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륙

by 삶은여행

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신청했지만, 막상 당장 떠날 용기는 없었다.

그러던 사이 일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많이 줄게 되고 함께 일하는 언니들과도 많이 친해져서 계속 일을 하게 되었고, 더 이상 미루면 정말 떠나지 못할 것 같아 그해 11월, 일을 그만두었다.

처음에는 적응하면서 정말 많이 울고 힘들었지만,

일을 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 나의 공항은 따뜻하고 즐거운 공간이 되었다.


뉴질랜드행 티켓은 싱가포르 항공사를 통해 구매했는데,

뉴질랜드에 가기 전, 스톱오버를 이용해 싱가포르 및 동남아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동안 수고한 내게 주는 선물이자 뉴질랜드 생활의 예행연습 같은 의미였다.


여행을 떠나는 날,

우리 가족은 덤덤하게 인사하였고,

"네가 행복하면, 그게 내가 행복한 거야. 넌 어디서든 잘할 거야. 행복해야 해"라고 엄마는 내게 축복해 주셨다.


공항까지는 친구 윤미가 회사에 월차를 내고 배웅해주었다.

윤미도 한때 공항의 항공사 라운지에서 근무하였는데,

공항에 우리의 추억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어

윤미와 그 시간들을 회상하며 함께 공항을 둘러보았다.

공항에는 소원을 적는 소원나무가 있어

서로 각자의 소원을 적기로 했는데

윤미는 자기 소원이 아닌 나의 건강과 새로운 인연을 위해 기도해주었다.

그렇게 나는 윤미의 따뜻한 배웅을 받으며, 출국 심사를 마치고 면세구역으로 향했다.


면세구역에는 함께 근무했던 다겸 언니가 오전 근무였는데,

나를 배웅하기 위해 늦은 밤 비행시간에 맞춰 공항에 다시 돌아와 기다려주었다.

"좋아하는 동생 하나를 잃는 것 같다" "네가 없으면 너의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질 것 같다"라는 언니의 말에 감정이 벅차올라, 가족과 윤미 앞에서도 흘리지 않는 눈물을 왈칵 쏟아내며, 언니와 이야기를 한 뒤 비행기에 올랐다.


이륙하는 비행기에서 이젠 정말 당분간 안녕-,이라는 생각과

아쉬움과 알 수 없는 두려움 등 다양한 감정이 한 번에 밀려와 또다시 마음이 울컥한다.

마음을 달래기 위해, 윤미와 다겸 언니가 비행기에 타면 보라고 챙겨 준 편지를 보는데

"네가 없다는 생각에 복잡 미묘한 감정과 허전함이 크게 느껴지더라고, 나를 놀래 켜 줄 사람이 없구나,

나를 환하게 웃게 해 줄 사람이 갔구나, 우리 효린이가 없구나,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계속 눈물이 난다."

등 언니의 한 글자 한 글자가 진심이 마음에 와 닿아서, 편지를 읽는 내내 눈물이 계속 흘렀다.

결국 난 울다 지쳐 잠이 들었고 깨어나 싱가포르 항공의 명물인 몇 잔의 싱가포르 슬링을 마신 뒤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 도착하였다.


초 겨울의 날씨였던 인천과는 다르게, 후덥지근한 여름 날씨인 이곳은

비로소 내가 떠나왔음을 다시 상기시켜주며

울적했던 내 마음을 여행의 설렘과 두근거림으로 가득 채워주었다.


달라진 공기, 달라진 온도로 인해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 갑자기 변할 수 있을까?

나도 참 단순한 사람이다.


싱가포르 공항에 도착해 여행의 시작을 하기 위해 싱가포르에서 멀지 않은 말레이시아 말라카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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