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크론병 환자의 삶을 알기 위해서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크론병'에 대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기관 전체에 발생할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입니다.
희귀 난치성 자가면역질환으로 몸 안의 면역 체계에 이상으로 외부 침입자로부터 반응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몸을 공격해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입니다.
원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유전이나 환경적 요인으로 발생한다고 합니다.
흡연이 증상을 촉진시키기 때문에 흡연자분들은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완치의 개념보다는 증상을 완화하고 염증을 치료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매일 면역억제제와, 염증 연고 역할을 하는 약을 먹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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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약을 먹는 것은 익숙하지 않다.
펜타사, 연고 역할을 하는 약을 4알, 면역억제제를 1알 총 5알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먹는다.
아침에 물 한잔 먹는 것이 좋다는데, 약 먹을 겸 물도 마시게 되니 일석이조 느낌이다.
내가 크론병 진단 후 가장 다르다고 느끼는 것은 '화장실'인 것 같다.
한 번씩 화장실을 가야 할 때가 생긴다. 못 참겠어서 가는 것이다.
라테 같은 흔히 화장실을 부르는 음료를 마시거나
엄청 배부르게 배를 채우거나
그냥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데 한 번씩 화장실을 가야 할 때가 생긴다.
조금 더러운 이야기니 패스를 하셔도 된다.
처음에는 원래 내가 이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주 갔다.
심지어 변 상태도 좋지 않을 때도 많다.
냄새는 왜 이렇게 고약한지, 매우 역겹다.
인터넷 검색을 하니, 크론병 환자들은 화장실 문제가 다 있는 것 같았다.
일에 지장이 갈 정도라는 글을 봤었다.
하지만 나는 졸업 후 취업했을 때 크게 지장은 가지 않았다.
시간이 좀 지나고 음식은 다 잘 먹었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크론병 환자가 된 후 거의 먹지 않는다.
먹어본 결과, 상당히 기분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느끼는 불편함은 그나마 화장실 빼고 없는 것 같다.
흡연은 당연히 안 한다.
술은 가끔 먹는다. 원래 노는 것을 좋아해, 소주는 먹지 않는다. 맥주 조금이나 위스키를 마신다.
비싼 건 약이 되는 느낌이라 괜찮은 것 같다. 그렇다고 자주 먹는 것이 아니다.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마신다.
배 상태가 좋지 않으면, 알아서 조절한다. 간헐적 단식이나 밥만 먹는다.
2년 정도 지난 뒤, 한번 현타가 왔다.
아침에 약을 먹고 이 짓을 평생 해야 한다는 사실에 귀찮음과 뭔가 내면으로부터 화가 났다.
그러다 금방 잠잠해지고 잊어버린다.
그리고 크론병 카페에서 본 글들을 상기한다.
카페에 가입하여 글을 읽으면, 참 안타까운 글들이 많다.
나보다 한참 어린아이가 크론병 진단받아 부모가 남긴 글
그리고 수험생이 크론병으로 고민을 적은 글
나보다 나이가 많으신 분들의 글
그들의 글을 보면서 나만 그런 게 아니라며, 위안을 얻기도 한다.
2025년도의 나는 매우 건강하다.
사실 수술한 뒤, 다시 아픈 적은 없었다.
관리를 한다고는 느끼진 않지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니 만일 크론병인 아이들의 부모가 이 글을 본다면,
제일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스트레스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아마 아이들이라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이 많을 텐데 너무 억제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 억제로 스트레스를 받는 게 더 좋지 않을 수 있으니 말이다.
나는 하고 싶은 운동, 일 다 한다. 최근에는 러닝도 시작했다.
먹고 싶은 음식도 다 먹는다. 치킨, 과자, 탄산, 술, 라면 이런 정크 푸드도 다 먹는다.
(내 글의 모든 음식 사진은 내가 먹은 것들이다.)
다만 적당히 잘 조절해서 먹는다.
그러니 아이들이 잘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길 바란다.
4개월마다 정기검진을 위해 병원을 간다.
갈 때마다 피를 뽑고 진료를 받는다. 언제나 주사실은 두렵다.
나는 정기검진으로 스스로 실험을 했다.
내가 이렇게 생활하는데도 괜찮은가? 에 대한 실험을 말이다.
염증수치, 내 상태를 보며, 생활을 조절했다. 그렇다고 무턱대로 따라 하지 않길 바란다.
결과를 기다리며 긴장을 하던 병원은 어느덧 익숙함으로 자리 잡았다.
어차피 괜찮을 거라는 안일함과 괜찮다는 담당의 교수님의 말에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의학 기술이 발전한다면, 언젠가 나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니 그렇게 믿는다.
그 기대와 함께 난 오늘도 약을 먹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남들과 다르지 않은 하루를 살고 어쩌면 보통의 사람보다 더 나은 삶을 살지도 모른다.
오히려 크론병이라는 이유로 이렇게 글도 쓸 수 있기에
내 삶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나는 내가 크론병이라는 게 부끄럽지 않다. 가끔 뽀로로의 크롱으로 놀리긴 하지만 나도 웃는다.
어쩌면 나에게 크론병은 개성으로 자리 잡았을지도 모른다.
남들과 다를 수 있는 것, 그거로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