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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는 나무

나무는 기다림 그 자체로 행복했다

by 열음 Feb 1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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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잘 지내고 있지? 뭐 필요한 건 없고?"


이른 아침, 딸아이의 전화벨 소리에 잠을 깬다. 새벽잠을 설치긴 하지만 난 이 시간을 항상 기다린다. 아직 부모의 손이 필요한 시기인데 멀리서 혼자 지내고 있는 딸아이의 소식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부모'라는 이름을 얻은 후부터는 기다림의 연속이다. 10개월 달수를 채우고 예정일에 건강하게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의 기다림을 시작으로 처음 옹알이 할 때, 엄마라고 부를 때, 걸음마를 뗄 때, 이유식을 먹을 때 그 순간순간을 기다리며 희열을 느꼈다.


아이가 학교에 입학해 조금씩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부모는 또 그다음 단계의 변화와 도약을 기다린다. 어느 순간이 되어 아이가 부모의 품을 떠나 홀로 선 후에도 부모의 기다림은 계속된다.


셸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The Giving Tree)>에서 나무는 항상 소년을 기다린다. 소년이 어릴 적에는 나뭇가지로 그네도 타고 사과도 따먹으며 즐겁게 함께 논다.


하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소년이 찾아오는 횟수가 줄어들게 되었고, 그래도 나무는 항상 소년을 기다린다. 오랜만에 나타난 소년이 필요한 것을 말하면 나무는 기꺼이 자신의 가지를 꺾어가게 하고, 때로는 몸통을 베어 가라 한다.


다시 오랜 기다림 끝에 나타난 소년에게 마지막으로 소년이 쉴 수 있도록 밑동까지 모두 내어준다. 나무는 계속 소년을 기다렸지만 항상 행복했다.


어릴 적 엄마가 연두색 커버로 장식된 이 그림책을 선물로 주셨을 때는 솔직히 그 내용에 대해 별 감흥을 못 느꼈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내가 부모가 된 후 다시 이 책을 접했을 때 그 속에 숨겨진 여러 의미들을 곱씹게 된다.


부모의 역할은 끝없는 기다림이란 생각이 든다. 아이가 태어나 자라며 함께 해온 여러 기억들을 간직하고 아이가 조금씩 홀로 서는 모습을 지켜보며 멀찌감치에서 계속 기다려 주는 것이 우리 부모들이 아닐까.


<하루의 단상> 매거진은 매일매일 저의 다양한 기억을 소환해 보려는 시도입니다. 이 과정에서 잊고 있던 소중한 추억과 행복했던 기억, 제 곁을 지켜준 사람들을 떠올려 보려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이나 공감하는 내용이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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