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추억이자 그리움의 버튼
바다는 내게 추억이자 그리움이며, 새로운 삶을 향한 버튼이다.
어릴 적 여름이면 가족 모두 바다로 피서를 떠났다. 엄마와 갯벌에서 조개도 줍고, 아빠와 함께 파도타기 놀이도 실컷 했던 기억이 있다.
밤이 되면 수많은 별빛이 수놓은 바닷가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모닥불을 피우고, 도란도란 이야기도 하며 잔잔한 가족애를 쌓아갔다. 부모님과 함께라면 아무런 근심 걱정 없던 시절, 바다는 내게 수많은 추억을 남겼다.
대학 때 동아리 선후배들과 제주도로 엠티를 떠났다.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비행기대신 네 시간 이상 여객선을 타고 바다를 가로질러 나아갔다.
검은 바다 위에서 바위에 부딪혀 부서지는 파도를 바라보며 함성을 지르기도 하고, 평생 잊지 못할 인생 사진도 찍으며 학우들과 함께 다양한 고민을 나눴던 것 같다. 두어 시간이 지나면서부터는 지독한 뱃멀미에 시달리느라 기진맥진했던 기억도 난다.
신혼 첫여름휴가 때 부부는 바닷가 해안도로를 따라 전국 일주를 했다.
에어컨을 계속 켜면 시동이 꺼지던 800 cc 초소형차를 타고 신이 나 바닷가를 돌아다녔다. 동해를 지날 땐 시원한 바다 느낌 그대로, 서해안에선 잔잔한 서해만의 매력으로, 남해를 지날 땐 아름다운 바다색에 반하며 알록달록한 미래를 설계했다.
미국으로 건너간 후 고국이 그리울 때마다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앞 바닷가를 찾곤 했다.
태평양 너머 저쪽이 우리나라 대한민국이라고 생각하면 이국에서 느끼는 외로움이 한결 덜 해 지는 듯했다. 동해 바다의 싱싱한 해산물이 그리울 때면 집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바닷가 '하프문베이(Half Moon Bay)'로 달려가 던저니스 크랩을 한 아름 사다가 포식하곤 했다.
딸아이를 타지에 남겨두고 귀국한 후 남편과 함께 남해로 내려가 한동안 머물렀다.
수년만에 돌아온 고국은 때론 낯설고 어색함도 느꼈지만 바다만은 예전과 똑같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남해도의 아름답고 잔잔한 쪽빛 바다를 한없이 바라보며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다가올 제2의 인생 밑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그립던 딸이 잠시 귀국했을 때, 온 가족이 강릉 바닷가로 달려가 새롭게 떠오르는 동해 일출을 바라보며 우리 가족의 다가올 미래를 설계했다.
바다는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고 다가올 미래를 그려나갈 때마다 함께 해 온 내 삶의 동반자다. "우리는 바다의 파도처럼 멀리 흩어지지만, 결국은 다시 모이게 된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나는 오늘도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바다를 향해 시동을 건다.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중> 매거진은 매일매일 저의 다양한 기억을 소환해 보려는 시도입니다. 이 과정에서 잊고 있던 소중한 추억과 행복했던 기억, 제 곁을 지켜준 사람들을 떠올려 보려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이나 공감하는 내용이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