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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 취업 교육이 실패하는 이유

by 서하

한 번이라도 진로/취업 교육을 받아 본 적이 있는가?

86년 이후의 태생이라면 적어도 대학교에서라도 취업과 관련한 특강이라도 들어보았을 것이다.

요즘은 취업이 어려워서 중, 고등학교 교육과정뿐 아니라 대학교에서도 필수로 진로 및 취업과목이 설치되어 있어서 누구나 진로상담 또는 취업상담에 도움을 받아 보았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것만 골라서 피해 다닌 학생들도 더러 있긴 하던데 가급적이면 학교에서 하는 것들은 모두 참여해 본다는 마음가짐이면 손해는 보지 않을 것이다.


오늘은 한 대학에 진로취업부서의 담당자와 이야기 나누다가 우리나라에서 아무리 많은 세금을 퍼부어도 취업률이 오르는데 한계가 있고, 번번이 진로 때문에 방황하거나 미스매치된 취업이 줄지 않는 이유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첫째, 교육기관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보수적이다. 즉, 변화를 싫어한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꼰대기질을 가진 사람들이 오래 버티고 만족스러워하는 곳이 학교라는 조직이다. 사고가 유연하거나 자유분방한 사람들은 이런 조직문화를 너무 힘들어한다. 이런 곳에서 학생들을 위해 만든다고 하는 프로그램들은 어떠하랴. 실적이 곧 그들의 평가가 될 터이니 아주 확실한 것만을 시도하려고 한다.

한 가지 예를 살펴보자. AI가 발달하면서 챗 GPT가 상용화되며 실생활과 산업에 큰 파장을 일으킨 지가 벌써 2년이 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의 각 전공수업이나 심지어 비교과 프로그램에도 GPT를 활용하는 수업은 극히 드물다. 그럴만한 이유는 단 한 가지, 강사 섭외하는 문제도 학위를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GPT가 이제 막 나왔는데 어떻게 학위를 가진 전문가가 있단 말인가? 고작 인정할 수 있는 학위라면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실무 했던 사람이나 개발자들이 석, 박사의 학위를 가지고 있다고 하면 납득하는 수준일 텐데 말이다. 한 사례를 들어 설명한 이유가 얼마나 사고의 유연함이 부족한지 알리기 위함이다.


둘째, 협업을 어려워하는?(싫어하는이 정확할 것 같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한 고등학교에 취업지원관 담당자를 만나러 간 적이 있었다. 학교 간의 MOU를 맺어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학생들의 취업률을 고양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적용해 보자고 제안했다. 그랬더니 겉으로는 칭찬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자신의 실적이 다른 쪽으로 넘어가는 것을 두려워 조건을 내세우기를 반복하여 결국은 무산되었다. 교육기관은 자고로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의 정신을 실현하는 곳이 아니던가? 어떻게 학생들의 편에서 학생들을 위한 노력이 아닌 자신의 공을 세우기 위한 노력이 우선된단 말인가?


셋째,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꼰대기질과 비슷한 사고의 유연성이 부족한 이유다. 세상이 이처럼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변화에 적응하려는 의지나 대응 노력이 부족하다면 자신도 변하지 않는데 누구를 변화시키겠다고 교육을 하는지 의문스러울 때가 있다. 그래서일까? 교육기관의 담당자들은 기획하는 것을 잘 못한다(아니 안 하려고 하는 것 같다. 모두 외주를 주고 있으니까).

전문성이 부족해서 외주를 준다고 한다면 외부업체 선정에 전문성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돈과 결부된다. 업체의 견적서에서 가장 저렴한 곳을 선정한다. 우리나라의 공공기관에서 이런 방식을 사용한다. 특히, 학교라는 곳은 교육부가 가난해서인지(그렇다면, 교육지방세로 거둬들인 돈으로 골프장을 짓거나 연수원을 지어서 교직원들만 노는 복지로 사용한다는 기사는 왜 자꾸 회자되는 걸까?) 다른 이유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전혀 학생들을 위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듯하다(건축물만 보아도 알 수 있지 않은가? 노후화로 재개발해서 집만 새로 지을 것이 아니라 학교도 다시 지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결론적으로 전문성 있는 사람은 이런 곳에 사명감으로 일을 시작했다가 현타에 사라져 버리고 비전문가들이 그 자리에서 전문가 행세를 한다. 어떻게 보면 비전문가가 전문가로 변화하는 과정이 대응하는 방식인지도 모르겠다.


알고 있던 사실을 글로 작성하려니 새삼 더욱 답답해진다. 얼마 전 세바시에서 <잘 사는 법>에 대한 강연을 들으면서 이러한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우리나라는 사람에게 관심이 너무 없다. 인적자원만으로 이만큼 선진국이 되었으면 이제는 돌아볼 만도 할 텐데.... 아직도 자기 먹고살기에 바쁜 후진국 마인드가 팽배해 있다. 진로를 찾지 못해서, 취업난으로 갈 곳을 찾지 못해서 방황하는 사람들을 위해 울어주고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주면 좋으련만... 10대부터 80대까지 같이 잘 살 수 있게 연구하고 도와주고 지지해 주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제공되고, 전문가가 활동할 수 있는 그런 나라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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