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텔c Oct 08. 2024

[사색의 서, 8] 대세

무엇을 '먹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를.

대세는 전염성이 있습니다. 좋아 보인다는 착각 속에서 자신도 좋아하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느끼게 되죠. 대세가 나에게 항상 맞지는 않다는 것을, 나에게 꼭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좋다고 착각하며 사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_<오늘 당신의 삶에 대해 니체가 물었다>, 강민규 작가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가거나, 가본 적 없는 곳으로 여행을 가는 등 낯선 곳에서 맛집을 찾는 것은 요즘 시대에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람들의 경험이 고스란히 인터넷에 남아 있다. 그중에는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솔직하게 담은 글도 있고, 반대로 주관을 숨기고 좋은 모습만을 보여주는 광고성 글도 있다.


솔직한 글과 광고성 글. 세상의 순리대로라면 솔직한 글이 대세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의 세상은 광고성 글이 반복되어 쌓이다 보면 그것이 진짜처럼 여겨진다. 특별히 더 나은 점이 없는 평범한 곳이라도 대세가 된다. 한 번 대세가 된 곳은 그 유명세를 쉽게 잃지 않는다. 한 번 쌓인 글들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유명세는 계속해서 새로운 글들을 쌓아가며 점점 더 튼튼한 성벽이 되어간다.


이러한 대세를 만드는 현상은 사람들이 대세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습성 때문에 계속된다. 또 하나의 습성은 바로 한 번에 최고의 경험을 하려는 것이다.


'짬짜면'이라는 메뉴가 있다. 짬뽕과 자장면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이 메뉴가 등장한 후, 나는 의문이 들었다. 왜 한 끼 식사에서 당장 내일 죽을 사람처럼 두 가지를 다 맛봐야 할까? 오늘 짬뽕을 먹고, 내일 자장면을 먹으면 되지 않을까? 어쩌면 이처럼 두 가지 맛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시스템이 우리로 하여금 지나치게 '선택장애'를 가진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리는 한 번에 최고의 경험을 하려고 애쓴다. 한 동네에서 한 매장의 음식이 별로였다면 다음에 다른 음식을 먹어보면 되고, 그마저도 별로였다면 다른 매장으로 가면 된다. 하지만 우리는 이 단계를 건너뛰고 사람들이 맛있다고 리뷰를 많이 남긴 식당만 찾아간다. 또는 맛없다는 리뷰를 하나라도 발견하면 그 가게를 방문하는 것이 망설여진다.


얼마 전, 처음 가본 동네에서 누가 봐도 오래된 식당을 발견했다. 식사 시간이었기에 들어가려다가 습관적으로 평을 검색해 보았다. 첫 번째 검색 글에서 "양은 터무니없이 적고, 사장은 불친절해서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을 보고 바로 다른 곳을 찾아보려 했다. 그 순간, "모르는 사람의 글 하나만 보고 이렇게 판단해도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가 어떻든 직접 경험해 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 끼 정도 맛없으면 어때?'라는 마음이었다.


그렇게 들어간 식당은 분위기가 좋았고, 첫 입을 먹자마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맛있었다. 사장님으로 보이는 분도 주문부터 계산까지 매우 친절하셨다. 인터넷 글과는 어느 하나 맞는 것이 없었다. 그 글이 왜 대세인 것처럼 인터넷 최상단에 올라와 나의 경험을 방해하려 했던 것일까?


이러한 맛집 검색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사람들이 '실패'를 두려워한다는 점이다. 한 끼 별로인 음식을 먹는다고 내 인생이 망하거나 세상이 무너지는 것도 아닌데, 그 한 끼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쓴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믿고 따르려는 이유 역시 실패를 피하려는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대세'는 무엇을 의미할까? 실패하지 않는 평범함을 좇기 위한 것일까? 그렇다면 실패하지 않는 것이 과연 성공으로 이어지는 걸까? 내 생각엔 그렇지 않다. 많은 경험을 해야 직접 느낄 수 있다. 이 식당이 괜찮은지, 내가 좋아할 만한지, 나의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기준과 내 기준이 다른데, 왜 그들의 기준으로 평가된 결과를 받아들이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말은 너무나 당연하다. 평범하지 않은 우리가 평범하게 살려고 하니 얼마나 어렵겠는가? 우리는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특별하다.


세상에 나를 맞추지 말자. '평범'이라는 틀에 나를 끼워 맞추지 말자.


한 끼 부실하게 먹는다고 인생이 크게 잘못되지 않는다. 우리는 먹기 위해 일하지만, 살기 위해 먹는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사느냐'이지, '무엇을 먹느냐'가 아니다.





이전 07화 [사색의 서, 7] 마주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