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을 보며
미국 47대 대통령으로 트럼프가 재취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취임식 날은 미국 대표적인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킹을 기념하는 휴일이기도 했다. 앞으로 트럼프가 쏟아낼 수많은 행정 명령과 오만한 정책들이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 그리고 세계 여러 국가들에게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관련 기사를 훑어보다가 가장 눈에 띄었던 단어는 'oligarchy'였다. 특히 구글, 메타, 애플 등 빅테크 기업의 총수들이 한 자리에 모여있는 사진 한 장이 인상적이었는데 이와 관련한 기사 하단에는 oligarchy를 외치는 수많은 댓글이 달려있었다. 그 정확한 의미가 궁금해 찾아봤다.
Oligarchy, 우리말로 '과두제'를 의미한다. 즉 소수의 사람이나 집단이 권력을 독점하여 지배하는 정치 체제를 말한다.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이 단어는 "oligos(소수)"와 "arkhein(통치하다)"가 결합된 형태라고 한다.
과두제는 역사적으로 귀족정치, 군사정권, 또는 재벌에 의한 통치에서 나타났으며 지금도 특정 국가의 정치 구조나 대기업의 영향력 속에서 과두제적 요소가 발견되기도 한다.
고대 그리스의 oligarchy 대표적 사례로 스파르타(Sparta)를 꼽을 수 있다. 스파르타는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아테네(Athens)와 달리, 두 명의 왕과 소수 엘리트 집단이 권력을 공유하고 다수의 대중들에게는 군사력을 동원, 물리적 통제를 가함으로써 체제를 안정화했다.
그동안 미국은 기업의 독과점을 막기 위해 강력한 반독점법을 시행해 왔다. 기업이 정부 보다 더 큰 힘을 갖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만약 경제적으로 막강한 힘을 가진 몇몇의 기업이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이것이 바로 경제적 과두제의 사례가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취임식에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구글 순다 피차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등 실리콘밸리 주요 기업들의 전현직 총수들이 트럼프 뒤에 도열해 있는 모습이야 말로 막강한 권력을 손에 쥔 트럼프 정부와 적극적인 협력 관계를 모색해 보겠다는 상징적 의미로 보이기에 충분했다.
스파르타의 과두제가 군사력으로 대중을 통제함으로써 피지배 계층의 정치적 참여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면, 빅테크 기업들은 최첨단 기술, 수많은 데이터,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을 통해 맘만 먹으면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막강한 힘을 갖게 됐다.
만약 이들 기업이 정권과 협력하는 대가로 세금 감면 및 각종 규제 완화, 기술 산업에 유리한 정책을 취할 경우, 현대판 oligarchy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 진보 정치인 버니 샌더스는 이 모습을 보며 앞으로 일어날 oligarchy의 위험성 대해 경고하기도 했다.
과거 트럼프 1기를 돌이켜 보면 그의 거침없는 행동 및 추진력이 미국은 물론, 세계 곳곳에 정치적, 경제적으로 수많은 파장을 낳았던 기억이 있다. 앞으로 펼쳐질 트럼프 2.0 정부가 과연 어떤 행보를 이어나갈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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