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과 같은 병증은 실재한다. 항우울제가 꼭 필요한 상황이 있다. 그런 상황에서도 약물의 도움 없이 견뎌낼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명상은 의학적 도움에 반하는 것이 아니다. 명상은 만병통치의 마법이 아니다. 그럼에도 약물이 아니라 의식에 차원에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일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생각의 패턴을 바꾸는 일이다.
병증을 포함해 심각한 사건이 일어난 뒤에는 부정적인 생각이 자주 떠오를 수 있다. 왜 그 부정적인 생각이 떠올랐는가? 그것은 완전한 미스터리다. 어떤 생각이 당장 몇 초 뒤에 떠오를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왜 떠올랐는지는 더욱 알 수가 없다. 다만, 그 생각을 알아차리고 우리가 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발견한다면, 거기에서 어떤 일관성을 발견할 수도 있다. 우리가 사건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별을 했다면, 이별의 원인에 대해 내가 나의 부족함 때문이라는 이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자주 자책하는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 때문에 그 사람이 떠나갔고, 나의 부족함 때문에 이 관계가 파탄 났고, 나는 그런 사람을 매혹할 매력이 없는 사람이고, 등. 평소 자신에 대한 존중감이 부족한 사람은 부정적인 생각을 자기학대에 가까운 생각으로 몰고 가는 경향이 있다. 이런 방식으로 우리가 어떤 생각의 패턴을 가지고 있는지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면서 관찰해 보는 것이다. 이때 생각에 휩쓸려버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지 만을 관찰하고, 거기에 어떤 평가도 더해서는 안 된다. 생각을 생각으로써 알아차리기만 하는 것이다.
김주환 교수님은 이런 우리 생각의 패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내면 소통>이라는 책을 쓰셨다. 그 책에 명상에 관한 철학적, 과학적 근거들을 명료하게 정리하셨다. 책에 대한 강의도 교수님의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교수님은 내면 소통의 방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신다.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 모든 생각의 패턴이 자기와 타인에 대한 용서, 연민, 사랑, 수용, 감사, 존중에 머물도록 하라는 것이다. 이 중에서 감사와 사랑의 중요성은 거의 모든 명상 지도자들이 강조한다. Loving-kindness 명상에서 하는 것이 바로 이 감사의 마음, 따듯한 사랑의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따듯한 감정은 실로 우리가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불러올 수 있는 것이며, 그 감정 속에서 우리 생각의 패턴을 바꾸기 위해 훈련해 볼 수 있다. 자기 자신을 위로하는 따듯한 마음속에서 생각을 관찰하는 것이 유익할 것이다.
함께 강조할 만한 방법으로는 자신의 생각 패턴에 대해 글을 써보는 것이다. 자유 주제로 에세이를 쓰면 생각의 패턴이 묻어 나온다. 그 생각의 패턴을 정합성 있게 만드는 과정에서 실제로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은 변화한다. 꼭 글로 할 필요 없이, 우리 생각을 타인이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하는 경험도 유효하다. 힘든 일을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이야기하면 감정적인 지지까지 받을 수 있으므로, 따듯한 마음이 저절로 들기 마련이다. 감정 상태가 안정화되면 고통을 일으키는 생각의 패턴을 재해석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