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글을 써야 한다는 것

혼자 끄적이던 글을 보며,,

by 글적이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었다.

글을 잘 쓰는 것은 아니지만, 내 글을 보이고 싶었다.

글과 관련된 전공은 아니다. 그저 내 생각의 끄적임을 보여주고 싶은 욕구가 컸던 것 같다.

거창한 작가처럼 글을 적는 것보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위한 욕망이 목적이었나...?

나의 삶과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리고 공유하고 싶었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얻은 배움과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남기고 싶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정리되지 않은 혼자서 끄적이던 메모장을 넘기며 글을 적었다.

내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즐거웠다. 새로운 자극을 받으며 영감이 막 떠올랐다.

글 속에 가치관을 담기도 하고 내 아픔에 대한 이야기를 담기도 했다.

단순히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던 나의 목표와 사람들에게 내 글을 보이고 싶은 목적을 이뤘다고 생각했다.

그걸 느낀 순간부터 글 쓰는 게 귀찮아졌다.

지금은 굉장히 자만하고 오만한 생각임을 알았다.


글쓰기를 뒤로 미뤄버린 나름의 변명은

자취를 하고 있다. 관리비 폭탄을 맞은 뒤 집에서 에어컨은 가동하지 않았다.

고장 난 선풍기와 약한 바람이 나오는 서큘레이터로 더위를 보냈다.

마음속으로는 오늘 생각했던 것들, 남기고 싶은 내 생각을 작가의 서랍에 담아야겠다는 다짐은

끝내 더위를 이기지 못했다.

샤워를 해도 다시 온몸이 땀으로 젖으면 글을 적으려던 마음이 사라졌다.

바람을 쐬며 침대에 누워 SNS와 숏폼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더위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었다.

잘 때가 되면 "그냥 글 적을걸..."혼자 되뇌며 후회하는 밤을 보냈다.


유튜브에서 글을 적어야 하는 이유를 담은 영상을 보았다.

뇌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가 아니라 필수다.

스스로 성찰을 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글을 적어야 한다.

정확한 내용은 기억이 안 나지만, 글을 적다 보면 흩날리던 생각들을 구조화하며 정리하게 된다고 한다.

내 생각에는 그 과정에서 일회성으로 지나갈 생각들이 사라지지 않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뇌가 생각들을 기억하기 위해 일을 하면서 쌓이는 생각들이 좋은 씨앗이 될 것이고

글쓰기는 그 씨앗을 좋은 흙으로 덮어주는 행위일 수도 있겠다.


내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힘들다고 느꼈다.

생각했던 것들을 다시 떠올리기 위한 시간, 그것들을 글로 표현하기 위해 단어와 문장을 고민하는 시간들은 재밌다가도 힘들었다.

이런 시간들을 많이 가져보지 않아서 그런가 하는 자기 합리화를 해봤다.

그러면서 글쓰기가 재미에서 부담으로 느껴졌고 스트레스가 느껴지는 행위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운 여름에 글을 적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 덥다는 핑계로 SNS 속으로 도망갔던 것 같다.

그럼에도 생각과 고찰하는 시간과 그것을 글로 표현하기 위한 괴로운 시간들을 버텨야 한다는 것은 마음속에 맴돌았다.

이런 사실들을 알아도 변화하는 것은 힘들었다. 아마 다시 반복하는 내 행동을 마주 보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럼에도 계속 괴롭다고 느껴지는 이 감정을 이겨내면서 글을 적는 것이 맞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 답을 찾기 위한 시간도 가져봤지만 소용없었다.

끝없는 자문자답과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삶이 한심해 보였다. 그래서 마음을 바꿨다.


이겨내는 것이 맞다. 그리고 그저 괴로움을 벗어나기 위한 질문은 하지 말자.

그래서 그저 글 적고 싶은 때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글을 적고 싶지 않아도 억지로 시간을 견디면서 적기로 했다.

뇌에서 무언가 하고 싶다는 신호를 기다리기에는 인생은 짧다고 생각한다.

괴롭다는 생각보다 글을 적으면서 내 생각을 정리하고 다듬으며, 힘든 시간이 뿌듯함으로 변하는 감정을 느껴보려 한다.

당연히 익숙하지 않은 것이기에 힘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글쓰기를 하기로 했다.

브런치에 글을 적는 것, 혼자서 다이어리에 끄적이는 것, 좋은 생각이 떠올라서 핸드폰에 메모하는 것

글쓰기에 정답을 정해두지 않으려 한다. 어떤 형식이든지 글을 적으면서 성장할 것이다.


나의 작은 끄적임이...

누군가에게 새로운 자극이 되기를

누군가에게 힘이 되기를

나에게 다시금 동기부여를 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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