뽑고, 이것저것 검사도 받았거든요. 나도 누나한테 최대한 협조하며 모든 검사에 얌전히 응했어요.
아빠가 마지막으로 나를 병원에 데리고 가서 비행기를 타기 위한 최종 검사를 하고 출국 수속 준비를 마쳐요.
내가 커넬 안에서 장시간 잘 버틸 수 있도록 새로운 커넬과 친해지는 훈련이 시작됐어요.
누나가 "또리, 하우스!"하고 말하면 나는 재빨리 커넬 속으로 들어가요. 누나는 그때마다 "잘했어!"하고 맛있는 간식을 줘요. 누나가 “또리, 나와!”하고 문을 열어줄 때까지 나는 커넬 안에 꼼짝 않고 있으면 돼요. 나는 누나랑 함께하는 하우스 놀이가 재미있어서 커넬 훈련에 점점 더 속도를 내요. 아빠가 "우리 또리, 최고의 훈련병이네!"하고 칭찬해 줘요. 내가 생각해도 나의 집중도와 민첩한 행동은 정말 최상급인 것 같아요.
드디어 비행기를 탈 준비가 모두 끝났어요. 누나도 회사에 휴가를 내고 다 함께 한국에 갈 준비를 해요.
누나는 내가 타고 이동할 커넬에 '첫 번째 비행기 여행이에요. 잘 부탁드려요."라고 쓴 종이를 붙였어요.
이제 내일이면 나의 고향 실리콘밸리를 떠나 엄마가 기다리는 한국으로 가요. ‘굿 나이트!’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